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기자

[뉴스워커_국제정세] 미군이 지원하는 시리아민주군(SDF)이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했다고 선언했다. 그 전날 트럼프 대통령도 시리아에서 IS 점령지역이 100% 제거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국제사회가 IS를 제거하는데 5년가량이 걸렸다. 그러나 외신들과 전문가들은 IS는 단순히 흩어져 고립된 것이므로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IS 점령지 지도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쿠르드족 주도 ‘시리아민주군(SDF)'의 무스타파 발리 대변인은 지난 23일 “SDF가 이른바 칼리프국을 완전히 제거하고 IS를 영토면에서 100% 무찔렀다”고 선언했다. SDF가 IS의 마지막 소굴인 바구즈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IS 잔당을 철저히 소탕할 때까지 전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SDF가 IS 격퇴했다고 선언했던 전날, 미국 백악관에서는 “칼리국의 영토를 100%를 제거했다”고 먼저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 IS가 점령했던 지역을 표시한 지도와 현재 IS의 영토가 사라진 지도를 함께 보여주면서 “축하한다. 지도는 가져가도 된다”며 “이제 그럴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라크 정규군(ISF) 및 SDF을 포함해 IS를 격퇴하려는 국제 공조 파트너들과 함께 미국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모든 IS 점령지역을 해방시켰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또한 “취임 초기인 2년 전만 해도 IS는 이라크와 시라아에서 광범위한 영토를 점령하고 있었으며 그 이후 우리는 2만 제곱마일 이상의 영토를 되찾고 IS 칼리프로부터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과 이라크인을 해방시켰다”고 말했다.

SDF는 지난 달 초 바구즈를 완전히 포위하고 IS 숨통을 조인 후 수 주간에 걸쳐 치열한 전투 끝에 난민 수천 명과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끝에 바구즈를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IS 잔당을 소탕하려는 최후 전투가 격화돼 하루 만에 IS 진영에서 수십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IS 격퇴작전 종료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를 위해 지난 달 20일 민간인 대피작업을 이달 10일까지 종료하고, 다음 날인 11일 총공격을 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도 시리아 동부 바구즈에 있는 IS 마지막 소굴을 공습했다. 그리고는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IS가 오늘 밤 안으로 사라질 것”이라면서 완전한 IS격퇴를 예고했었다.

◆ 여전한 불씨 남아

IS는 지난 2014년 6월, 칼리프가 다스리는 이슬람 신정일치 국가인 이른바 칼리프국을 선언했다. 그러자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IS 격퇴작전을 승인하고 국제사회 공조로 IS 완전 제거에 나섰다.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세 영국 영토와 비슷한 규모의 점령지를 차지하고 있던 IS는 국제사회 공조에 의해 2016년부터는 패퇴를 거듭하며 그 점령지가 점점 줄어들었고, 23일 ‘IS 격퇴선언’하기까지 약 4년 9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IS에 대한 섣부른 승리 선언을 경계하고 나섰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수만 명’의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IS가 무장활동과 게릴라 전술, 온라인 선전활동으로 언제든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도 IS가 궤멸 전 미리 이라크와 시리아 이외 지역으로 퍼져 소규모 활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언제든 부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 IS 격퇴 일등공신 ‘쿠르드족’ 문제도 남아

극단주의 관련 전문가들은 IS 격퇴가 ‘끝’이 아니라 힘의 공백을 이용한 주변국 각축의 ‘시작’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AFP통신도 SDF의 선언에도 전투가 끝나기까지는 갈 길이 멀 뿐 아니라 미군의 철수 후 쿠르드족 문제와 알카에다 연계조직이 장악한 이들리브, 터키와 시리아, 러시아 등의 이해관계 등이 여전한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당장 IS 격퇴 일등공신인 시리아 ‘쿠르드족’이 공격받을 수 있다. 시리아 IS 격퇴전 지상군 부대인 SDF의 주축이 바로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이다. YGP와 정치세력은 시리아 북동부를 통제했는데, 시리아 내전이 발생하면서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이 수도와 서부 거점 방어를 위해 북부에서 군대를 철수하면서 북동부 쿠르드 지역 통제력을 상실하자 이들은 이곳에서 자치를 하기 시작했다.

아랍의 봄을 계기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내전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이러한 혼란을 틈 타 IS가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지만 쿠르드 민병대가 이들에게 저항했다. IS 격퇴를 이유로 시리아 군사에 개입한 미국은 이때 쿠르드 세력과 손을 잡고 IS 격퇴에 함께 하는 한편 쿠르드족의 방패역할을 자처해왔다.

앞서 언급했듯 쿠르드족은 시리아 북동부의 석유가 풍부한 지역에 자치구를 수립했는데, 이곳은 ‘쿠르드족’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터키의 인접지인데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영토회복을 노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미군이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해 있어 터키의 위협으로부터 방패 역할을 담당했고, 시리아 정부의 손에 넘어가는 것도 막아왔다.

그러나 미군은 IS 격퇴 후 시리아에서 철수하겠다고 지난해 12월 선언한 바 있기 때문에 당장 쿠르드족은 터키와 시리아 정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사 분석가인 니콜라스 헤라스는 “미군이 SDF가 IS의 잔불을 다 끌 수 있도록 도우며 오래 주둔할수록 쿠르드족에게 좋다”고 조언했다.

미국 정부도 IS 무장세력 1만5000명~2만 명가량이 은신 중이고, 언제든 재건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미군의 섣부른 시리아 철군은 없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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