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대법원(출처_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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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노동조합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근로자별로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기존의 유리한 근로계약 내용이 우선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오늘(5일)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근로자 김모 씨가 레저업체 A 사를 상대로 낸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는 대개 회사의 취업규칙(사업장 내부 규칙) 변경을 통해 도입하는데, 취업규칙 내용을 기존 근로계약보다 불리하게 변경했을 경우, 이를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동의해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즉,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없었다면,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없고, 기존 유리했던 근로계약 내용이 적용된다는 의미이다.

앞서, 김 씨는 A 사에서 2003년부터 재직 중 연봉계약에 따라 임금을 받아왔다. 이후 김 씨는 회사 측으로부터 2014년 6월 노조 동의를 거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적용한다고 통보받았다. 김 씨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A 사는 2014년 10월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을 지급했다. 김 씨는 2014년 3월 연봉 7천여만 원을 받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맺은 상태였으나,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2014년 10월~2015년 6월(정년 2년 미만)에 기존 연봉의 60%, 2015년 7월~2016년 6월(정년 1년 미만)에 기존 연봉의 40%를 차등 지급받았다.

이에 김 씨는 기존 근로계약에 따라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근로자에게 불리하더라도 적법 절차를 거쳐 변경된 취업규칙이 우선인지, 근로자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기존에 유리한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되는지가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다.

1·2심에서는 “임금피크제와 다른 내용의 기존 연봉제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임금피크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라며, “기존 연봉제 적용을 배제하고 임금피크제가 우선으로 적용된다는 합의가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변경된 취업규칙 기준에 의해 유리한 기존 근로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 적용된다”라고 전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연봉을 60% 또는 40%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취업규칙(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기존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라고 김 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근로자 측 변호사는 “소송에 주저했던 다른 공공기관, 금융권 등 사업장 근로자들이 유사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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