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에서 시작된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디지털세(Digital Tax), 일명 ‘구글세’ 부과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EU에서 시작된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디지털세(Digital Tax), 일명 ‘구글세’ 부과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국회의원 가운데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잇따라 관련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디지털 경제 조세로 무역마찰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주한미대사관도 한미FTA 통상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전했다. 이처럼 구글세가 글로벌 논의로 번지고 있지만, 통상 마찰로 확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본격 도입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 영국이 먼저 구글세 도입할 듯

구글이나 애플 등 다국적 디지털 기업들은 무형의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소득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과세를 피하기 위해 서버를 세율이 낮은 나라로 이전시켜 조세를 회피해 왔다. 경제개발기구(OECD)와 유럽 등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영국은 실제로 2015년 4월 구글에 대해 1억3000만 파운드(약 1900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그해 11월에는 터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국적 기업의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문제에 대한 대응 사항을 승인하면서 본격적으로 구글세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대해 주요 타깃이 되는 업체들은 ‘이중과세’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고, OECD와 EU는 국제적인 기준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타깃이 되는 나라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온 아일랜드 등 여러 나라와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기준 마련이 쉽지 않은 모양새이다.

EU는 해당 기업의 자국 내 매출액 3%를 세율로 책정하자는 방안을 낸 바 있다. 글로벌 연 매출이 7억5000만 유로(약 9600억원) 이상이거나 EU내 매출이 5000만 유로(약 640억원)가 넘는 ICT 기업을 과세 대상이다. 이들 기업이 온라인 광고 매출, 사용자 데이터 판매, 온라인 상거래 중개 등으로 발생하는 수입이 과세 매출에 포함된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달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재무장관회의에서 ‘구글세 3% 부과 방안’에 대한 찬반 투표가 진행됐지만 덴마크과 아일랜드, 스웨덴, 몰타, 핀란드 등이 무더기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U 내에서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한 북유럽 국가들이 과세 대상이 되는 기업의 본사가 있는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영국은 독자적으로 오는 2020년부터 구글세를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지난 10월 29일(현지시간)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 장관은 디지털 플랫폼 업체들이 영국에서 상당한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그 사업과 관련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디지털 서비스 세금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디지털 서비스 매출을 근거로 부과하는 세금으로, 기술 기업들이 검색서비스, SNS,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마켓 등으로 자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계산해 이 중 2%를 세금으로 걷어 들이기로 한 것이다.

◆ 한국을 비롯 아시아·중남미로 확산되는 구글세 논의

구글세 논의는 EU을 넘어 아시아, 중남미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한국, 인도 등 7개 이상의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도 구글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에서 ‘구글세 법안’이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지난 9월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외 IT기업들이 국내에 서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6일에는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구글·페이스북·아마존웹서비스(ASW) 등의 수익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지난달 30일에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게임·음성·동영상 파일 또는 소프트웨어에만 적용됐던 국외 사업자의 전자적 용영 범위를 대폭 확대해 해외 IT사업자에게 과세 형평상을 제고하자’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 부과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한미대사관은 지난달 28일 고려대학교에서 ‘국경없는 인터넷 속에서 디지털 주권지키기’ 토론회를 열고 ‘상품과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글로벌 경제동맹’이라며 ‘이동의 자유에는 정보가 포함되며, 이러한 흐름이 방해되면 장기적으로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즉 ‘경제 동맹’을 강조하며 구글세 반대에 나선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 구글세를 부과한다면 자칫 통상마찰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달 28일 열린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반영한 바람직한 세제개편 방향’을 주제로 디지털세 도입에 대해 논의한 자리에서 과세문제는 통상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선두적으로 하기 보다는 국제 조세 개혁에 발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데도, 국내 기업은 과세되고 국외 기업은 과세가 안 된다는 것은 분명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대해서도 과세를 부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섣불리 했다가는 무역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국제적 흐름을 맞춰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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