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대립을 피하는 것을 선택한 한국GM노조, 경영진에 손 내밀면 어떨지...

[뉴스워커_기자수첩] 지난 9월 30일 한국GM 노조는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성실교섭촉구 기간으로 설정하고 정상근무에 돌입하며 잔업거부와 특근거부도 일시적으로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성과급과 사기진작 격려금의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등의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 노사 간의 의견 차이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협상으로 인한 타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노조가 잠깐일 수 있지만 극단적인 대립보다는 사측과의 대화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국GM의 9월 판매실적은 내수 시장에 5171대, 수출 시장에 1만6222대를 판매하여 합계 2만1393대의 판매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38.6% 감소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석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의 축소와 파업의 영향을 그 이유로 언급하고 있다.

저조한 9월 판매실적은 누적 판매실적에도 영향을 미쳐 올해 1~9월 누적 판매는 30만 8933대를 기록하여 전년 동기에 기록한 34만 1349대에 비해 9.5% 감소했다.

한편 추석 연휴로 영업일수가 감소하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9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2.3% 감소한 66만 2949대를 기록했는데 이 감소폭과 한국GM의 판매량 감소폭을 비교해보면 한국GM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컸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극단적인 대립을 회피하고 대화에 의한 협상을 선택한 한국GM 노조의 선택을 우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면이 존재한다.

최근 발생한 노조와 회사 사이의 갈등으로 한국GM 자체의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 자동차 산업 전체와 ‘글로벌GM’의 상황도 좋다고 평가하기 힘들기 때문에 한국GM 노조가 이를 고려할 필요는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세계 주요국 자동차 판매량은 719만대로 전년 동월에 비해 3.9% 감소했으며, 1~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5940만대로 전년 동기대비 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자동차 산업이 불황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회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자동차 수요 감소가 원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12개월 연속 감소하여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부진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하여 현지시각으로 지난 10월 1일 ‘AFP통신’은 ‘JP모간체이스’가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GM 노조의 파업으로 지금까지 GM이 입은 피해액수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070억 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파업으로 GM이 입는 손실액이 하루에 5000만~1억 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글로벌GM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미국 공장의 파업으로 부품이 부족하게 된 멕시코 공장에서는 직원 6000명이 임시 해고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와 관련하여 GM대변인은 임시적인 해고라고 밝혔지만 향후 진행 상황은 불투명하다.

분쟁이 발생한 집단 사이에 조언을 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일임은 분명하고 최악의 경우 두 집단으로부터 동시에 비난을 받을 수 있기에 위험부담이 크다.

게다가 외부인이 분쟁 관련 정보를 입수한다고 해도 집단 구성원들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공정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분쟁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집단 구성원들이 대화의 채널을 열고 서로의 입장 차이를 설명하면서 그 차이를 줄이려고 시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전제하에서 한국GM이 처해있는 상황에서는 회사 경영진과 노동자들이 마주 앉아 서로의 입장 차이를 상대에게 설명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회사 경영진과 노동자들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극한대립을 펼칠 경우 두 집단이 소속되어 있는 한국GM이라는 단체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량이라는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때 애프터서비스 등 판매회사가 제공하는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노조와 회사가 극한대립상태를 지속한다면 소비자로서는 차량을 구매할 때 폐업 혹은 철수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상정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극단적인 대립 상황이 지속된다면 차량의 제작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소비자로서는 제 때에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는지 혹은 차량 성능에 문제는 없는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GM은 초래하지 않아도 되는 핸디캡을 스스로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편 국민의 입장에서는 한국GM 철수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경제 불황 심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노동자들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에서 산업은행을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 왜 한국GM 노조와 경영진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서로 합심하지 않고 극단적인 대립으로 경영을 어렵게 하는가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반응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여론도 한국GM의 상황에 우호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며 대외적으로도 한국GM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 한국GM의 극한대립에 그 입지가 좁아지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한국GM은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질 가능성도 적잖이 존재한다.

그래서 주제넘은 짓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GM 노조와 경영진이 극한대립을 풀고 대화를 통해 입장 차이를 좁혀 나갔으면 하고 성실교섭촉구 기간에 합의를 하지 못해도 극한대립보다는 대화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노조는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경영진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경영진은 고용불안이나 임금 동결로 인한 생활 불안정을 느끼는 노조의 입장을 고려하여 서로가 운명공동체로서 서로의 우려를 보듬을 필요가 있다.

한국GM의 경영 정상화가 조기에 이뤄져서 경영진과 노조가 서로 윈윈하는 상황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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