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경제왜란] 정부, 일본 백색국가 제외...경제 전면전될까, 협상 지렛대될까
[뉴스워커_경제왜란] 정부, 일본 백색국가 제외...경제 전면전될까, 협상 지렛대될까
  • 박경희 기자
  • 승인 2019.08.1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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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에 대해 한국도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로 답을 했다. 한일 정치 국면이 점점 감정과 힘의 논리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경제왜란] 우리 정부도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간소화 우대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맞대응 조치인데, 당초 허가지역 중 ‘다’로 분류하는 카드를 검토하다가 다소 완화된 ‘가의2’ 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하지만,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전달함으로써 ‘투트랙 접근’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다.

◆ 당초 ‘다’ 지역에서 신설 ‘가의 2’ 지역으로 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현행 전략물자수출입고시상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1’과 ‘가의2’로 세분화한다면서 기존 백색국가는 ‘가의1’로 분류하고 일본은 ‘가의2’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을 사실상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이며 이르면 내달부터 시행하게 된다.

현재의 제도는 바세나르 협정 등 4대 다자간 전략물자 통제 체제에 모두 가입한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29개 지역을 ‘가’ 지역으로 묶어 각종 수출 심사 과정에서 우대해주고, 나머지는 ‘나’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자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다’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가의2’ 지역을 신설한 것은 일본이 4대 다자간 전략물자 통제 체제에 모두 가입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가의2’ 지역은 ‘나’ 지역 수준의 수출통제 규정을 적용하도록 개정했다. 일본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현실에 더 적합한 전략물자 통제제도 운영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로써 일본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던 포괄허가는 예외적 허용으로 바뀌고, 재수출이 불가하며, 신청 서류는 1종에서 3종으로 늘어난다. 또, 한 번 받으면 3년간 유지되던 수출허가 유효기간도 2년으로 줄어든다. 개별허가의 경우 제출 서류가 종전 3종에서 5종으로 늘어나고 심사 기간은 5일 이내에서 15일 이내로 늘어난다.

◆ 일본에 영향 미치나…한국서 수입 비중 높은 스테인리스강 열간압연, 비금속 할로겐화 등 품목 백색국가 제외 결정에 영향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 품목에 대해 수출을 규제함으로써 한국을 정밀타격 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리 정부가 관리하는 전략물자 품목은 모두 1735개 가운데 일본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 스테인리스강 열간압연, 비금속 할로겐화 등의 품목이 이번 백색국가 제외 결정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의 한국 수입 물량 비중이 높지 않고, 수입 대체선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일본에 영향을 주기에는 부족하다는 관점이다. 따라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은 실효성이 없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정부에서 이 사실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굳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은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을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당초보다 보복 수위를 낮춤으로써 협상의 여지도 남겼다.

12일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한 성윤모 장관도 “의견 수렴 기간에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의견 수렴 기간인 통상적인 고시 개정 정차에 따라 20일간의 의견수렴과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9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 우리나라 기업에는 피해 없나?

우리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함으로써 발생하는 우리 기업에 대한 피해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본의 경우는 확실히 역풍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소재업체가 최근 삼성전자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에도 불구하고 거래를 유지해 달라는 의사를 밝혀왔고, 반도체용 감광액, 레지스트를 만드는 일본 도쿄오카 공업은 최근 한국 인천공장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또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일본 업체인 모리타화학공업은 연내에 중국의 합작공장에서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을 시작해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 및 한국에 수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일본 기업들은 역풍을 피해 스스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일본에 맞대응 수위를 낮춘 것은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도 12일 열린 브리핑을 통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면서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한 수출통제체제는 민간의 정상적인 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 일본 정부의 반응…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협상 해올까

우리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더 감정적으로 나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맞대응 보다는 외교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국내 전문가조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우리 의도대로 협상을 해올지 의문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협의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한국이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에 대해 강한 태도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 외무성 간부는 “즉각 (일본에) 큰 영향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현 단계에서는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우리 정부의 대응이 한․일 간 경제전쟁의 확산 요인이 될지, 대화의 통로가 될지는 일본의 행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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