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점을 앞두고 브렉시트 연기론이 힘 실리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제1 야당인 노동당이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를 공식 지지하고 나서자 메이 총리도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국제정세] 내달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점을 앞두고 브렉시트 연기론이 힘 실리고 있다. EU(유럽연합) 측에서는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두고 연속해서 승인을 거절하자 협상 기간을 연장하는 쪽으로 의견을 제시했고, 영국 메이 총리는 연기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한마디로 거절했다. 그러나 영국 제1 야당인 노동당이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를 공식 지지하고 나서자 메이 총리도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메이 내각 3명의 장관 브렉시트 연기 지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 변경 지지 재확인을 위한 결의안이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또 다시 부결된 이후, 브렉시트 최종 의회 표결 날짜는 24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메이 총리는 다음 달 12일에 브렉시트 안을 의회에서 표결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3월 12일은 브렉시트 마감 시한을 17일 앞둔 시점인데, 메이 총리가 마감 시한을 다음 달로 연기한 것은 논란이 일어날 시간조차 없도록 봉쇄하려는 메이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오는 27일에는 브렉시트 마감시한 연장안에 대한 표결이 있는데, 만일 이것마저도 부결되면 ‘노딜 브렉시트’를 막으려면 자신의 방안에 찬성하라는 무언의 압박이기도 하다.

그러나 메이 내각 장관 3명이 브렉시트 연기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메이 총리의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이다.

메이비드 고크 법무장관, 엠버 루드 고용연금부 장관, 그레그 클라크 기업부 장관은 23일 일간 데일리 메일 기고문을 통해 “하원의원들이 브렉시트 합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EU와의 협상 끝에 얻어낸 합의안을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가 계속해서 합의안 지지를 거부하더라도 의회가 ‘노 딜 브렉시트’를 막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EU 탈퇴 시점을 연기하는 것이 ‘노 딜 브렉시트’ 보다 낫다는 것이다.

한편 EU의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5일 ‘EU‧아랍연맹 정상회의’를 개최 중인 이집트 휴양도시 야름 엘 셰이크에서 브렉시트 시한 연기는 매우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행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영국 의회가 계속 탈퇴에 관한 의견 합의에 실패하고 있다”며 “브렉시트 협상 기간을 연장해 시행일을 늦추는 것도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 英, 노동당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 추진’

그런가하면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에서는 ‘2차 국민투표’를 지지하고 나섰다. 25일 파이낸셜(FT) 보도에 따르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가 이날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의회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 시키거나 EU와의 협상 결과 어떤 합의도 없이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로 간다면 정부는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런 상황이라면 즉각 총선을 실시해 보수당의 집권을 무너뜨리는 게 최선이지만, 총선을 실시할 수 없다면 노동당은 제2 국민투표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노동당이 원하는 브렉시트 합의안도 발표했다. 항구적이고 포괄적인 EU와의 관세 동맹, 단일 시장에 근접한 관계 설정, 환경‧교육‧산업 분야의 EU 재정지원 프로그램 참여, 미래 안보계획에 대한 명확한 합의, 유럽 체포영장 및 중요 데이터베이스 공유 등이다.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제2 국민투표 추진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 노동당의 제2 국민투표 추진 배경

노동당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살펴보면 노동당의 기본 기조가 친EU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노동당 수뇌부에서는 2차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이에 반발한 당원 9명이 탈당을 감행하자 더 이상의 탈당을 막기 위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코빈 대표는 지난 6일 메이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고 조건부 브렉시트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는데, 노동당 의원들은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가 노동당의 당론이라며 반발하면서 탈당을 감행하는 의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의 미온적인 태도에 불만을 품고 노동당을 지난 18일 먼저 탈당한 의원 8명은 ‘독립그룹’을 창당했다. 여기에 집권 보수당 의원 3명이 합류했다. 이들은 친EU를 표방하며 제2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입장인데, 영국 국민들은 이 작은 신생 단체를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 18~19일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의 조사에서 무려 14%의 지지율을 얻으면서 보수‧노동당에 이어 3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 기록조차도 집권 보수당 의원 3명이 합류하기 전이라 합류 이후의 지지율은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반면 집권 보수당 지지율은 41%에서 38%로. 노동당의 지지율도 33%에서 26%로 하락했다.

이렇게 보수당‧노동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신생 단체 ‘독립그룹’의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현실적인 압박이 다가오고 있어, 상당수 영국 국민들도 제2 국민투표를 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국 신문사 가디언은 “집권 보수당을 탈당한 의원에 대해서 뾰족한 해법이 없는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 처리 방식이 탈당에 결정타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메이 총리가 지금과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면 앞으로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독립그룹’은 11개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자유민주당과도 브렉시트 관련 논의를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탈당 의원들이 독립그룹에 몸담고 세를 불린 이 정당이 자유민주당 세력과도 규합하게 된다면 브렉시트 정국에 새 바람이 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될 경우 브렉시트 향방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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