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스워커 그래픽 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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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노조 파업 위기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2020년 연말에도 한번 파업 위기까지 갔다가 극적 타협으로 한 고비를 넘겼던 HMM은 올해도 파업 위기가 반복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처럼 극적 타협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HMM의 노조는 육상노조와 해원노조 2곳이 있다.

현재 양쪽 노조 모두 투표를 통해 집단행동에 대한 결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상황은 해원 쪽이 더 심각하다. 해원노조와 HMM은 선원들의 단체 퇴사 등 인력유출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해원노조는 떠난다는 이들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한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임금 협상마저 지지부진하고 경쟁사에서 더 높은 연봉으로  우대한다는 조건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뉴스워커>에서는 지난해부터 반복되는 HMM 파업위기를 기획기사로 다뤘다.


작년 파업 위기에 이동걸 산업은행장 '유감 표명' 올해는?


HMM의 파업 위기론은 단순히 사측과 노사간 임금협상 난항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실제 파업이나 단체 퇴직 등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해운사업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측인 HMM은 물론 해원노조조차 이같은 상황을 우려할 정도이다.

지난해 산업은행도 보도자료를 내고 HMM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갈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산업은행 측은 "HMM201810월 채권단 공동관리(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에 들어가며 경영정상화 달성 시까지 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노사간 합의하고 현재도 공동관리를 통한 경영정상화 과정이 진행중"이라면서 "지난 9년간의 연속 영업적자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시현이 예상되고 있으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채권단의 계속적 지원이 필요하며, 코로나19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고, 글로벌 운임 및 선복 변동성으로 국 내 수출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올해도 역대급 이익을 실현한 상황에서 노조 측은 임금 현실화와 함께 정당한 처우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한차례 양보했고 직원들의 노력으로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이제는 제대로 된 임금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임금 체계 현실화는 현재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인력 유출 문제를 막을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작년과 올해 상황 무엇이 다른가? 해원노조 "올해, 마지막"


노조는 현재 배수진을 친 상황이다. 올해마저 임금 협상 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 희망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쟁사에서  HMM 선원 빼내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처럼 한쪽의 양보로 노사간 극적 타협에 이르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조는 이미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해원노조에 따르면 임금 문제로 인한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해원노조 관계자는 "2020년 해상직원 퇴직자가 61명이고 올해 6월에도 38명이 퇴사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퇴직자 99명 가운데 18명은 육상전출이다. 육상전출을 제외하고도 퇴직자가 81명에 달한다.

잇따른 퇴직에 해원노조조차 이대로 가다가도 모든 직원이 다 떠나고 배만 남을 형국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해원노조 전정근 위원장은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이 문제가 아니라 선원들이 다 떠나서 배가 운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같은 우려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산업은행도 역대급 실적은 인정직원 처우개선은?


정부는 파업 위기 현실화에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앞서 해원노조는 지난 23일 투표를 거쳐 투표자수 434명 가운데 400, 92.1% 찬성으로 쟁의행위가 통과됐다고 밝혔다.

해원노조는 단체사직서 제출, 집한 하선 진행, 작업자 승선거부, 육상노조와 협의해 쟁의행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정근 위원장은 "선원법으로 쟁의행위 제한으로 파업도 못하게 막아놨는데 그렇게 중요한 직업이면서 처우개선도 못해준다는 것은 인력 착취, 염전 노예 같은 선상 노예 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쟁의행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HMM 선원들의 호소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대한민국 수출입의 99.7%를 담당하는 대한민국 선원들이 얼마나 코로나 최전선에서 목숨 걸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는지 이번 기회에 꼭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원노조의 쟁위행위가 가결된 당일 입장문을 내고 수출입물류 비상대책 협의체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 측은 "해운물류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수출입물류 비상대책 TF를 설치, 필수업무 기능 유지와 수송지원 방안 마련 등 수출입물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HMM은 노사 양측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온 결과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노사 양측이 대립보다는 마지막까지 열린 자세로 협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순이익이 2.2조에 달한다. 산업은행의 당기순이익 급증은 HMM 관련 전환사채 이익 덕분이었다.

HMM 해상직원들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처우개선은 지지부진 답보 상태인 반면, 채권단이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형국이어서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해원노조 관계자는 "HMM이 국민혈세를 지원받아 살아난 것에 직원들은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국민혈세를 받은 것에 대해  현재 회사가 이익이 나는 것을 산업은행에서 성과급과 이익을 다가져가는 것이 합당한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해원노조, 결국 집단 사직서 작성한국 해운업 위기다


해원노조는 25일자로 317명의 해상직원이 단체 사직 및 교대신청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사직서는 아직 사측에 제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남은 교섭 결과에 따라 제출 여부에 대해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 24일자로 육해상 공동투쟁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했다.

HMM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국내 해운업계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해운노조 관계자는 "HMM(구 현대상선)이 산업은행 관리하에 들어간 이후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꾸준히 임금 인상을 해 5년만에 총 11% 상승했고 성과급은 2016년 대비 약 80%가 상승, 기본급 대비 830% 이상을 매해 수령했으며 이는 매해 상승해 2020년엔 1200% 가량의 성과급(2억원)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그런데 산업은행 및 사측은 현재 HMM이 대한민국 1인영업 최대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1년에 한번 2개월에서 길게는 3개월 한국에 있을 수 있는, 남여 평균 연간급여 3500만원도 안되는 선원들 더러 너무하다고 하고 회사의 성과는 일시적인 것이라며 임금인상은 힘들다고 일축한다"면서 "해상 직원은 40년간 법적으로 인정되던 노예취급을 탈피하고자 대한민국 건국 이례 최초로 해운업계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내게 됐다"고 호소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파업, 해운업 위기 형국에서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HMM과 노조는 오는 91일 재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측의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해운 업계 위기가 현실화될지, 극적 타협을 통해 해운업계 발전을 위한  파트너로 남을지 그 운명이 결론지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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