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매도 잔고공시제도’가 7월부터 시행되었다. 공매도 잔고가 0.01% 이상이면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0.5% 이상이면 한국증권선물거래소 홈페이지에 최종 공시토록 하였다. 인적사항(성명, 주소, 국적, 생년월일)을 공시토록 함으로써 오랜만에 나름 최선을 다한 모습이다.

공매도가 뜨거운 이슈가 된 것은 셀트리온㈜과의 악연에서 비롯된다. 2014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공매도 세력에 맞서 지분매각을 선언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자사주매입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 부었지만 공매도 세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현재도 셀트리온은 공매도 세력과 가장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이뿐만이 아니다. J회사 소액주주들은 신문에 공매도 세력에 저항하자는 전면광고를 낸 적도 있고, T사는 회사가 나서서 공매도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회사 홈페이지에 구체적으로 ▲주식 대차 서비스 해지 ▲대차 거래가 지원되지 않는 증권사로의 주식 이관 ▲대차 주식의 상환 요청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은 올해 들어 셀트리온 주주들의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 주식대차 서비스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주식계좌를 옮기면서 공매도 반대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른바 증권시장의 약자였던 ‘개미투자자’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적극적으로 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증권카페를 보면 많은 회사에 소액주주 카페가 개설되어 있고, 소액주주를 법적으로 지원하는 카페도 활동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KOSPI 시장과 KOSDAQ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 8조8750억 원 중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67.6%, 금액은 6조38억 원에 달했다. 2009년 67.7% 이후 최고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국회가 드디어 3년 동안 잠자고 있던 자본시장법(공매도 공시제)을 통과시킨 것이다.

공매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금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투자전략이다.”라는 의견과 “주가하락으로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키우는 필요악이다.”는 의견이다.

반대 입장인 개인투자자들의 의견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 공매도를 이용해 주가 하락을 조장한다.
• 기업이 공매도로 인해 기업경영에 집중할 수 없다.
•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할 수 없는데 기관들은 할 수 있어 불공정하다.

개인투자자들의 의견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금융당국도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2011년 8월 유럽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공매도 거래를 금지한 적이 있다. 공매도가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고 주가폭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금융당국도 판단했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현재 뭇매를 맞고 있는 공매도 그리고 3년 만에 시행되는 공매도 공시제도 입법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시사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공정한 시장경쟁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공매도가 이슈가 된 것도 불공정한 게임의 룰 때문이다. 공매도는 기관투자자 특히 외국인의 독무대다. 개인투자자는 접근하기가 애초부터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주식을 빌려 거래하는 ‘대주제도’를 활용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증권사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종목수도 제한되어 있고 매우 불편하다. 나쁘게 말하면 외국인이 맘만 먹으면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고, 개인투자자는 멋도 모르고 당하게 된다. 개인투자자에게도 공매도가 허용되는 날도 언젠가는 올 것으로 믿는다.

둘째, 정보의 비대칭성이 줄어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에 비해 정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가 하락을 예측해야 하는 공매도 거래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다. 솔직히 지금도 매수/매도세력에 대한 정보접근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고 있다. 공매도 공시제도를 시작으로 개인투자자들도 시장정보에 실시간 접근이 가능하도록 투명한 정보공개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공매도 공시제도의 실행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고 있다. 공매도의 전초단계라고 볼 수 있는 대차잔고 동향을 보면 7월 시행을 앞두고 급격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도시행을 앞두고 공매도 청산 (숏 커버링)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 자료: 금융투자협회

공매도 자체가 나쁘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 또한 증권시장 내 매매거래제도이다. 주가가 상승/하락하듯이 매수/매도도 가능해야 한다. 레버리지(leverage)가 있으면 리버스(reverse)가 운용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매도 또한 헤지(hedge)거래의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공매도 세력을 작전세력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공매도 참여자에 대한 공정한 경쟁의 룰을 확보해 주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소화 시켜주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이번 공매도 공시제도가 증권시장의 효율성을 좀더 향상시키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 홍은기 뉴스워커 편집위원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마케팅을 전공했다.
하나대투증권 경영본부장과 하나금융지주 시너지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하나대투증권 일산지점 영업상무를 담당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금융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