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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제정세] 인도는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지난 4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인도와 터키에 미국 수출품 품목에 대한 무관세 혜택을 종료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이 완화되는 시점에서 이제는 미국, 인도‧터키와의 무역전쟁으로 옮겨지는 분위기다.

◆ 미, 인도‧터키 특혜 관세 폐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의 지난 5일 보도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인도와 터키가 ‘일반특혜관세제도(GSP)의 자격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수혜품목에서 인도와 터키에서 들려온 수입품을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PS는 개발도상국의 수출 확대와 공업화 촉진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1976년 도입한 제도로, 대상국은 미국 의회가 정하게 된다. 자격 기준은 미국 시민이나 기업에 공정한 중재 판정, 아동 노동 퇴치, 국제적으로 인정된 근로자의 권리 존중, 적절하고 효과적인 지적재산권 보호 제공,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 접근성 등이 포함된다. 이 기준에 의해 GPS 대상국으로 지정되면 자동차 부품, 산업용 밸브, 섬유소재 등 약 2000여개의 제품들을 무관세로 수출되는데, 해당 지위를 인정받은 나라는 약 120개국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경우 2017년 대미수출액 486억달러 가운데 11% 정도 혜택을 받았으며, GPS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인도‧터키에 대해 이러한 GPS를 철회하는 내용의 성명에서, “인도가 미 기업들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도 시장 접근을 담보하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4월부터 인도의 특혜관세 적격 여부를 조사한 결과 미국 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광범위한 무역장벽을 두고 있다”면서 인도가 더 이상 GPS 하에서 개발도상국에 주어지는 특혜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터키에 대해서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 증가로 빈곤율이 떨어지고 있고, 수출도 다변화하고 있다”면서 “터키는 경제적으로 충분한 경제 성장을 이뤄 더 이상 특혜 관세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조사국이 지난 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는 17억 달러를 수출해 다섯 번째로 큰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의 이러한 결정은 미국 의회와 인도 및 터키에 고지된 후 60일 이내에 변화가 없으면 대통령 선언으로 발표된다.

◆ 인도‧터키 반발

미국의 GPS 자격 박탈에 인도․터키는 반발했다. 아누프 와디완 인도 통상장관은 “인도가 광범위한 무역장벽을 실시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인도 관세율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도는 아마존과 우버,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산업 및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수십억 달러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미국이 인도 시장을 통해 창출하는 수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한 인도 와디완 장관은 인도가 “미국의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을 수입하면서 여기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감소했다”면서 對인도 무역적자에 “여기서 에너지와 민간 항공기 수입까지 늘어나면 적자규모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도가 GPS로 얻는 관세 혜택은 1억9천만 달러에 불과해 혜택이 사라진다 해도 인도의 대미 수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무역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터키도 반발하고 나섰다. 루흐사르 페크잔 터키 무역장관은 “미국의 이번 결정은 양국이 합의한 목표 교력량인 750억달러 달성을 방해하고 미국 중소기업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과의 교역량 확대를 계속 추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미, 인도‧터키 특혜 관세 폐지 조짐 이미 있었다

이렇게 인도와 터키가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의 결정 조짐은 이미 있었다. 우선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 법무장관과 내무 장관에 제재를 가하고 터키산 금속 수출에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또한 터키와 미국은 쿠르드족을 놓고도 갈등 겪어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선언한 이후 미군은 자신들과 손잡고 테러 세력 척결에 나섰던 쿠르드족을 보호하려는 반면 터키는 자국의 쿠르드 족 분리 독립을 어떻게 막으려 하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월 14일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하면 터키 경제를 붕괴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터키도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바로 화해무드가 조성되기도 했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터키의 GPS 혜택을 철회한 것으로 보아 미국과 터키 사이에 앙금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도의 경우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미국의 타깃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매긴 뒤 인도가 2억4000만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맞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바 있다.

게다가 이달 들어 인도가 새로운 전자상거래법 을 마련해 미국의 최대 기업인 아마존과 월마트에 대해 규제를 가한 것도 결정적인 문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그간 월마트와 아마존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인도 정부에 전자상거래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로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인도 정부의 방침에, 새로운 규제 정책이 양국 협력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었다.

그간 중국과 벌이던 무역전쟁이 인도․터키로 옮겨간 듯 보이는데,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면서 무역적자가 10년 만에 최대에 이르는 등 미국 피해도 만만치 않아 과연 미국이 인도․터키와 어떤 모양새로 무역갈등을 진행하고 마무리할 지 조금 더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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