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C와 비OPEC 산유국이 내년 1월부터 원유를 하루 120만 배럴 규모로 감산하기로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OPEC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감산 합의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10일 WTI는 배럴당 1.61달러, 브렌트유는 1.73달러 떨어진 채로 장을 마쳤다. 11일에는 다시 WTI가 65센트 브렌트유는 23센트 상승했다.<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OPEC와 비OPEC 산유국이 내년 1월부터 원유를 하루 120만 배럴 규모로 감산하기로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OPEC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감산 합의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10일 WTI는 배럴당 1.61달러, 브렌트유는 1.73달러 떨어진 채로 장을 마쳤다. 11일에는 다시 WTI가 65센트 브렌트유는 23센트 상승했다. OPEC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회원국들의 합의 이행에 대한 의구심으로 하락했다가, 리비가의 최대 유전인 엘 샤라라의 생산차질이 예상돼 다시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이렇게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을 거듭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 OPEC+ 감산 합의에도 하락했던 국제유가, 왜?

사우디 등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을 이르는 OPEC+는 지난 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회를 열고,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하루 12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는데 합의했다.

당초 OPEC+가 감산 연장에 합의할 것이라는 예측은 나왔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구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11월 들어 유가가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브렌트유의 경우 10월초 배럴당 85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11월에 들어 73달러까지 떨어졌고, 12월 들어서는 50달러대까지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에서 구체적으로는 OPEC이 80만 배럴을, 비OPEC이 4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감산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감산의무 면제국인 이란‧네베수엘라‧리비아에서 하루 50만 배럴로 추정되는 비자발적 감산까지 합치면 실질 감산규모는 하루 17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OPEC+의 감산 불구하고 감산 합의 이후 첫 거래일인 10일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1% 하락한 5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2월물 브렌트유는 오후 4시 10분 현재 배럴당 2.81% 떨어진 59.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유는 감산 합의 이행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데, 그 중심에 미국이 있다. 미국은 셰일 오일을 생산‧공급하면서 세계 원유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현재도 미국은 연일 원유 생산량 신기록을 경신중이다. 미국에너지정보청인 EIA에 따르면 미국 원유 생산량은 셰일 오일을 포함해 하루 기준 1170만 b/d로 전년 동기 대비 160만 배럴이 늘었다. 이에 반해 사우디의 11월 하루 생산량은 하루 1110만 배럴이다.

이 때문에 OPEC 영향력도 약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에너지시장조사기관인 에너지 에스펙트도 “미국이 글로벌 원유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면서 OPEC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OPEC+가 감산하면 미국에게는 오히려 셰일 오일 생산을 늘릴 기회가 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산유국들이 이번 감산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OPEC가 이번에 감산에 합의하면서 각 국가에서 얼마나 감산할 지에 대한 구체적 배분을 명시하지 않은 것도 감산 합의 불이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하루 만에 반등한 국제유가

OPEC+의 감산 합의에도 하락했던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반등했다. 11일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65달러 오른 51.6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런던 선물거래소(ICE)의 브렌트유도 배럴당 0.23달러 오른 60.20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3%가량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산 원유와 브렌트유가 하루 만에 반등한 것은 리비아에서 생산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무장세력이 리비아 최대 유전인 ‘엘 샤라라 유전’ 지역을 장악하면서 원유 생산을 차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리비아 국영석유회사는 하루 31만5천 배럴의 원유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자국 원유 생산 감축에 소극적이었던 러시아도 감축 계획을 내놓으면서 이날 국제유가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11일, “감산 합의에 따라 원유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내년 1월에 원유 생산량을 하루 5~6만 배럴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당초 감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은 11월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선언, 미국의 대 이란 제재의 본격 시작, 중국의 미국과의 무역갈등 등이 러시아로서는 원유수출을 늘릴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감산 이행을 결정한 것은 최근 급격하게 떨어진 국제유가의 안정화를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 정유사들은 OPEC 감산에 안도..그러나

10월~11월의 국제유가가 30% 넘게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근심이 많았던 정유사들은 일단 OPEC 감산 합의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최고점을 찍고 하락할 때 가장 실적이 악화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들도 이번 4분기는 상당한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OPEC+의 감산 합의로 유가 안정화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OPEC+의 감산이 미국으로서는 원유 생산량을 늘릴 호재가 되기 때문에 향후 미국의 방침과 이에 따른 OPEC+ 국가들의 감산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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