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면 조합원 소유, 떨어지면 시공사에 떠넘긴다(?)

서울시 재건축·재개발사업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오세훈표 ‘공공관리제도’로 인해 조합원이 뿔났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오가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공공관리제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경우 조합원의 불이익을 최대한 없애고 시공사의 행포를 제지한다는 취지로 재건축·재개발 표준계약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을 보면 오히려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초례하는 사항들이 도처에 있어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사업 중 지분제사업과 도급제사업방식으로 나뉘는 사항에서 서울시는 지분제가 아닌 도급제방식을 추천하고 있다. 이 대로 할 경우 지금과 같은 부동산 하락기엔 오히려 조합원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는 꼴이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크게 술렁이고 있다.

도급제사업방식은 분양에 대한 책임을 조합이 안고 가며, 시공사는 단순 시공만 하면 그만인 사업방식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는 조합이 미분양에 대한 부담을 떠 앉아야 한다는 점에서 추천하기 어려운 방식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사안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도급제 방식을 추천하고 있어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해야 하는 강동구 고덕2단지와 서초 우성3차아파트재건축사업조합의 조합원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실제 최근 이 곳 중 한 조합원이 질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시 민원사항을 보면,

<도급제만 허용한다고 발표한 내용은 모든 조합이 따라야하는 강행규정인가>라는 내용으로, <서울시가 근거규정으로 내세운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48조(시공자 등의 선정기준) 제2항에는 조합은 제1항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할 때에는 법 제28조에 따라 인가된 사업시행계획서를 반영한 설계 도서를 작성하여 입찰에 부쳐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위 조항 뿐 아니라 조례 어디에도 “지분제는 금지한다”는 취지의 표현은 없다며 또한 상위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어디에도 ‘지분제 금지’는 규정하고 있다 않다는데 서울시가 도급제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도시정비법 제77조의 4와 서울시 정비조례 제48조에 따라 공공관리 적용대상인 정비 사업은 시공자를 선정함에 있어 사업시행인가 내용을 반영한 설계서(산출내역서 포함)를 작성하여 입찰에 부쳐야 합니다. 이번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은 지분제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라기보다 도급제와 지분제 계약방식이 갖는 장점을 혼용한 형태로 입찰방법을 개선하고자하는 것이며, 서울시가 당초 발표했던 지분제 허용범위와 주민들의 인식이 많은 차이가 있어 이를 분명히 하고자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어, 산출내역서를 바탕으로 한 계약으로 공사비 조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도급제와 조합원의 미분양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지분제가 혼합된 입찰방식으로서, 내역입찰을 원칙으로 하되 일반분양분에 대한 미분양 발생 시 공사비 등 사업비를 현물로 지급할 수 있도록 계약조건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합원의 미분양 부담을 경감함은 물론 일반분양가가 상승될 경우에 그 이득 또한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회신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시가 제시한 시공계약방식은 집값이 오르면 조합원에게 이익이 되고, 집값이 떨어져도 현물, 즉 아파트로 공사비를 대납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조합원에게 이익이라는 얘기다.

얼핏 들으면 서울시의 이 같은 계약방식은 모든 조건이 조합원에게 코드가 맞춰져 100% 조합원이 이익이라는 것으로 보인다.

◆현물 대납시 아파트 한 채를 얼마로 책정해야 하나.

하지만 건설회사가 그런 행위에 대해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며, 만약 경기 하락으로 인해 아파트로 공사비를 대납할 경우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아파트 한 채 또는 여러 채로 대납할 경우 어떤 면적형의 아파트를 대납할 것이냐가 문제가 되며(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형아파트는 누구도 받기 꺼릴 것이다), 또 어떤 가격을 기준으로 대납을 받을 것인가도 논란이 된다. 아파트 한 채의 분양가가 10억 원이라고 한다면, 시공사가 10억을 인정해 줄 것이냐, 아니면 공사비 부분(약 2~3억여 원)만 인정해 줄 것이냐 또한 분쟁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현물로 공사비를 대납 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법무법인 M변호사는 “서울시의 표준계약서에 대한 취지는 높이 살 수 있다”면서도 “이로 인해 발생이 예상되는 분쟁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이어 “지금도 재건축·재개발현장에서는 분쟁을 조정하는 ‘분쟁조정위원회’가 마련됐으면서도 분쟁조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실정인데, 거대 자본 세력인 시공사와 조합이 법적분쟁으로 맞붙었을 경우 그 피해는 조합원만 입을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분쟁에 대한 조정, 즉, 가격을 어느 선으로 맞출 것이냐에 대한 조정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해 지체되는 피해 또한 조합원이 더 클 것이기 때문에 결국 서울시의 이 같은 모호한 표준계약서는 오히려 사업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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