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미국 특허소송 불리하게 진행, LG화학의 ‘증거 왜곡 논란’ 영향 미미할 듯
SK이노베이션 미국 특허소송 불리하게 진행, LG화학의 ‘증거 왜곡 논란’ 영향 미미할 듯
  • 한주희 기자
  • 승인 2019.12.03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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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가 조만간 LG화학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 11월 27일 ITC에 따르면, 불공정수입조사국(이하 OUII)이 지난 11월 15일 “LG화학의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OUII는 ITC 산하 조직으로서 공공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적 기관으로 활동하며, 소송 안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번에 OUII 측이 LG화학 주장을 반영하여 의견을 제출한 데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정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11월 초 ICT 측에 ‘조기 패소 판결’을 요청했다.

LG화학은 소송 진행 중 디스커버리(증거개시)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하고,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담긴 이메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를 ICT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 정황에 따라 ITC가 LG화학 관계자 입회하에 포렌식을 진행하도록 명령했지만, SK이노베이션이 이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OUII는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LG화학이 ITC 측에 제출한 이메일의 일부를 왜곡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메일의 전문과 원문을 보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내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메일 전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경영 부서에서 유관 부서에 LG화학의 소송 사실을 알리면서, 대응 방안을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을 요청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외에 근무 중인 배터리공장 건설 관련 부서 팀장 A 씨가 이메일을 팀원들에게 원문을 전달(포워딩·FW)하면서, ‘각자 경쟁사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는 본인의 메시지를 상단에 추가했다는 것이다.

LG화학 측은 위와 같은 사정을 모른 채, 원문의 내용(사업팀 의견 취합)을 누락 하고, ITC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LG화학이 자사에 유리하게 메일 원문을 뺀 화면으로 편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0일 ITC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당사는 회사 차원에서 증거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조기패소’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A 팀장의 이메일과 관련해 “불행하고 용납할 수 없다”라고 인정하면서도 “(A씨의 지시는) 단지 소규모 팀원들에게만 영향을 미쳤으며, 조직적인 자료 삭제 시도는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OUII 의견은 이메일의 증거인멸 정황만을 보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이 디지털 포렌식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회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소송 중에 팀장급 직원이 독자적 판단에 따라 삭제 지시를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OUII가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OUII는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훼손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또한,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았다”라며, “이런 행위 중 일부는 고의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다만, SK 측에게도 해명할 기회가 있어야 하므로 청문회가 필요하다고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TC 소송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으나, 포렌식 명령 이행 미흡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소송 중인 사안이라 밝히기 어렵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삭제 지시를 내린 A 팀장은 아직 회사에서 정상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ICT가 언제 최종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고, 결과도 예측할 수 없지만, 마지막까지 소송에 전념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입장, OUII의 의견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리게 된다. LG화학이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을 수용하면, 예비판결 단계까지 가지 않고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게 된다. 이후 최종 결정되면, SK이노베이션 관련 제품은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한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불공정 무역 행위를 감시하고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미국의 준사법적 독립기관이다. ITC는 사법기관이 아니라 행정기관이지만, 실질적으로 사법기관에 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식재산권이나 특허권 소송이 사법기관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침해가 인정될 경우 수입금지라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으므로 ITC 소송이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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