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적자 쌓여도 국민엔 ‘이득’…한데 트럼프는 ‘무역전쟁’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뉴스워커_윤광원 경제칼럼리스트] 미국은 세계 어느 국가와도 차원이 ‘남다른 나라’다.

미국은 대표적인 경상수지 ‘적자’ 국가다. 누적 경상 적자 규모가 지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9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자본을 수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상품뿐만 아니라 해외 자본도 수입한다.

경상수지는 적자지만 자본수지로 보면 ‘흑자’다.

미국은 경상 적자로 산출량에서 소비량을 차감한 ‘저축’이 투자보다 적다. 미국을 대표적 ‘소비 국가’로 평가하는 이유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경상수지 적자 누적을 걱정하지 않았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신흥국의 투자 대비 높은 저축이 국제 금융시스템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원인이 신흥국의 ‘과잉 저축(생산)’에 있다는 얘기다.

사실 경상수지 적자는 ‘부채 위기’만 없다면 ‘국민 후생 증대’에 도움이 된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자본수지 흑자를 이용, 외국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막대한 국방예산을 투자, ‘유일무이’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우주항공, 생명공학, 첨단 무기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재투자할 수 있다.

돈이 모자라면 ‘국채’를 더 찍어내 팔면 된다. 물론 경상수지 뿐만 아니라 ‘재정수지’도 적자가 쌓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채는 항상 ‘인기상품’이다. 없어서 못 판다. 다른 나라들은 미 국채를 ‘외환보유고’ ‘준비자산’으로 본다.

유로화도 그렇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공동 자산으로 한 나라의 것이 될 수 없다.

경상 적자에 따른 ‘핫 머니 유출’문제도 걱정이 없다.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바로 미 달러화가 세계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이 ‘국가경쟁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반면 중국은 전혀 ‘반대의 나라’다.

대표적인 경상수지 ‘흑자’ 국가로, 저축이 투자보다 많다.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3조 2000억 달러였다.

중국은 1994년 이후 매년 경상수지 흑자다. 흑자 규모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미국과의 무역을 본격화한 2005년 이후 급증했다. 경상 흑자에서 ‘미국의 몫’이 크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독일 등 선진국과 한국 포함 대부분의 신흥국들이 미국에 ‘자본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선진국으로부터의 민간 자본 투자도 많지만, 공적기관들의 자금 유출이 이를 크게 상회하기 때문에 대표적 ‘자본 수출국’이 됐다.

수출로 벌어온 달러로 미국 국채를 매입, 외환보유고를 대폭 늘린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이 기본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 축소를 명분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무역전쟁’을 일으켰다. 최대 타깃은 중국이다.

위에서 말한 이유로 세계는 의아해 하고 있다. 도대체 트럼프는 왜?

그의 머릿속을 필자가 들여다 볼 수는 없다. 다만 승리에 대한 ‘확신’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트럼프의 발언 강도는 더 세졌다.

한 때 이달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타협의 ‘실마리’가 풀리나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트럼프는 이를 일축했다.

미국에 ‘겁 없이’ 덤비는 시진핑도 어리석지만, 트럼프도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미중 갈등이 한국에게도 ‘남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해외 기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의 수출은 물론, 외국인자금 이탈요인에도 해당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신흥국들은 미국과의 금리 차 확대와 자국 통화가치 약세가 자본유출의 주 원인이지만, 한국은 무역에 따른 ‘익스포저’가 큰 데, 무역전쟁에 따른 타격이 크다는 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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