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9세 나이 함평 군수... 나비 축제 기획하고 신화 창조해

전국 142개 산림조합 이끄는 산림조합중앙회 회장 당선

중앙 살림살이 흑자로 돌리고...2018년 제20대 산림조합중앙회장 재선 영광

7일 호남대학교 문화체육관 13시 30분 출판기념회 개최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다다를 수 없다.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은 이 사자성어를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할 때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열중하지 않고서는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다는 뜻의 말이다.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오른쪽)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오른쪽)

만 39세의 나이로 함평 군수가 돼 나비 축제를 기획하고 신화를 창조했던 과거부터 조합장도 아니면서 전국의 142개 산림조합을 이끄는 산림조합중앙회의 회장에 당선된 2014년에 이르기까지 항상 ‘불광불급’이란 이 사자성어를 품고 살았다는 설명이다.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은 만39세. 30대 젊은 군수로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2년간 함평군수를 지냈던 신화적 인물이다. 그 이전에는 12년간 KBS PD로 근무했다. 

함평군수를 그만둔 뒤에는 전남도지사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함평나비축제를 찾은 고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당시 이석형 군수가 나비를 날리고 있다.
함평나비축제를 찾은 고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당시 이석형 군수가 나비를 날리고 있다.

그런 그가 전국 142개 산림조합을 이끄는 산림조합중앙회 회장으로 당선되어 2014년 취임했다. 산림조합 중앙회는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등과 마찬가지로 전국 각지에 있는 지역조합과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자리이다. 

선거에 당선되던 2014년 당시에는 산림조합 안에서 점점 커지는 적자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조합이 사업을 잘해서 돈을 잘 벌어야 조합원들도 도울 수 있는 건데, 그때는 조합중앙회가 몇 년 연속적으로 적자를 보면서 오히려 조합원이 중앙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성장한 함평나비축제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성장한 함평나비축제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삼성계열사에서 투자 전문가를 영입해 중앙회가 갖고 있는 자금을 어디에다 투자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권한을 줬다. 

덕분에 취임 1년 뒤에는 중앙의 살림살이를 흑자로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2018년 10월 30일 제20대 산림조합중앙회장에 재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2017년 6월에는 새롭게 상조서비스도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 숲을 갖고 있는 산림중앙회인 만큼 수목장과 연계한 상조 서비스를 시작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2019년 2월 기준 산림조합원 상조서비스 가입자는 4만 5000여 명에 달한다. 

만 39세의 나이로 함평 군수가 됐던 1998년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함평은 ‘3무(無)의 고장이었다. 천연자원도 산업자원도 관광자원도 없었다. 하다못해 조선시대 귀양 온 선비 한명 없었다. 

이석형 회장과 조합대의원들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다 보니 가난할 수밖에 없는 고장이었다. 이름이 없으니까 함평에서 난 쌀, 고기, 과일, 야채들도 다른 이름 있는 지역들에서 난 농산물보다 값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고, 관광으로 돈을 번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 했을 일이었다.

그는 처음 군수에 취임하고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눈앞이 깜깜했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자란 함평이었지만 군 사정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갖고 있는 것은 논밭뿐이고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는 군 재정이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함평을 알려야만 했다. 블루오션을 찾아야만 했다. 일단 이름이 알려져서 브랜드가치를 높여야 농산물 값도 더 받고 사람들을 불러와 돈을 쓰고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함평군 신광면 상해임시정부청사
함평군 신광면 상해임시정부청사

12년간 방송국 PD로 일하면서 미디어가 무엇에 열광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우선 화제가 될 만한 일을 벌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축제를 기획하게 됐다. 

그냥 평범한 축제여서는 군민들끼리 즐기는 자리가 되고 말 터였다. 무엇인가 색다른 것, 가장 농촌다운 것, 가장 함평스러운 것이 필요했다. 

몇 달간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은 바로 나비였다. 꽃밭과 농작물 사이를 노니는 나비야말로 함평군의 친환경 농업을 홍보하기에 제격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곧바로 나비축제를 열자고 선언했다. 나비축제를 열겠다고 선언하자 주민들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조롱에 가까웠다. 

함평군 신광면 상해임시정부
함평군 신광면 상해임시정부

군수가 미쳤다는 반응부터 하찮은 곤충을 구경하겠다고 서울 광주 사람들이 잘도 오겠다. “저런 바보를 군수랍시고 뽑아났으니”와 같은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함평 나비축제는 대한민국 지역 축제 중 가장 성공한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언론들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제 함평의 농산물과 특산물의 종류마다 나비축제 브랜드를 활용한 상표를 개발해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므로 함평군의 브랜드 가치는 농산물과 특산물을 더 높은 값에 더 많이 팔려 나갔다. 정말 블루오션을 창조했다.

전라남도 함평군 신광면에는 윤봉길 의사와 김구 선생께서 의거를 계획하셨던 항일역사의 산실인 상해임시정부청사가 똑같은 크기로 재현되어 역사 교육의 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황금박쥐를 감상하는 이석형 회장
황금박쥐를 감상하고 있는 이석형 회장

외관뿐만 아니라 김구 선생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의 집무실과 회의실 등 가능한 원형을 그대로 재현해 2009년 독립운동가 일강 김철 선생님의 기념관 옆에 세웠다. 사람들은 마치 진짜 상해임시정부에 온 것처럼 착각했다.

1999년부터 시작된 함평 용천사 꽃무룻 축제는 지역 자원을 활용한 문화 경영은 세월이 흘러도 빛을 발휘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

존재감 없는 함평을 전국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는 나비축제라는 블루오션이다. 당시 이석형 군수는 조사를 통해 함평에 살고 있는 실제 황금박쥐가 162마리라는 것을 착안해 금 162키로의 황금박쥐를 제작했다. 또 하나의 문화콘텐츠의 완성이며 멋진 조형물이자 블루오션이다.

전국의 지자체장들이 자신의 업적을 남기려 대형 조형물을 제작하고 설치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애물단지가 되고 조형물로써 가치를 잃고 있다.

함평 꽃무릇 축제장의 이석형 회장
함평 꽃무릇 축제장의 이석형 회장

하지만 황금박쥐는 2004년 돈당 4만원, 2년 후가 지나 돈당 29만원까지 치솟았다. 금값 상승은 그렇다 치더라도 21세기 문화콘테츠로 함평의 영원한 조형물로 관광객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다.

이석형의 혜안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의 블루오션과 창조경영은 우리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므로 그의 출판기념회가 더 나은 미래의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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