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벌어지던 성차별 사례, 과연 어떻게 예방해야 성차별이 해결될까?

그래픽-뉴스워커/ 그래픽 속 사진출처_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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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지난 24일 전국자원봉사연맹이 사무 관리직 채용을 위해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에 공고를 냈다. 그러나 채용 공고문에 부적절한 표현을 썼다는 의혹을 받게 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전국자원봉사연맹은 독거노인과 불우한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하며 행복을 나누는 전국 단위의 사단법인이다. 겉보기엔 이상할 게 없을 사단법인단체지만 채용공고에 올라온 우대사항이 문제였다. ‘상냥하고 여성스러운 분’이 우대사항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상냥해야만 취업할 수 있나요?


전국자원봉사연맹의 채용공고를 자세히 살펴보겠다. 모집분야는 사무관리직이며 담당업무는 사무업무와 행정업무, 인적관리라고 명시돼있다. 자격 요건은 사무경력이 있어야 하고 통솔력이 강하며 가족처럼 일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다. 문제의 우대사항을 봐도 관리능력이 우수하고 장기근속할 시 우대한다고 나와있다. 여기까지는 어느 채용공고를 봐도 적혀있을 평범한 조건으로 보인다. 다만, 앞 조건들과 대비되게 ‘상냥하고 여성스러운 분’이란 조건은 어디에서 보기 힘든 우대 조건이다. 성별을 ‘여성’이라고 표시해놓은 것도 아니었다. 성별은 따로 적혀있지 않았다. 다만 이 공고를 처음 본 취업자들은 남성보다 여성을 선호한다는 걸 돌려 말한 게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여성은 상냥해야만 취업이 가능한 거냐며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대한민국은 현재 젠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젠더’의 명확한 개념이 부족한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서로 접근하다 보니 때론 남녀갈등이 심화되는 현상이 벌어질 때도 있다. 최근에 들어 남녀 갈등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지만 이 진통 과정이 원만하게 마무리된다며 앞으로 우리 후세들의 정체성 확립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벌어지는 성차별


성 평등이 존중받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참 부족해 보인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성차별 사례가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혼 중개업들이 제작한 광고를 보더라도 여성을 상품화하고 인종 차별을 자연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광고 속 이주여성은 한국 남성들에게 선택받아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장면이 나왔고 성혼 전부터 ‘아이를 몇 명 낳을 것이냐’, ‘아이를 낳고 일을 할 것이냐’는 등을 질문을 하기도 했다. 여성을 독립적인 주체가 아니라 아내, 며느리, 잠재적 엄마로 재현했다. 또한 남성은 모자이크 처리로 영상에 나오지만 이주 여성은 그대로 노출되는 점 역시도 성차별로 보였다.

지난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위)에서도 공익광고에서 현저히 드러나는 성차별 장면을 지적했다. 방송문화진흥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를 대상으로 한 국회 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 국회 부의장인 김상희 의원은 공익광고협의회가 지난 5월 제작한 ‘괜찮아’ 재도전 응원 광고 내용 중 ‘멋진 임대인’, ‘착한 소비자’ 등 역할을 남성이 맡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김기만 코바코 사장을 향해 지적했다. 공익광고 장면에서도 남성이 일하는 주체로 나오면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며 주의를 줬다. 실제 민주언론시민 연합에서 377개의 공익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여성은 집안일 등 가사를 하는 주체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고 일하는 주체 역시도 남성이 여성보다 2배 높은 비율로 나온 걸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김기만 코바코 사장은 “(공익광고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었다면 빠르게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하며 마무리했다.


성차별 막으려다 역차별 논란


반대로 성차별은 아니지만 차별을 극복하려고 만든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역차별 논란에 빠지며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9년 2월 12일 2017년 펴낸 ‘성 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보완한 개정판을 방송국과 프로그램 제작사 등에 배포했는데 개정판 내용이 시대착오적이라며 국민들에게 혹평을 들었다.

개정판을 보자면 ‘처녀작’, ‘처녀비행’과 같은 성차별적인 언어 사용에 대해 바꿔 사용할 것을 권고하는 유익한 내용도 있었으나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 재현에 참고할 가이드라인’ 중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하고, 지나치게 날씬함을 강조하는 연출 및 표현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국민들에게 지적받았다. 왜 정부에서 방송 검열을 하냐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담당자였던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을 ‘여자 전두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진 장관은 설명자료를 통해 ‘성 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일부 표현, 인용 사례는 수정 또는 삭제해 본래 취지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며 논란을 잠재운 바 있었다.

모호한 젠더 개념으로 내버려 두면 ‘차별’, 신경 쓰면 ‘역차별’ 논란이 발생하니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두가 고민이다. 굳이 방법을 찾자면 건전한 토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서로가 차별을 인지할 수 있는 정도에 가벼운 홍보로 성 평등 개념을 점차 확립해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영상광고나 홍보 게시물은 더욱 단어 선택에 유의하여 불필요한 성차별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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