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KT아현지사 화재는 초연결사회 정점에 다다른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던졌다. 

사람, 데이터, 사물 등 모든 것을 연결하는 초연결사회의 뼈대가 되는 통신망 하나가 마비되면서 벌어진 모든 현상은 단순 전화나 인터넷이 안돼 발을 동동 굴리는 그 이상의 불편함으로 번졌고, 소방청, 경찰청 등 촌각을 다투는 공공 업무 전산망까지도 마비시키는 등 국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했다. 통신망 안전을 간과할 경우 순식간에 아날로그로 회귀돼 발생할 수 있는 지대한 리스크를, 예측 불가능한 위험 변수에 대한 경각심을 일부 알린 셈이다.

나아가 이번 사태는 단순한 상호간의 정보, 전화망기능을 넘어 정보화사회 및 경제활동의 근간이 되는 통신망이 국가 공공재로서 갖는 중요성 및 안전에 대한 문제를 기업과 국가가 등한시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화재의 가장 근본적인 책임은 네트워크 통신 보안 문제로 이어지는 화재를 미리 방지하지 못한 KT에 있다. 전문가들도 화재 위험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KT의 운영 방침을 지적한다. 더욱이 KT는 통신 3사 중에서도 5G 상용화를 위해 가장 선제적인 투자를 이어온 기업 중 하나다. 5G 시대로 펼쳐질 또 한 번의 정보기술 혁신을 맞이하는 기업의 역할이 더욱 격상되고 있음에도 정보 기술의 변화와 궤를 함께 이어가야 하는 통신 안전은 기업의 자본극대화 경영 방침으로 인해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와 동시에 KT가 ‘안전의 외주화’에 행보를 둔 문제도 통신 재난 상황을 연출한 위험 기제로 작용했다. 심지어 아현지점 사고 당시 근무자는 단 2명이었으며 화재 당시 긴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숙련된 인력조차 없었다는 언론 기사도 있다. KT가 무리한 인력구조조정을 위해 핵심 업무를 전부 외주화고 인건비 절감에만 주력했기에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화재 발생 시 통신회선을 우회해 통신망을 복구 할 수 있는 백업플랜조차 갖추지 못한 잘못도 있다. 기업의 수익성과 편익만을 쫓아 안전을 외주화한 KT의 최근 행보는 현재 구축중인 5G 인프라 망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하더라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5G 시대 도입부를 마주한 지금 이번 같은 사고가 재발하면 더욱 큰 피해규모를 불러올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5G 시대에 뒤따라올 정보 혁신은 초연결사회 이상의 강력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모든 것이 모세혈관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작은 충격이나 끊김 하나가 한 사회적 기반을 형성한 인프라의 대동맥을 끊는 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전 국민의 일상을 마비시켜 생존적 위험 문제에 치닫는 일로 나타날 수 있다.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임을 감안하면 5G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KT는 단순 상용화 추진에만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통신안보를 격상시켜 더 큰 참사를 방지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역시 화재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가 일부 있다. 한국통신에서 KT로 정보통신망 사업을 민영화한 후 지분이 없다는 점을 명분으로 KT의 잇따른 적폐를 방치한 그 결과 정부와 기업의 안전불감증의 합작이 이번 사태를 연출했다. 정보화사회 혁신의 근간이 된 정보통신망을 기업에 맡겼다면 KT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기조 아래 국가차원의 통신안전과 안보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앞으로 마주할 더 강력한 연결과 상호 작용을 형성할 초연결사회를 대비해 국가차원에서도 예측 불가능한 통신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형성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자연 재난뿐만 아닌 통신재난에도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우리 사회가 변화와 혁신을 내건 초문명사회를 기대할수록 정보 혁신의 모세혈관이자 대중추인 통신망에 대한 맹목적인 의지는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안전불감증이 빚은 이번 사태를 잠깐의 화재 사고 정도로 이해하지 않아야 하며, 통신 안전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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