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공공기관, 부모직업·학력·부양여부에 주민번호도 물어
출생지, 본관, 등록기준지, 주민등록지, 실거주지 주소기재란만 5개
장철민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는 인권침해. 시대와 상식에 맞지 않아”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인사기록카드를 통해 직원의 가족에 대한 직업과 학력, 부양여부는 물론 심지어 가족의 주민번호까지 기재하도록 하는 등 마치 36년 전 일제 잔재로 사라졌던 ‘호구조사’가 버젓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이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기관들이 직원 인사기록카드에 가족 직업·학력·주민번호·부양여부에 이어 직원의 종교나 노조가입여부, 심지어 개인의 키·몸무게 등 신체 치수까지 적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혁신처는 2016년, 인사기록카드에 직무와 연관성이 낮은 학력(대학교 전공은 기재), 신체 치수, 결혼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삭제하고 기존의 주민번호는 생년월일로 대체하도록 하는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기재하도록 하는 인사기록카드 서식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경우, 부모님의 최종학력과 함께 동거여부와 부양여부를 구분해서 기재하도록 하고 심지어 직업까지 적도록 했다.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코레일로지스,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 한국부동산원,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6개 기관도 가족들의 직업과 학력, 부양여부 등을 요구했다. 주택관리공단은 민감정보인 가족의 주민번호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경우 인사기록카드 내 출생지뿐만 아니라 본관, 등록기준지, 주민등록지, 실거주지 등 주소기재란만 5개로 세분화하여 적도록 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주민번호와 출신지는 물론 결혼여부와 함께 이례적으로 기수와 노조가입여부까지 기재하도록 하고 있었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는 결혼여부와 출신, 가족직업과 가족학력은 물론 종교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공무원인사기록 통계 및 인사사무 처리 규정" 제39조(민감정보 및 고유식별정보의 처리)에 따르면, 사무를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자료를 처리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 외에는 생년월일로 대체하도록 했지만, 공공기관 절반 이상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국가철도공단, 국립항공박물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국토안전관리원, 새만금개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주택관리공단, 주택도시보증공사, 코레일로지스, 코레일유통, 코레일테크, 한국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 한국부동산원, 한국철도공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28곳 중 17개(60.7%)의 기관이 주민번호를 기재하도록 했다.

인사혁신처 담당자에 따르면, 가족의 직업이나 학력, 신체 치수, 출신지 등을 기재하는 것은 인사관리규정 원칙에 어긋나고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며, 과도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우려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립항공박물관의 경우 기존 가족 주민번호, 혈액형 등을 기재하도록 하는 인사기록카드를 2021년 10월 개정을 통해 해당 기재란을 삭제했다. 한국한공안전기술원의 경우에도 기존 주민번호, 결혼여부, 신체 치수, 종교 등을 적도록 하는 인사기록카드를 2020년 이후 개정을 통해 해당 기재란을 모두 삭제했다.

장철민 의원은 “가족학력과 직업, 주민번호 조사는 독재정권 시절에 있었던 호구조사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 공공기관에서 직무와 아무런 관련 없는 이러한 개인정보를 여전히 수집하고 있는 것은 직원들의 인권과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라고 지적하며 “인사관리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시대와 상식에 맞지 않는 공공기관의 인사기록카드는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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