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연수사업 부실 심사

민주당 홍영표 의원(부평을)이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금 수준이 월 20만원에 불과한 해외취업일자리 취업연수를 위해 950만원의 보조금이 투입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과학대학교 ‘피지 사무행정 및 레저스포츠 강사 양성 과정’의 경우, 월 300에서 480 피지달러를 받는 일자리를 대상으로 취업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300 피지달러를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약 17만 4천원이다. 피지국립대에서 진행되는 6개월의 연수기간 동안 지자체가 지원하는 생계비인 월5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지극히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이유는 사실상 해당 프로그램이 취업연수가 아닌 국비지원 어학연수처럼 운영되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서의 연수계획에 따르면 총 960시간의 교육시간 중 20시간 ‘피지의 생활과 문화’를 제외한 940시간이 영어교육이며, 참가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현지에서 취업해야할 의무도 없다.

2013년에 승인된 해외취업연수 프로그램 중 월 20만원 일자리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하나가 아니다. ㈜해외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는 ‘피지국립대학교 행정직 및 공항관리공단 취업연수과정’ 또한 월 300피지 달러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사업계획서에 기재되어 있다. 근무조건과 교육과정이 경북과학대학의 프로그램과 매우 흡사하다. 

자료를 분석한 홍영표 의원에 따르면, 두 프로그램의 사업계획서가 단순히 근로조건, 교육과정 등 내용만 유사한 것이 아니라 사업계획서의 11페이지 분량이 완벽히 동일하며, 나머지 부분도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사 수준으로 비슷한 두 사업계획서가 월 20만원의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모두 해외취업연수사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확인 결과, ㈜해외교육진흥원은 2013년 상반기 선정된 29개 프로그램 중 4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경북과학대학의 피지 연수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동명대학교의 호주 연수프로그램과도 거의 동일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사업에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홍영표 의원은 “월 20만원의 낮은 임금 일자리에 취업하는 프로그램과 복사 수준으로 동일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프로그램들이 선정된 사업 심사 과정이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K-Move 국정과제 선정으로 해외취업연수에 올 해에만 90억원이 넘는 예산이 지출되는 만큼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따져 예산낭비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