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개발 성공가능성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개발 필요

3D프린팅 기술의 발전은 이제 우주항공분야에도 그 손이 뻗쳐지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3D프린팅 기술의 발전은 이제 우주항공분야에도 그 손이 뻗쳐지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3D 프린팅 기술을 적극 활용하려는 NASA


현지시각으로 지난 10월 1일 ‘NASA(미국항공우주국)’은 달과 화성에 인류의 전초기지를 건설하는 것과 관련하여 3D 프린팅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ASA는 2018년 9월에 ‘Moon To Mars’ 계획을 공표한 바 있는데 이 계획에는 달과 화성에 거주 가능한 건축물을 설치하여 달과 화성에서 인간이 연구와 산업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달과 화성은 중력을 포함하여 건설 환경이 지구의 것과 다르기 때문에 현장의 특성을 고려한 건설 장비와 건축 기술이 요구된다.

2016년 12월 NASA는 화성 연구원들의 거주 공간으로 ‘Mars Ice Home’이라는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NASA가 제안한 이 거주공간은 튜브와 비슷한 ‘토러스(Torus)’ 구조물에 얼음을 채워 넣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제안이 나온 이유로는 지구와 달리 화성의 평균온도가 –80°C, 일교차가 90°C이상으로 기록될 정도로 극단적인 기후를 보이고 있으며, 우주나 태양으로부터 쏟아지는 방사선으로부터 연구원들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화성의 대기밀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즉 NASA는 화성의 극단적인 기후와 고준위 방사선으로부터 연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거주 공간의 벽을 얼음으로 채우는 제안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때 경제성이나 물리적인 면을 고려한다면 지구에서 달이나 화성으로 쏘아 올릴 로켓에는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중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흙이나 물(얼음) 같은 건축 재료를 달이나 화성 등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다면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지구에서 완전한 구조물을 제작하여 달이나 화성으로 운송하는 방법보다는 현지의 재료를 활용하여 현장에서 건축하는 것이 가능한 3D 프린팅 기술의 활용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니키 베르크하이저(Niki Werkheiser)’ NASA 관리자는 3D 프린팅 관련 연구 개발이 충분한 수준에 도달할 경우 지구 밖의 다른 우주세계에서 대형 구조물을 건설하고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관련 연구 개발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주항공부품 제작에도 3D 프린팅 기술 주목


현지시각으로 지난 9월 11일 NASA는 로켓 엔진 부품을 금속 분말과 레이저로 3D 프린팅하여 제조하는 내용의 프로젝트인 ‘RAMPT’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RAMPT 팀은 최근 NASA가 제작했던 가장 큰 규모의 노즐을 3D 프린팅 기법으로 출력한 바 있는데, 지름이 40인치(약 101.6cm)이며 높이는 38인치(약 96.52cm)정도로 큰 노즐로 알려진다.

NASA에 따르면 기존에 사용된 용접 기법으로는 동일한 크기의 노즐을 제작하기 위해 거의 1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여, 이번 3D 프린팅 기법으로는 불과 30일밖에 소요되지 않아 기록적인 제작시간 절감으로 프로젝트 팀을 놀라게 했다.

NASA의 ‘드류 호프(Drew Hope)’ 관리자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여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로켓 엔진 부품을 과거보다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으며, 우주항공분야 뿐만 아니라 의료, 운송, 인프라 분야에서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 또한 3D 프린팅 기술을 우주항공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16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3D 프린팅 기술을 우주항공분야에 적용하는 것에 서로 협력하기로 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생기원은 부품을 3D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하고 실증평가를 기술적으로 지원하며, 항우연은 발사체 연소기를 비롯한 3D 프린팅으로 제작할 부품수요를 발굴하고 실증평가방안을 제시하는 등으로 업무를 분담하여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생기원에 따르면 3D 프린팅 기법을 적용하여 일체형 부품을 제작한다면 별도의 조립 공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을 단순화하여 제작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항공기술 개발을 지속하여 국제 협력의 지렛대로 삼아야


최근 미국과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호주,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 일본 8개국이 모여 달 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를 추진하다는 발표가 나왔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2024년 여성 우주인을 달에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2020년대 말까지 지속가능한 달 탐사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달 탐사 체제에는 ‘발사체’, ‘발사지원시스템’, ‘우주복’, ‘달착륙선’ 등이 포함되는데 특히 달의 위성궤도에서 운용될 우주 정거장인 ‘게이트웨이(Gateway)’가 주목받고 있다.

게이트웨이 우주 정거장은 달 주위를 공전하면서 달 혹은 화성을 포함한 다른 행성으로 투입되는 우주인들을 지원하는 우주개발의 전초기지로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이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가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향후 달 탐사를 포함한 우주개발 관련 국제 협력 기구 참여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다.

현재 아르테미스 계획이 비교적 추진 초기라는 점과 한국이 우주 개발 선진국과 비교하여 기술 수준이 다소 열세에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특정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수준이 낮지 않은 점은 향후 우주 개발 국제 협력 기구 참여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협력으로 건설하고 있는 핵융합로인 ‘ITER’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이 낙담하거나 독자의 우주항공분야 기술 개발을 중단할 필요가 없음은 명확해진다.

ITER 건설 관련하여 1985년 11월 제네바에서 핵융합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국제협력이 처음 제안되었으며 그 결과 이듬해인 1986년 미국, EU, 소련, 일본이 회원국으로 참여하여 ITER의 설계를 추진할 것이란 것에 합의가 이뤄졌다.

1988년 ITER 관련 개념설계 작업이 시작됐으며 2001년 ITER 최종 설계가 회원국들의 승인을 얻을 때까지 설계 작업은 진행됐다.

그런데 한국은 최종설계가 회원국들의 승인을 얻는 2001년까지도 ITER 회원국이 아니었으며 2003년에 이르러서야 ITER 회원국들의 승인을 얻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후발주자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이 회원국들에게 참여를 승인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여러 가지를 언급할 수 있지만, 한국 독자의 핵융합실험장치인 ‘KSTAR’ 건설 성공을 포함한 독자적 핵융합 기술역량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한국은 ITER 초창기부터 회원국으로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KSTAR 개발을 포함한 독자기술을 인정받아 다른 회원국들과 비교하여 불리하지 않은 지위를 인정받았다.

최근 KSTAR는 1억°C 이상의 플라즈마를 8초 이상 지속시키고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모드인 H모드를 89초 유지하는 것에 성공하여 세계에서도 한국의 기술력 수준을 인정하고 있다.

즉 달 탐사를 포함한 우주개발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ITER의 예에서도 보듯이 한국 독자의 기술력을 인정받는다면 유리한 위치에서 국제 협력 기구 참여가 가능하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개발 계획에서 짧은 시간 내에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으로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생활권을 전환할 때를 고려하면 우주항공 기술이 결정적 차이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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