건강검진이 얼마나 건성으로 진단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정병하)는 채용건강검진 결과 정상 판정을 받았으나 한 달 뒤 폐암 4기로 진단받고 항암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소비자에게 병원측이 위자료 1,800만 원을 지급하도록 지난 9일 조정결정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손모씨(남, 당시 57세)는 지난 2010년 3월 17일 2011월 3월 17일에 채용건강검진을 받았다. 채용건강검진이란 건강상태가 업무(채용)에 지장이 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시행하는 검사를 말한다.

이에 손씨는 병원을 찾아 단순 흉부방사선 검사 등을 받고 두 차례 모두 ‘정상’으로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2011년 4월 다른 병원에서 폐암 말기를 진단받았다. 항암치료를 받던 손씨는 같은 해 9월 9일 사망했다.

병원 측은 “흉부방사선 촬영 사진에 대하여 외부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판독을 의뢰해 그 결과에 따라 정상으로 판정했고, 방사선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정한 기관에서 시행한 정기검사상 적합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손씨가 2010년 3월에 시행한 1차 채용건강검진을 받을 당시부터 폐암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흉부방사선 사진의 화질 불량 및 잘못된 판독으로 병원 측이 폐암을 진단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적합판정을 받은 방사선기기를 이용한 사실만으로 면책이 될 수 없으며 방사선 사진의 화질이 불량한 경우 재촬영을 하거나 다른 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결정했다.

이번 조정결정은 채용건강검진의 경우에도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판독 오류로 인해 조기에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게 된 손해에 대하여 병원 측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는 “소비자가 검진 후 ‘정상’으로 판정받았더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진찰을 받아야 하고 오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건강검진 기관의 철저한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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