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급격한 성장세를 이루냈던 패션그룹 형지, 이제 이곳이 쇠퇴의 길로 걷는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업황 불황을 헤쳐나갈 묘수가 필요한 때로 보인다.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 2담당>

[뉴스워커_기업분석] 최병오 회장은 동대문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PT.ELITE, 라젤로, 에스콰이어 등 여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굴지의 패션업계로 이끈 사실은 유명한 경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최병오 회장의 장녀 최혜원씨가 패션아이앤씨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권 승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최병오 회장의 무리한 인수전으로 인한 재무안전성 감소 등으로 위기에 직면했으며 경영권을 이어 받은 최병오 회장의 장녀 최혜원 형지아이앤씨 대표이사의 경영 성과가 좋지 않아 질타를 받고 있다. 또한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계열사가 허다해 역시 오너일가의 경영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무리한 경영은 곧 회사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형지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해왔다. 패션업계는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리스크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으므로 사업 다각화는 기업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그러나 무리한 인수합병은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에게 귀결되기도 한다.

형지엘리트는 2015년 3월 구,이에프씨를 인수해 370억원을 투자해 현,형지에스콰이어를 새 사업부문으로 영위하게 되었다. 하지만 취득 당시 형지엘리트의 자산가액 744억9184만원인 것을 고려했을 때 취득가액이 자산가액의 49.67%에 달한다는 사실만으로 다소 무리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 자료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위 표에서 에스콰이어를 인수한 후 형지엘리트의 재무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다. 에스콰이어 인수 직후 2년 동안 부채비율이 상당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2016년 8월 2백억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대규모 인수로 부족해진 자금력을 보완했던 적이 있었던 만큼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은 뻔한 결과였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당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 자료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형지엘리트 사업보고서(2018.06, 2017.06))

형지엘리트의 2015.06부터 3년 동안의 실적 추이를 보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 속에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을 부담하기엔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상태니 이자보상배율 역시 마이너스 상태를 의미하고 이는 부채 상환능력이 전무하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전환사채 이외에도 2018년 6월 기준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으로부터 차입한 단기 및 장기차입금만 해도 130억5800만원으로 이자비용만 수천만원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형지엘리트의 재무안전성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재무구조 개선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영진은 자산 매각을 감행하게 된다. 형지엘리트는 2016년 6월 서울 금천구 소재 토지 및 건물을 98억원에, 2017년 9월엔 형지에스콰이어가 소유하고 있던 부산 소재의 토지 및 건물을 166억5천만원에 매각하는 등 재무안정성 확보에 집중했다. 하지만 자산매각으로도 재무구조 개선이 여의치 않자 결국 지난 2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총 166억8천만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 자료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형지엘리트 사업보고서(2018.06, 2017.06))

과도한 인수금액으로 악화된 재무상태를 메꾸기 위해 주주에게 손을 벌렸고 이 과정에서 형지엘리트의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형지아이앤씨, 형지리테일의 주식이 희석되는 결과를 안게 되었다.

▲ 자료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형지엘리트 사업보고서(2018.06, 2017.06))

위 그림은 최병오 회장 오너 일가가 거느리고 있는 형지패션그룹의 지배구조를 나타낸 것이다. 형지리테일, 패션형지그룹은 최병호 회장과 그의 두 자녀 최혜원 형지아이앤씨 대표이사, 최준호 형지엘리티 이사가 100% 소유하고 있는 개인 회사다. 또한 형지아이앤씨는 오너일가와 특수관계기업이 체 주식의 51.99%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완벽한 지주사 체제는 아니지만 패션형지그룹이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형지엘리트는 사업형 지주회사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형지엘리트에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고 형지리테일, 패션형지그룹, 형지아이앤씨 등을 거쳐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형태다.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주식 희석은 오너 일가에게 기업 장악력을 약화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결과적으로 무리한 경영의사결정은 때로 기업가치를 낮추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회사 실적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내린 인수 결정으로 인해 재무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자 자산을 떼다 팔거나 유상증자를 단행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일은 결코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최병오 회장의 경영권 바톤 이어받은 최혜원 대표이사, 경영 자질은 글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각종 오너리스크가 비일비재한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특성상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까지 견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부 산업에서는 이와 관련된 오너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아예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형지그룹의 경우 최병오 회장의 장녀 최혜원씨는 2016년 6월에 형지아이앤씨 대표로 취임하며 2세경영 체제에 시동을 걸었다.

▲ 자료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형지아이앤씨 사업보고서(2018.12, 2016.12))

안타깝게도 최혜원 대표이사는 형지아이앤씨를 운영하며 경영 자질에 대한 논란에 부딪혔다.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최대표가 취임한 2016년을 기점으로 매출액은 연속적으로 하락했으며 2017년의 경우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곤두박질쳤다. 형지아이앤씨 측은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을 겪었고 당시 중국에 진출했던 사업을 철수하며 발생한 손실 및 관계자 투자주식 손상차손으로 인한 적자전환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동종업계 경쟁사의 경우 오히려 반등한 경우도 있어 단순히 불가피한 외부 환경요소로 실적 하락을 설명하기에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 자료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형지아이앤씨 사업보고서(2018.12))

최혜원 대표이사가 취임한 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적자전환해 3년 동안 실적이 저조해 결손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6년 이익잉여금이 54억4216만원이었던 것이 2017년 1년 사이에 약 5배나 감소해 205억4126만원의 결손금으로 돌아섰다. 지난해의 경우 262억3536만원으로 결손금의 폭이 더 커졌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 역시 3년 연속 높아졌다. 2016년 104.68%였던 부채비율이 2년 사이 2배나 증가했기 때문에 재무안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형지그룹은 전반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실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특히 무리하게 인수한 형지에스콰이어가 형지엘리트의 매출액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만큼 해당 사업분야에서 매출 모멘텀의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최혜원 형지아이앤씨 대표이사가 철저한 사업 전략을 통해 실적을 개선하는 것이 2세경영인으로서 실력을 입증하는 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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