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 운반선 전도 41시간 만에 전원 구조...사고 원인은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 운반선 전도 41시간 만에 전원 구조...사고 원인은
  • 박경희 기자
  • 승인 2019.09.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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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號)가 미 조지아주 브런즈웍항 해상에서 전도돼 선체에 갇혀 있던 한국인 선원 4명이 41시간 만에 구조됐다. 이로써 미국에서 중동으로 수출되는 글로벌 완성차를 싣고 가던 길에 사고가 난 이 선박에 타고 있던 선원 전원이 무사 생환으로 마무리 됐으며, 이제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에 대한 조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긴박했던 미 해안경비대의 구조 작업

지난 8일 오전 1시 40분쯤(현지시간), 조지아주 브런즈웍 항의 내항에서 외항으로 운항하던 골든레이호는 선체가 옆으로 기울었다. 오전 2시쯤 소식을 들은 미 해안경비대(USCG)는 바로 구조인력을 배치해 선박에 승선해 있던 24명 가운데 20명을 대피시키거나 구조했다. 구조된 인원은 필리핀인 13명, 미국 도선사 1명, 한국인 6명인데, 구조되지 못하고 선체에 남은 4명 모두 한국인이었다.

선체에 화재가 발생해 연기와 불길 탓에 구조대원들이 선내에 깊숙이 진입하지 못해 한국인 4명은 선체에 구조되지 못한 채로 남아있어야 했다. 미 해안경비대 찰스턴지부를 이끄는 존 리드 대령은 선체 화재의 진화 여부, 선박 고정화 작업 등을 마무리 한 채 선내 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사고 발생 13시간 만에 구조작업이 일시 중단됐던 것이다.

그런데 브런즈 웍의 외부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돌고 습도까지 높은 상황이라 구조를 기다리는 4명의 선원의 건강이 자칫 위험해 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미 구조팀은 선체에 작은 구멍을 뚫어 음식료품을 공수했고, 추가로 구멍을 만들어 3명의 선원이 빠져나오도록 출입구를 만들었다. 따로 떨어져 있던 나머지 1명의 선원은 엔지니어링 칸의 강화유리 뒤편에 갇혀있었던 탓에 마지막으로 구조됐다. 별도 공간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음식료품을 공급받지는 못했지만 환풍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공기 흐름상에 문제가 없어 구조된 직후에도 건강 상태가 양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사고 원인은?

골든레이호는 7만톤급의 현대글로비스의 대형 자동차운반선(PCC)로 2017년 건조됐으며, 마셜제도 국적이다. 한번에 7천400여배를 수송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4천여 대를 싣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고 중동 지역으로 수출되는 완성차가 약 20%이고, 대부분은 미국 완성차 업체의 수출 물량이 실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선박의 사고 원인은 무엇일지에 대해 관심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4천여 대밖에 실려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과적의 원인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기계적 결함은 없었을까. 국회 농림축산식품영양수산위원회 황주홍 의원실이 한국선급에서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2017년부터 올해까지 골든레이호는 4차례 정기․임시 검사를 받았고, 2018년 12월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받은 ‘항만통제국 검사(PSC)’에서 특별한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2월 12일 X밴드레이더를 교체하고 임시 검사를 받았는데, 이때도 별 이상은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지 언론들은 선박결함보다는 현지 지형과 물상 등 외부상황이거나 도선사의 실수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현지 지역 언론 브룬스웍(Brunswick news)은 당시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골든레이호가 항구에 나가면서 당시 들어오던 배와 지나친 후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상황에서 도선사가 실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사고 당시 골든레이호는 현지 상황을 잘 아는 미국 도선사가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당시 맞은편에서 일본 미쓰이사의 에메랄드 에이스호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두 선박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골든레이호가 급하게 방향을 꺾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렇더라도 대형선박은 쉽게 전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골든레이호가 출항 당시 복원력이 떨어진 상태였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는 사고가 난 해역의 수심이 낮은 것과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사고 해역은 수심이 10m 가량으로 매우 얕으며 골든레이호는 길이 200m, 너비 35m, 높이는 36m다.

36m의 높이 중 최대 10.6m는 물 안에 잠겨 있어야 운항이 가능한 배인데, 수심이 10m 밖에 안 되니 선박의 균형을 위해 담긴 평형수를 적지 않게 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상태에서 차량을 위쪽 데크에 집중해 적재할 경우, 선박 아랫부분은 가볍고 윗부분은 무거워져 과격한 회전을 하면 원심력에 의해 배가 전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물류 업계 관계자는 대형 화물 운반선은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20개 안팎의 항구를 거치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선박 안정성을 고려한 이상적인 화물 적재가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미 해안경비대 찰스턴 지부의 존 리드 지부장은 “골든레이호가 항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외해로 나가려나다가 전도 됐고, 좌현에서 전도되기 전에 우현으로 크게 기울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는 복원력이 부족한 배들의 전조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골든레이에 설치된 운항기록장치(VDR)가 수거되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대 글로비스의 피해는 없을까. 보통 해운사가 운영하는 선박은 선체 및 선박화물에 대한 보험이 가입돼 있기 때문에 선박 사고 발생 시 해운사에 재무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말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에 선체보험이, 영국보험조합인 노스오브인글랜드 P&I 어소시에이션에 선주책임상호보험이 각각 가입돼 있다고 공시했는데, 보험가입금액은 현대해상화재 1047억원(8750만 달러), 노스오브인글랜드 P&I 어소시에이션 9조8146억원(82억 달러)로 10조원 규모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수주 모멘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등 PCC 사업은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한국투자증권의 전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PCC 사업 위축될 것으로 한국투자증권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