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이란 제재를 5일 0시(현지시간)부터 복원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등 경제·금융 부분이 주요 내용이며, 이를 어기면 미국 금융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고, 미국과의 사업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란 대제재로 인한 유가폭등과 같은 국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8개 나라에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조치에서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했다.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 1단계·2단계 제재 포함, 900개 제재 대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 핵합의’ 가운데 이란이 핵프로그램 감축이라는 합의조건을 어겼다며 지난 5월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그리고는 지난 8월에 금·귀금속, 흑연, 석탄, 자동차, 상용기·부품·서비스 수출 등의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개인을 제재하는 1단계 제재를 시작했다. 이어 5일부터 이란의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을 제한하는 2단계 제재를 시작했다. 

미 재무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란인은 물론 이란인과 연결된 개인, 기업·단체, 항공기, 선박 등 700개 이상의 대상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란과 관련해 제재를 받는 대상은 약 900개에 이른다.

미 재무부는 또한 이란 정권이 파괴적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까지 금융 고립과 경기 침체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이 가하는 최대의 압박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의 지도자들이 제재 완화의 길을 모색한다면 당장 테러리즘 지원과 탄도 미사일 확산을 중단하고 파괴적인 지역 활동을 끝내야 하며 핵 야심을 포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우리의 목표는 중동 전역, 실제로는 전 세계에 걸쳐 폭력적이고 안정을 위협하는 활동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는 이란 정권의 수입을 고갈시키는 것”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이란 정권이 현재의 혁명적인 행로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이란과 새 합의가 가능하기를 바라지만 5월에 열거한 12가지 방식의 변화를 이란이 만들어낼 때까지 가차없는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말한 ‘12가지 방식’은 우라늄 농축중단을 비롯해 플루토늄 재처리 금지,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 기존 핵무기 제조활동 신고, 탄도미사일 개발 금지, 핵탑재 미사일 개발 중단, 시리아 철군, 이스라엘 위협 중단, 예멘·레바논·이라크 군사 지원 중단, 억류 미국인 석방 등으로, 이러한 요구사항을 담은 새로운 합의 체결을 요구한 바 있다. 

◆ 8개국, 이란산 원유 제재서 한시적 예외 인정

미국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등을 포함해 대대적인 제재를 예고하자 국제유가 폭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에 대한 부담을 느꼈던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이란 제재 복원에 따른 이란산 원유수입금지 조치에서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 예외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유가 폭등 등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국제 유가 등 세계에 미칠 파장,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에 따른 개별 국가의 타격 등을 고려해 예외국을 인정한 것이고 한국, 중국, 인도,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등이 예외국에 포함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7월에 타결된 이란 핵협정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을 꾸준히 늘려 콘덴세이트(초경질유) 물량의 53%가 이란산이다. 우리나라가 콘덴세이트를 프로세싱해 플라스틱 만드는 데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이란산 원유 제재가 있을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되었고 이러한 점을 미국에 지속적으로 설득하면서 이번에 예외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문제는 예외기간이 180일로 한시적이라는 점이다. 이란산 콘덴세이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 물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산 원유 수입량을 늘린다고 해도 원가를 높이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 이란도 미국에 강경대응 예고

미국이 본격적으로 이란 제재에 나서자 이란도 강경대응에 나섰다. 로하니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국영방송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재는 불법적이고 부당하며 국제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란은 이를 자랑스럽게 뛰어넘을 것”이며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출이 제로(0)가 되길 원하지만 우리는 제재를 뚫고 원유 수출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란은 실제로 자급자족형 경제체제인 ‘저항경제’를 부활시켰다. 외환 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생필품 수입을 엄격하게 제한하며, 미국의 태도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국제사회와 공조를 꾀하고 있다. 러시아 등과는 거래 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EU(유럽연합)의 경우 자국 기업들을 미국의 2차 제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대항입법에 나섰으며, 이란과의 3자 거래를 전담할 특수목적법인을 설립 중이다.

이란이 강경대응을 예고하자 미국은 또다시 추가적인 제재를 언급하고 나섰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5일(현지시간) 폭스비지니스네크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해 추가적인 미국의 제재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현존하는 제재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하게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창과 방패처럼 미국과 이란이 서로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어 이들 나라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제 정세와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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