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사업의 근거가 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지난 2003년 7월 1일 이후 숱한 변천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중 지난 2012년 2월 1일 개정된 ‘정비구역 지정 또는 조합설립 이후라도 주민 다수의 의사에 따라 사업방향을 달리 조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주민 반대 50% 이상이면 조합이 설립된 상태라 할지라도 인가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런 근거로 재건축 또는 재개발사업이 취소된 사례가 많다. 한데 이와 관련해 특히 재개발사업이 많은 이유는 왜일까.

실제로 최초로 취소된 곳 역시 재개발구역으로 2012년 5월 24일 수원113-5구역 재개발사업이 수원시에 의해 조합설립인가 취소 처분됐다.

이 뿐 아니라 경기도 부천의 춘의1-1 재개발 또한 조합인가가 취소됐고 이로 인해 조합원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다. 이처럼 유독 재개발사업의 취소처분이 많았던 이유에는 도시정비법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의 감정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데 조합원들은 그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구역지정 취소 등의 사래가 많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얘기다.

J감정평가법인의 K평가사는 “재건축의 경우 개발이익을 포함하여 감정평가금액(종전자산평가금액)을 산정하지만 재개발은 개발이익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종전자산평가를 하게 된다”며 “이 때문에 재개발 조합원으로부터 원성을 많이 듣게 된다”고 전했다.

설명하면,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사업단계별로 시세가 상승하는데, 감정평가금액은 시세상승분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감정평가금액이 낮게 나오는 것이라는 게 평가사의 설명이다.

 

재개발사업은 공익사업의 성격을 담고 있어 법률상 공익사업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준용한다.

K감정평가법인 평가사는 “개발 사업을 하다보면 용도지역 변경을 통해 종상향(1→2→3종으로 1단계 올리는 것)을 하게 되고, 이때 토지이용가치의 상승으로 토지가격도 오르게 된다.”며 “다만 재개발사업에서는 이런 토지가격 상승에 따른 개발이익을 감정평가액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재개발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은 배제된 상태에서 감정평가를 받는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감정평가 금액이 실제 가격 상승분의 20~30% 밖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정평가금액이 해당 재개발구역 부동산 거래금액과 심하게는 50%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주민들이 감정평가금액에 대해 원성을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재건축사업은 개발이익을 포함해 평가하기 때문에 감정평가액 또한 개발이익이 포함된 금액이 조합원에게 전달된다. 여기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의 차이가 있다.

국토해양부 부동산평가과 관계자는 “(정비사업에서의)감정평가는 기존 주택 외에도 토지의 형태나 위치 등 개별요인이 고려된다”며 “이를 시세반영율이라고 하는데,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올라간 시세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개발사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가정 아래 적정 시세를 평가, 즉 정상적인 지가상승률만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개발지역에서의 감정평가는 개발이 이뤄지는 지역이 아닌, 인근의 유사하지만 개발사업이 추진되지 않는 지역의 시세를 고려하여 평가한다”고 말했다.

지역과 위치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재개발지역에서 거래가 활성화돼 거래가가 많이 올랐더라도 그 지역이 아닌 유사한 지역을 토대로 평가하게 돼 있어 실제 거래 금액보다 적게는 20~30% 많게는 50%씩 차이가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낮게 평가된 금액은 재개발 조합원에게 불안감을 조장한다. 실제 거래가격은 1억5천만원인데 평가금액은 9천만원이라면 당연 이런 우려가 나올법도 하다.

한데 재개발사업에서의 관리처분에 따른 기존주택과 토지의 종전자산평가는 감정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한 권리가액으로 산정한다.

다시 말해, 감정평가액이 3.3㎡당 650만원이고 비례율이 110%라면 조합원에게 인정되는 권리가액은 715만원이다. 비례율은 분양총수입에서 총 사업비용을 뺀 후 이 값을 사업구역 내 종전자산가격 총액으로 나눠 곱하기 100을 하여 산정한다.

쉽게 설명하면 종전자산가액이 높을수록 비례율은 낮아지는 반면, 종전자산가액이 낮으면 비례율은 올라가게 된다. 예를 들어 분양 총수입이 100억원이고, 총 사업비용 50억원이 들었다면, 결과적으로 50억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여기에 종전자산총액이 40억원이라면 비례율은 125%가 나온다. (100-50÷40×100=125%)또 다른 예로 종전자산가액이 40억 보다 10억이 높은 50억이라면 비례율은 100%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100-50÷50×100=100%)

다만 새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고 현금으로 청산하는 주민에게는 재건축과 상대적으로 개발이익이 적용되지 않는 낮은 평가액을 적용받게 된다.

 

재개발사업의 감정평가는 정상적인 지가상승분과 표준지 공시지가를 반영하여 평가된다. 재개발사업에서 조합원의 감정평가금액을 높이는 방법은 매년 1월 1일 발표되는 표준지공시지가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상적이라면 각종 부동산세금 문제 등으로 공시지가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있겠지만 재개발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 표준지 공시지가 금액을 높여 달라는 요구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경우 종전자산가액은 올라가지만 상대적으로 비례율은 낮아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같은 권리가액이 도출될 수밖에 없다. 종전자산평가액 4억 원에 대해 125%를 적용하면 5억원의 권리가액이 나오며, 종전자산액 5억에 대해 100%의 비례율이 적용돼도 역시 5억원이 나오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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