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결과.. 기준 필요해

조합임원 해임 규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23조 4항은 민법 제70조에서 정하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할 대상일까? 달리 말하면, 조합원들은 조합임원을 해임하는 총회를 개최하고자 할 때 법원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하는 걸까?

지난 2011년 11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장위1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의 임시총회개최금지가처분 신청에 “도정법 제 23조 4항에 의해 조합임원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 때는 별도의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고 판시했다.

2011년 4월 4일 발의자 대표인 정씨(피신청인)는 192명 조합원들의 소집요구서를 조합(신청인)에 제출해 임시총회의 소집을 요구하였고, 같은 해 8월 4일에는 조합장∙이사∙감사 등 임원의 해임안건 목적의 임시총회 소집 공고를 했다. 그 후로도 정씨는 8월 31일과 10월 5일에 총회 연기 공고와 총회 개최 공고를 각각 하였다.

이에 조합은 법원에 이 임시총회의 개최금지가처분을 신청하며 5가지의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정씨가 소집요구서 및 발의자 명단과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인감증명서 등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발의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점, 둘째는 민법 70조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임시총회 소집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 셋째는 일부 임원들에게는 정관에서 정한 해임사유가 없다는 점, 넷째는 정씨가 10월 14일자 총회를 위해 징구한 서면결의서를 이 사건 결의에 쓰려고 한다는 점, 다섯째는 이미 일부 임원들은 사임하였기 때문에 이 총회는 무용하다는 점이었다.

법원은 도정법 23조(조합임원의 결격사유 및 해임) 4항과 24조(총회개최 및 의결사항) 2항을 들며 해임 목적의 총회는 통상의 총회와 소집절차 등과 구별하여 정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24조 2항에 따라 총회를 개최할 경우 조합장이 소집요구에 응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소집요구서 등이 제시되어야 하겠지만, 23조 4항에 따를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23조 4항에서는 조합원들이 조합장에게 소집을 요구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발의자 대표에게 조합장의 권한 대행권을 부여하고 있어 소집요구서 등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또한 발의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의사의 진정성은 추후에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소집요구서를 제출하지 않은 데 하자는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법원은 민법 70조의 ‘법원의 허가’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못박았다. 도정법 23조 4항은 ‘발의자 대표로 선출된 자는 해임총회의 소집∙진행에 있어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는 결국 법원의 허가 없이도 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시행령에서 ‘조합장 아닌 자가 대의원회를 소집할 경우엔 미리 시장∙군수의 승인을 얻도록 한다’ 고 정하고 있는 것을 볼 때, 23조 4항은 법원의 허가가 없더라도 발의자 대표가 임시총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취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법원은 정관 해임사유에 해당하지 않아도 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법원은 도정법 23조4항이 조합원들의 조합에 대한 견제장치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현행 도정법은 임원을 해임하기 위한 사유를 정관에 따로 정하거나 하지 않고, 일정한 의결정족수만 충족되면 된다며 “23조 4항에 의해 임원을 해임할 때는 조합원들의 자치적인 판단에 따라 그 여부를 표결로서 결정하면 족하다” 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정씨가 종전 총회를 목적으로 받아 둔 서면결의서를 연기된 총회에 사용하는 것이 위법한지에 대해서는 “결의서가 아직 연기 총회에 사용되지 않았으며 이것이 결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알 수 없으므로, 이 이유로 임시총회 개최를 금지시키기는 어렵다” 고 전했다.

결국 신청인인 조합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사건은 기각 처리됐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판결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11년 10월 28일 안양 ㅈ아파트의 임원 해임에 관한 임시총회개최금지가처분신청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도정법 24조 2항에 따라 조합원 총수 1/5 이상의 발의로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였지만 조합장이 응하지 않았을 경우, 조합원들은 임의로 총회를 개최할 것이 아니라 민법 제70조에 따른 법원의 소집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민법 규정이 있는데도 따르지 않고 직접 임시총회를 소집한다면 향후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고 소집이 남용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조합임원 해임 안건은 다른 안건보다 사안의 중요성이나 파급효과가 더 클 수 있어 소집허가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며, 임원해임에 관한 특별 규정인 도정법 23조 4항에 따라 총회 소집시에는 법원의 허가가 더욱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비슷한 시기의 유사한 안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것은 조합의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판결이 바뀔 수 있음을 알려 준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혼란을 막고 절차의 편의와 신속성을 위해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생길 필요성이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판례들이 나와 이러한 사안에 대한 기준을 잡아줘야 할 것이다. / 리웍스리포트 ㅣ 김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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