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전공의 파업에 눈물짓는 환자들… “의사들은 환자를 떠났나”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전공의 파업에 눈물짓는 환자들… “의사들은 환자를 떠났나”
  • 정선효
  • 승인 2020.09.08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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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연일,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헤드라인에 ‘의사’가 빠지지 않는다. 정부의 4대 의료 정책과 그에 반발하는 의사와 관한 기사들이다. 정부와 의협이 합의문에 서명한 뒤에도, 전문의들은 아직 논의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애타게 전공의를 기다리던 환자들과 파업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던 간호사들의 얼굴에 비친 희망이 스러졌다.

8일 오전 7시 전공의 전원이 업무에 복귀하는 것으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달 21일부터 이어오던 무기한 파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몇몇 의사 사이에서는 ‘사퇴하는 집행부가 파업 중단 방침을 정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는 의견도 들린다. 비교적 작은 혼란은,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4대 의료정책이 어떻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나.

쟁점이 되는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을 요약하자면 ‘의대 정원 증원’, ‘공공 의대 신설’, ‘한방 첩약 건강보험 적용’, ‘비대면 진료 육성’으로 적을 수 있다. 전공의들은 이 정책을 ‘4대악 의료정책’이라며 반발했다. 이를 거들던 말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매해 환자는 줄고, 의사는 늘어난다. 이미 한국의 의사 밀도는 충분히 높으며, 경제학적으로 의사를 증원하면 오히려 의사들의 수입은 유지되고 환자의 부담만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일본의 경우 비슷한 정책으로 의사의 수를 늘렸으나, 오히려 수도권으로만 의사가 몰리고 결국 지방으로의 의료 혜택 분산 예상은 완전히 엇나가게 되었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 과들이 있는 병원이 적은 이유는, 책정된 의료 수가가 낮기 때문이다. 큰 병원만 그러한 가격으로 운영하는 과를 담당할 수 있으니 해당 과의 전문의를 고용하고자 하는 병원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 의대에서 필수 과 의사를 양성하여 의무적으로 배치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정책이 시행된다면, 자부심을 품고 스스로 필수 과를 선택하는 전공의의 수는 줄어들 것이며, 그 10년을 초과하는 공백은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에 따라 파업 중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내세우는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전면 재논의
수련 국가책임제
포함된 의료정책 수립/시행, 의-정 상설소통기구 설립


전공의들은 이러한 근거와 신념을 바탕으로 파업을 시작했다. 그들은 틀리지 않았다고 믿고 나아가는 중일 것이고, 신념 자체는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일 보도되는 관련 기사를 보며, 이번 파업이 의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옳은 길이었는가에는 의문이 남는다.

의료 공백을 최소화한 파업을 할 것이라고, 필자 또한 들은 바 있다. 분명히 ’생명 유지에 직결되는‘ 내과의를 포함한 몇몇 의사는 남아 응급실을 지켰을 것이고, 그들을 비난하고자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응급한 환자를 살리기에 충분했는가, 혹은 그저 응급실을 지키기에 충분한 인원이었나.

전공의라는 이름은 무겁다. 어느 환자는 의사를 찾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숨이 멎었고, 어느 환자는 검사를 전부 받았으나 결과를 분석해줄 의사를 만나지 못하기도 했다. 그날 그 병원들, 응급실들에서 환자를 받았던 이도 의사였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병원과 병원 사이를 오가며 생명이 꺼져간 그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는 아니었으리라. 그 검사 결과를 해석해줄 ‘전공의’도 아니었으리라.

의사들은 누구라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고, 제네바 선언을 한다. 다음은 많은 이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알고 있는, 의사라면 잊을 수 없는, 제네바 선언이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은사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의술을 베풀겠노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환자가 나에게 알려준 모든 것에 대하여 비밀을 지키겠노라.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인종, 종교, 국적, 정당관계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더없이 존중하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자유의사로서 나의 명예를 걸고 위의 서약을 하노라.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구절 하나는 이 파업을 반복하여 생각하게 만든다. 전공의들은 자신뿐 아니라 환자의 안위 또한 생각하여 파업을 지속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은 환자에게도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그러나 ‘환자를 위한 투쟁’을 계속하는 동안, 어느 곳에서는 ‘필요한 의사’를 만나지 못한 환자가 죽어갔다. 이는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미래를 내다보아 정부 정책의 허점을 지적할 수는 있다. 환자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따진다 하여도, 인간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그러나 의사라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는 의사라면, 전공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가까운 환자에게 조금 더 염려를 기울였으면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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