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신대성 기자] 한국증권금융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문제와 아울러 방만 경영의 문제까지 이대로 두어서는 한국증권금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문제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독 있는 가운데 이런 고질적인 정관계 ‘낙하산’ 문제에 더해 최근 방만경영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신속한 시정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자료=채이배의원실

채이배 의원(정무위, 국민의당 비례대표)에 의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9월 2일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출신인 조인근 씨가 한국증권금융의 상임감사위원으로 선임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 바 있는데, 관행적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정관계 출신 인사들의 주요 낙하산 투하처 중 하나라는 것이다. 2010년 이후 사례만 보더라도 김영과 전 사장과 박재식 전 사장은 모두 재경부를 거쳐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역임했고, 현 정지원 사장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이다(각각 임기 3년). 최근 4명의 상근감사위원(임기 2년)의 경우 김희락·김회구 전 감사위원과 조인근 감사위원 등 3명이 대통령비서실 출신이고, 안자옥 전 부사장(임기 2년)도 기재부 출신 낙하산 인사였다. 사내이사 3명에 대한 정관계 나름의 안배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나 사내이사 대부분이 외부출신 인사로 채워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한국증권금융 임원 보수는, 대표이사(사장) 5억원가량, 감사위원 및 부사장 3억여원 등 증권유관기관의 임원들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편이다.

채이배 의원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한국증권금융에 조인근 상근감사위원 선임의 이유를 질의했는데, 법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인사, 즉 자본시장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선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한국증권금융의 해명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게 관련 업계 및 정치권의 해ㅓ석이다. 위에 언급된 법률의 경우 임원의 소극적 자격요건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한국증권금융 정관상 상임이사의 자격요건을 보면 “상임이사는 금융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건전경영의 능력이 있는 자”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정관 제22조제5항). 조인근 감사위원은 공보처 전문위원, 대통령비서실 비서, 여의도연구소 선임연구원 및 기획조정실장, 대통령비서실 연설기록비서관을 역임한 인사로, 금융업에 대한 경험도 없을뿐더러 전문지식을 갖췄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증권금융의 경우 대표이사(사장) 퇴임 후 곧바로 상근고문으로 채용하여 일정 기간 예우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김영과 전 사장은 2012.11. 퇴임 후 1년간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2억3천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박재식 전 사장도 2015.12. 퇴임 후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9개월간 1억5천만원의 보수를 받았다(급여 외의 예우 내역은 회사측 자료 미제출로 확인 불가).

반면, 이들이 회사의 고문으로서 적정한 활동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채 의원의 상근고문 출근 여부 및 고문 활동의 구체적인 사실 확인 요청을 하자 회사 측은 갖은 핑계를 대며 불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전임 사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불필요한 회삿돈이 지출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채 의원 측의 설명이다.

참고로, 현재 정무위 금융공기업 중 상근고문을 둔 사례는 없고, 종종 비상근 고문을 두는 경우는 있으나 보수는 월 1백만원(산은) 수준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그 외 박재식 전 사장의 외유성 해외출장, 과도한 업무추진비 및 무기명 골프회원권 등 구입, 회사를 통한 사적 기부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회사는 이러한 의혹과 관련된 구체적인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한국증권금융은 작년 7월 17일 삼성물산 합병 임시주총에서 삼성물산 담보주식(75,524주, 0.048%)에 대해 고객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은 채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여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의결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고, 당시 상근감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총을 일주일 앞두고 「증권유통금융 융자담보증권의 권리행사에 관한 내부 규정」을 제정하면서까지 의결권 행사를 추진했다.

이와 관련, 자본시장법 제333조는 증권금융회사가 그 업무에 관한 규정을 제정·변경하거나 폐지한 경우 이를 즉각 금융위에 보고하도록 되어있으나, 당시 동 규정제정은 금융위에 보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동 규정 제정을 담보증권의 관리에 관한 세부 업무지침으로 보아 보고의 대상은 아닌 것으로 해석하여 논란을 조기에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세계적 이목을 끌던 삼성물산 합병의 성사여부에 따라 삼성물산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의결권행사는 담보대출업무에 부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는 당연히 금융위 보고사항인 “규정(規程)의 제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증권금융이 임원 ‘낙하산’ 선임도 모자라 사장 퇴임 후 예우까지 꼼꼼히 챙기고, 규정을 새로 만들어가면서까지 고객의 재산을 유용하는 등 상식 밖의 경영이 가능한 것은, 결국 경영진에 대한 제대로 된 견제·감독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금융당국도 제대로 감독권 행사를 하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증권금융의 주주구성은 최대주주인 한국거래소(11.35%)·예탁결제원(2.59%), 우리은행·하나은행 등 은행권 35.57%, NH투자증권 등 금융투자회사 34.86% 등 기관주주 비율이 88.7%(공익재단 2% 포함)인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이다. 자본시장법상 한국증권금융은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지 않으나 금융위가 신규 인가를 내주지 않는 방법으로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보장해 주고 있으며, 그 결과 투자자예탁금 집중예치를 통해 약 30조 가량의 자금을 관리하고, 우리사주 관리 및 보호예수 업무 등에 있어 독점권을 가지고 영업을 하고 있다. ‘사실상 독점적인 자본시장 인프라 기관’인 셈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한국증권금융에 대하여 제대로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5년간 한국증권금융에 대한 감사는 이루어진 바 없고, 금감원의 한국증권금융에 대한 검사의 경우에도 법 위반 혐의에 비해 제재는 미흡한 편이었다. 더욱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한국증권금융은 작년에 새로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면서 향후 동사에 취업하려고 하는 공직자는 퇴임 후 따로 ‘공직자 취업심사’를 받을 필요도 없어졌다. 이번에 조인근 상임감사위원도 별다른 취업심사 없이 응모한지 한 달 만에 곧바로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채 의원 측은 “한국증권금융은 정피아·관피아의 주요 낙하산 투하처로 그동안 방만경영은 물론 시장에서 불공정행위를 일삼는다는 불만이 제기되었으나 금융당국이 제대로 감독했는지는 의문이며, 국회의 자료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는 무소불위의 태도는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 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최근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 지정해제 기념으로 4억7천만원을 써가며 직원들에게 정장 2번씩 돌린 것을 볼 때 공공성이 강조되는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 지정해제 시킨 것은 시기상조였으며, 이와 더불어 한국증권금융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여 국회의 감사를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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