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지적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농업, 서비스, 통화 등 중요한 구조적 문제에 있어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만들어냈음을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이로써 미국은 대중 관세 인상 시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그래픽 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국제정세]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지적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농업, 서비스, 통화 등 중요한 구조적 문제에 있어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만들어냈음을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이로써 미국은 대중 관세 인상 시기를 연기하기로 했으며, 3월에도 추가 논의를 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 3차 고위급 협상 이틀 연장 진행

미‧중 양국은 이달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2차 무역협상을 벌인 이후 19일부터는 워싱턴에서 차관급 협상에 나섰다. 그리고 21일부터 22일까지는 로버트 하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중국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3차 고위급 협상이 예정돼 있었으나 이틀 연장해 24일까지 진행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기술이전 강요‧사이버 절도, 지식 재산권, 서비스, 환율, 농업, 비관세 무역장벽 등 6개 부문에 대한 양해각서(MOU) 초안을 작성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나 서명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 측은 총 1조2000억 달러(약 1350조)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를 약속했으며, 미국산 대두 1000만 톤 추가로 수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전은 류 부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시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아르헨티나에서 공통 인식을 달성한 이후 양국이 긴밀한 협상으로 긍정적인 진전을 이뤘다”면서 “양측이 상호 존중에 입각해 협력하는 태도로 힘써 ‘윈윈’하는 합의를 달성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각종 방식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화답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류허 부총리를 면담한 이후 2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과 곧 만나길 기대한다”며 “아마 3월에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많은 진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합의가 이뤄질 매우 좋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양국은 22일까지였던 3차 고위급 회담을 24일까지 연장해 쟁점 부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 미중 협상 진전 가운데 장애물 존재해

미‧중이 이렇게 협상에서 진전된 모습을 보인 것은 미국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중국은 당초 미국산 농산물, 반도체, 에너지 등의 구매 확대를 통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 이전 관행, 첨단산업 육성 정책, 비관세 장벽 등 구조적인 부분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가치 안정화를 요구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를 평가 절하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인데,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진전에는 중국의 환율 조작 중단 등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있었던 환율 조약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라면서 흐뭇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기술이전 강요 및 사이버 절도,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접점을 찾아보라는 의도에서 이번 협상을 연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양국은 지적재산권 분쟁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했다. 파이낸셜 타임즈(FT)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미중이 무역협상에서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의 푸젠진화와의 지적재산권 분쟁을 해소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것이다. 미국 최대 메모리칩 생산기업인 ‘마이크론’은 지난 2017년, ‘중국 제조 2025’ 계획의 핵심 기업이자 국영반도체 기업인 ‘푸젠진화’가 자사 기술을 훔쳤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푸젠진화’도 2018년 1월 마이크론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했으며, 미국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안보 이익에 반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푸젠진화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했다. 이로 인해 푸젠진화는 미국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위기에 놓였다.

이 외에 미국은 중국 진출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 강요 관행, 중국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 중국의 금융서비스업 시장 개방 등의 쟁점들도 협상에서 논의됐는데, 기술 이전 등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양국의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합의를 이루더라도 중국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게 미국 내부 입장이다. 섣부른 미봉은 안 된다는 것인데,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 겸 국제관계 대표는 미국 CNBC 방송을 통해 “구속력이 없다면 실패한 것”이라면서 “이행과 강제는 두 가지 핵심요소”라고 말했다. “만일 그런 장치가 없다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고 일부 구조적 경제문제를 바로잡겠다고 중국이 다짐하더라도 의미없는 승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과연 자국이 요구하는 바를 중국으로부터 확실하게 얻고 글로벌 무역갈등을 매듭지을 지 3월에 있을 최종 협상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