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시사이슈] “하얀색 가루에 무너지는 여성들”…버닝썬 물뽕(GHB) 의혹 계기 커지는 데이트약물·강간 규탄 목소리
[뉴스워커_시사이슈] “하얀색 가루에 무너지는 여성들”…버닝썬 물뽕(GHB) 의혹 계기 커지는 데이트약물·강간 규탄 목소리
  • 김태연 기자
  • 승인 2019.02.11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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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의 한 유명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받으면서 폭행 사건 당시 한 여성이 약이나 술에 취해 끌려가는 듯한 영상이 사회적 논란을 키우자, ‘클럽 내 약물 성범죄’도 공론화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서울의 한 유명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을 계기로 ‘물뽕(GHB) 사용’을 비롯한 약물 성범죄 실태를 향한 규탄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마약류인 ‘물뽕(GHB)’은 신종 마약 일종으로 클럽 내 사용실태가 성범죄로 악용되고 있음에도 거래부터 사용실태가 모두 음지에서 횡행되고 있어 처벌이 쉽지 않은 문제에 있다.

이처럼 관련 법령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처벌이 어려운 현실 아래 수많은 여성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어 약물 관련 법령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하나의 폐단, ‘약물 성범죄’

약물 성범죄 실태는 우리 사회의 오랜 폐단으로 존재해왔지만 사회가 암묵적으로 외면해 온 문제이기도 하다.

약물 성범죄 실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건 2015년 10월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을 고발하는 기류가 확산되면서부터다.

이 사이트에 게재된 촬영물 대부분이 약물 성범죄 영상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이 심화되자, SNS 해시태그를 통해 약물 성범죄 실태를 규탄하고 처벌을 촉구하는 프로젝트가 시행되기도 했다.

약물 성범죄가 음란물로 2차 가공되는 악순환은 소라넷 사이트 폐쇄가 수사기관에 의해 확정되면서 일단락될 수 있었지만, 일부 클럽 내 약물 성범죄 실태는 여전한 음지문화에 머물러 있어 처벌이 쉽지 않은 문제가 존재해왔다.

이에 서울의 한 유명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받으면서 폭행 사건 당시 한 여성이 약이나 술에 취해 끌려가는 듯한 영상이 사회적 논란을 키우자, ‘클럽 내 약물 성범죄’도 공론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사건에서 클럽 관계자들과 경찰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모(28)씨가 SNS를 통해 “클럽 관계자들이 술에 물뽕을 타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에 따른 여성들의 피해 사례도 곧 방송을 통해 공개될 것”이라고 주장하자 약물 성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과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부터 9시에는 ‘남성약물카르텔’이라는 키워드로 ‘총공(여론 확산을 위한 총공격을 줄인 신조어)’이 진행되기도 했다.

SNS와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약물 성범죄를 공론화하기 위해 여성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남성약물카르텔 게시물은 주로 “클럽 버닝썬 관련 각종 약물 성범죄 의혹들과 사건을 묻히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약물 성범죄 관련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합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물뽕 판매상’과 클럽 내 성범죄 커넥션의 악순환도

클럽 내 약물 성범죄 실태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요인으로는 물뽕을 판매하는 사람을 일컫는 ‘물뽕 판매상’이 SNS를 통해 성범죄 가해자와 커넥션을 형성하기 때문이라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물뽕 판매상을 찾는 것은 기자가 SNS를 통해 간단히 검색만 하더라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손쉬운 것으로, SNS에서는 #물뽕구입 #물뽕원액 #물뽕효능 등 다양한 해시태그를 통해 물뽕판매상을 암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물뽕(GHB)란 향정신성의약품의 하나로 “gamma hydroxy butyrate”를 일컫는다.

복용 시 음료수나 술 등의 액체에 타서 마신다는 이유로 ‘물뽕’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GHB를 술이나 물에 희석해 타서 마실 경우 10~15분 이내에 기분이 좋아지고, 취한 듯한 상태가 되며 몸이 이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HB의 이 같은 효과 때문에 주로 성범죄로 악용되면서 외국에서도 레이디 킬러(lady killer),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GHB는 2001년 제 44차 유엔마약위원회에서 한정마약으로 분류됐다.

과다 복용 시에는 사망에 이를 위험성도 내포된 약물이지만, 약물 성범죄 관련 수사를 해도 몇 시간만 지나면 성분이 몸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약물 검사로도 투약 여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또한 국내에서 GHB는 신종 마약으로 분류되며 소지만 해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의 처벌이 이루어지지만, 주로 SNS를 통한 음지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다보니 처벌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판매상들은 성별, 나이, 전화번호 등 일체의 개인정보도 묻지 않고 있어 구매의사만 있다면 미성년자 역시 구매가 가능하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일부 물뽕 판매상들은 일부 클럽과의 유착관계를 형성하며 “물뽕 보다 더 효과가 좋은 마약”을 권유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관련 법 가이드라인 마련 및 처벌 강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 신고와 피해입증도 어려운 약물 성범죄…관련 법안 마련 움직임에 여성 불안 덜어질까

약물 성범죄는 약물로 인한 피해 사실을 알기가 쉽지 않고 검사를 즉각적으로 했을 때만 피해를 입증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어 수사기관에 신고를 해도 엄중한 처벌이 성립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여성들 사이에서는 약물 성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각종 마약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자력구제 일환으로 마약의 종류와 특성을 미리 파악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재 SNS에서는 데이트 강간 약물을 감지하는 빨대와 매니큐어 등 다양한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다만 데이트약물은 비단 GHB뿐만 아닌 수십 여 가지 종류에 이르며, 단 몇 가지 약물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이런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는 피해를 예방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여성학계를 중심으로 데이트 강간 약물 관련 법안 시행을 채택시키기 위한 움직임도 속속 나타나고 있어 여태껏 관대했던 약물 성범죄 실태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더욱 주목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