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준 서울 전체 중고교 84% 두발 길이 자유화 선언

청소년 인권의 상징으로 여겨진 ‘두발 자유’가 시대적 변화에 따라 규제를 벗고 완전히 정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한 찬반논쟁에 부딪히고 있다.

당사자인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으로 인한 대립각이 커지면서 일반 시민들 역시 두발 자유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이견을 보이는 반응이다.
급기야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옮겨가면서 여러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어 교육계는 해결점을 필히 내놓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 뉴스워커_황성환 그래픽 담당

◆ 학생들의 ‘자기결정권 보장’ 취지.. 중고교 두발자유화 선언

지난달 27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선언한 두발 자유화 소식을 계기로 앞으로 서울 지역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두발 길이가 완전히 자유화 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교복 입은 시민의 복장,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구현하는 구체적 조치로서, 학생들의 자기결정권을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려는 것”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더불어 조 교육감은 서울 시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두발과 관련 “학생들의 두발 길이를 100%완전 자율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두발 상태(염색, 파마 등)에 대해서도 그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긍정적 권유를 하고, 학교에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달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그동안 학생들로부터 두발과 복장을 자유롭게 해달라는 요구와 민원이 많았다”며 “‘편안한 교복’도 지금 진행되는 시민공론화 과정을 올해 마무리되면 2019년 상반기에 학교단위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두발 길이를 자유화한 학교는 서울 전체 중·고의 84%에 달한다.

이에 두발 자유화는 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된 내용으로 두발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학생의 자기결정권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본적 권리로써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 교육감은 ‘두발자유화’ 수준을 한 단계 격상하는 차원에서 (두발 길이·염색·파마) 두발 상태라는 두 가지 측면의 두발 자유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상반기 두발과 교복에 대한 학교 단위 공론화 과정을 완료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모든 서울학생들이 자신의 자기결정권에 따른 두발 모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선언 반기는 당사자 학생들, “획일화된 두발 규제는 자기결정권 침해”

국내 두발자유화 목소리는 일재의 잠식된 잔재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논조를 주축으로 197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해 2000년대 인터넷 사용으로 청소년 개성이 뚜렷해지면서 대거 터져 나왔다.
2005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들의 ‘두발자유화’ 진정을 받아들이면서 “학생 두발 자유는 기본권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교육부장관과 시도교육감들에게 ‘교육 목적상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두발을 제한하도록’ 권고하게 됐다.
두발 자유화에 대한 당사자인 학생들은 이번 두발 자유화 선언을 반기는 분위기다.

두발자유화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 자신이 고등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몸에 꽉 맞는 교복부터가 숨통이 막힐 정도다. 교복은 학생의 상징으로 굳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두발에 관해 찍어낸 듯한 과도한 규제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성인이 돼서도 필요한 개인의 가치관과 개성을 억누르는 폐해로 여겨진다”며 “교복도 청소년기 활동성을 고려해 변화되는 추세다. 두발 자유라고 해서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두발 자유화를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 두발자유화 규제 관한 세계적 추세는

대만 정부는 2005년 9월 초·중·고 학생의 두발을 전면 자유화를 선언했다.
당시 대만 교육부는 국립 및 현립 학교에 대해 학생 두발검사와 징계를 금지하면서 두발자유화를 선언해 권위주의 통치의 잔재물로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근거로 신발, 양말, 복장 등에 대한 규정의 철폐도 검토할 것을 밝혔다.
일본에서는 청소년의 건강한 심신 발달을 위해 각 학교마다 최소한의 두발 규제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두발 자유화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일부 사립 학교에서는 엄격한 두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 두발 자유화 두고 찬반 논쟁 거세져..국민 청원도 등장

두발자유화 찬반 논쟁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불거져왔지만 현대에 와서도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 하고 있어 교육계가 해결점을 내놓아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중·고등학생의 두발 자유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찬성에 대한 입장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연령대가 높거나 보수적인 성향을 띨수록 반대 여론이 비교적 우세했다.
여론조사결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28일 성인남녀 500명에게 조사한 결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자의 54.8%가 두발 자유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찬성 응답의 경우 40.4%로 반대보다 14.4%포인트 낮았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거센 상황이다.
아이디 u9w8*** 네티즌은 “두발 자유의 시작은 교복 자율로 이어질 게 뻔하다. 아예 성인과 똑같이 대해 달라는 건데 그럴 거면 소년법도 폐지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은가? 적절한 규제가 통념상 정해져 온 학생의 본분을 지키게 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yana**** 네티즌은 “학생 시절 과한 두발 규제로 인해 성인이 돼서도 쉽게 가치관과 개성을 찾지 못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한창 꿈이 많은 현대의 학생들에게도 여러 규제가 답습되고 있는데 자기 계발에 대한 가능성을 높여줘야 할 때 자기결정권을 억누르는 것은 현명하지 못 하다고 생각한다”며 두발자유화에 찬성의 입장을 보였다.  

커지는 논란에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생두발자유화 반대합니다”, “중고생 두발자유 전국 확대 청원” 등 다양한 찬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두발자유화 정책 시행 주체가 서울시 교육청이라는 점에서 전국 확대 의지가 나타날 경우 교육부의 입장 표명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는 더 큰 공방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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