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노 딜 브렉시트’ 공포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사임을 밝힌 이후, 집권 보수당 내 차기 총리 후보 지지율 1, 2위에 오른 보리슨 존슨 전 외교장관과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 장관은 모두 합의가 없어도 10월 말에 유럽연합(EU)을 떠나겠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현재 개표가 진행 중인 영국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노 딜 브렉시트’가 국민의 뜻이라고 말하는 패라지가 이끄는 브렉시트당이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노 딜 브렉시트’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 영국에서 ‘노 딜 브렉시트’ 공포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사임을 밝힌 이후, 집권 보수당 내 차기 총리 후보 지지율 1, 2위에 오른 보리슨 존슨 전 외교장관과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 장관은 모두 합의가 없어도 10월 말에 유럽연합(EU)을 떠나겠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현재 개표가 진행 중인 영국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노 딜 브렉시트’가 국민의 뜻이라고 말하는 패라지가 이끄는 브렉시트당이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노 딜 브렉시트’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 메이 뒤를 이을 차기 총리 후보들 ‘10월, EU 무조건 떠난다’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당대표직에서 내려오겠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그를 사임하게 만든 결정적 동기는 21일 언급한 ‘제2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추진’ 때문이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 카드를 꺼냈지만 보수당 의원들이 격렬히 반대했고, 급기야 보수당 내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에서는 22일 밤 당규 개정에 대한 비밀투표를 실시해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메이 총리는 약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다음 달 7일 사퇴한다고 밝혔으며, 메이 총리와 보수당은 10일부터 당 경선을 시작해 7월 말까지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동의했다. 당 대표는 자동적으로 총리직을 승계하게 된다.

집권 보수당 내에서는 메이 총리의 사퇴를 기다렸다는 듯이 당권 경쟁이 뜨겁다. 현재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과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부 장관,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부 장관 등 8명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 가운데 존슨 전 장관과 라브 전 장관이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더타임스 등 언론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으며, 이 두 후보를 포함해 도전장을 내민 8명 중 누가 총리직을 맡든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존슨 전 장관은 24일 스위스경제포럼(SEF) 연설에서 “합의하든 안 하든 우리는 10월 31일 EU를 떠날 것”이라면서 “좋은 합의를 얻기 위해서는 노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브 장관도 25일 더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영국은 EU에 의해 굴욕을 당하며 진흙탕에 빠져있다”며 “늦어도 10월 31일에는 EU를 무조건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다른 후보들도 강경한 브렉시트 찬성론자로 알려져 있어,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 英, 유럽의회선거에서 강경 ‘브렉시트당’ 가장 많은 의석 차지

더구나 신생 브렉시트당이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면서 ‘노 딜 브렉시트’에 힘을 실었다. 23일부터 시작된 EU의회 선거에서 영국은 비례대표제 시스템하에 모두 73명의 유럽의회의원(MEP)을 뽑게 되는데, 26일 선거를 마치고 그날 오후 10시부터 개표에 들어갔다. 12개 선거구 가운데 8개 선거구 개표가 완료된 27일 오전 현재 모두 64명의 유럽의회 의원이 확정됐다. 여기서 브렉시트당이 28석을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고 자유민주당이 15석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브렉시트당은 이름처럼 강경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당이다. 특히 대표인 패라지는 ‘노 딜 브렉시트’를 국민의 뜻이라고 말할 정도로 매우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가디언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브렉시트당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집권 보수당의 강경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이 힘을 얻었다”고 보도했고, 더타임스는 “영국의 유럽의회 선거 참가는 정치권을 극단적으로 분열시켰다”면서 “브렉시트 협상안 통과가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 ‘노 딜 브렉시트’ 확률 33%로 상향, 영국 재계도 우려

메이 총리의 사임 표명 이후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자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노딜 브렉시트’ 확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10%대였던 노딜 브렉시트 확률은 메이 총리의 사임 표명 후 33%로 급등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JP모건은 15%에서 25%로, 골드만삭스는 10%에서 15%로, BNP파리바는 2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메이 총리의 사임이 영국과 주변국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영국 재계, 특히 제조업체들이 메이 사퇴에 따른 불확실성 증폭에 우려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영국의 경영자협회(IOD) 에드윈 모건 사무장 권한대행은 “노딜은 여전히 기업에는 심각하고, 점차 증가하는 걱정거리로 누가 권력을 잡든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영국 상공회의소 애덤 마셜 사무국장은 “새 총리 선출은 신속히 이뤄져야 하고, 곧바로 지금의 교착상태를 풀 명확한 계획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면서 “새 총리는 혼란을 바로잡고, 무질서한 EU 탈퇴, 즉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높아진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은 물론 유럽과 교역하는 국가들의 경제까지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또 하나의 글로벌 경제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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