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국주의(軍國主義)를 상징하는 일본의 군기(軍旗)인 ‘욱일기’((旭日旗)가 요즘 논란 대상이다. 

일본이 오는 10일 제주도 국제관함식에 참석하면서 자국 군함에 전범기인 ‘욱일기’를 게양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우리나라의 강경책에 밀려 끝내 이 행사의 불참을 결정했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두산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욱일기는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의 붉은 태양 주위에 욱광(旭光·아침 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을 덧붙여 형상화한 군기로 ‘교쿠지쓰키(きょくじつき)’라고 한다.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욱일기’가 공식 명칭이다. 태양 주위로 16개의 햇살이 퍼지는 문양이 일반적인 형태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일본의 육군과 해군에서 군기로 사용되었으며 문양은 군국주의를 상징한다. 

하지만 독일이 나치스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의 사용을 금기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1954년 이후 다시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의 군기인 자위대기(自衛隊旗)와 자위함기(自衛艦旗)를 욱일기의 문양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에서 욱일기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작금 그 문양이 과거 군국주의에 대한 반성 없이 폭넓게 쓰이고 있다. 

욱일기가 스포츠 경기에 응원기로 등장하기도 하고, 대중문화나 상품 등에 문양이 사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과거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러한 갈등은 2000년대 이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나라꽃은 벚꽃이다. 그러나 왕실의 꽃은 국화다. 문장(紋章)으로서의 존엄성을 나타낸다. 화판(花瓣)은 꽃잎을 말한다. 일본의 일등 공로 훈장도 국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욱일기가 일장기처럼 해가 뜨는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가 아니라 둥그런 꽃술 다발 주위에 열여섯 장의 꽃잎을 가진 국화를 그린 것이다. 바로 신격화된 천황의 상징이다. 

일본은 지난 5일 제주 관함식에 자위대 함정을 보내지 않겠다고 우리 해군에 통보했다.

욱일기를 내리느니 차라리 불참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함식 행사 중 하나인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등이 여러 차례 일본 측과 통화하며 국내의 강한 반발 여론을 전달한 결과 일본은 결국 입장을 바꿨다.

특히 사열을 받는 우리 함정을 독도함으로 바꾸자는 주장까지 나오자, 일본으로서는 독도함을 향해 경례를 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일본은 화해치유재단 처리나 강제징용 피해자 대법원 판결 등 쟁점이 산적한 상황에서, 욱일기 문제로 굳이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전범국가인 독일은 하켄크로이츠의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형법에 따라 나치 문양이 새겨진 휘장, 배지, 깃발 등을 공공장소에 전시하면 금고 또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한 예로 2006년 독일 의류회사인 에스프리의 신제품 단추모양이 나치 문양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고 2만 장에 이르는 카탈로그를 전량 폐기하기도 했다.

모든 전쟁에서 패전국의 수장은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자살, 또는 타살로 생을 마감했다. 

반면 일본의 히로히토(裕仁)는 미국의 비호 속에 개인적 안전만이 아니라 대대손손 영속까지 보장받았다. 천왕의 상징인 욱일기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군국주의 상징으로 펄럭이는 배경이다.

이번 ‘욱일기’ 논란을 계기로 우리 영토에서 이 깃발이 나부끼는 꼴은 없어야 한다. 일본은 시대적으로 반하는 군국주의 망상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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