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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남북정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친서를 받은 것을 공개하며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등 비핵화 협상 재개의 기류가 흐르는 모양새다.

23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받은 친서를 읽는 사진과 함께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셨다”고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친서를 보냈는지 시점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생일 축하 편지를 전달받았다”고 친서를 공개한 바 있어 이에 대한 답신의 성격이라고 추정된다.

◆ 김정은 “흥미로운 내용” 언급에 눈길…내용은 파악되지 않아

눈길을 끄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언급한 ‘흥미로운 내용’이라는 표현이다. 어떤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김 위원장이 이를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한 부분에 이목이 끌리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3일 노르웨이 순방 도중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내용에 대해 미국이 알려준 바가 있다”며 “친서(의) 내용(에 대한) 소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지 않은 아주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흥미로운’ 어떤 제안이 오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미 비핵화 대화가 다시 한 번 추동을 받는 모양새다.

우선 지지부진했던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북미 정상이 친서 외교로 대화 재개 의사를 알리면서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이목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8일~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한 뒤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 트럼프 DMZ 방문 성사될 경우 북미간 만남 이뤄질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중 주목되고 있는 것은 비무장지대(DMZ) 시찰이다. 아직까지 DMZ 시찰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미 정부는 양 정상의 시찰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아사히 신문은 복수의 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에서 연설도 할 예정”이라며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이 정체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해 시찰할 수 있다는 일정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북미 정상간 만남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긍정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쇼’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9일 오후 방한해 30일 오전에 정상회담을 하고, 오후 2시쯤 DMZ에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2~3시쯤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만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북쪽 지역으로 못 넘어갈 이유도 없다. 세계적인 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아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같은 곳에서 죽을 쑤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내가 지금 띄워줄 용의가 있다. 나와 한번만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식의 이야기가 건너갔기에 트럼프 대통령에 좀 더 구체적으로 ‘오사카에서 서울에 갔다가 잠시 판문점으로 갈테니 거기서 만나는 것은 어떤가’(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같은 추측을 설명하며 “그러지 않고는 친서를 그렇게 유심히 들여다보는 모양을 일부러 공개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북미간 대화가 급진전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선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 조선중앙통신 그리고 노동신문(을) 통해서 보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도를 가지고 통일부의 입장을 설명드리는 것은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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