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성공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이런 의문에 사로잡히곤 한다.
-과연 실패란 성공의 관문에 도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인가?
-과연 실패는 성공보다 값진 교훈을 깨우쳐 주는가?

물론 많은 사람들은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에 나설 것을 충고하고 있다. IBM 창업자 톰 왓슨 역시 "성공하고 싶다면 실패를 2배로 늘려라"는 말로 실패를 성공의 핵심 비결로 손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실패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있지 못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씁쓸하게도 내가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실패의 전형들을 고스란히 경험해 보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실, 방금 내가 사용한 '경험'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표한하기에는 조금 억울한, 이를테면 "어폐'로 느껴질 만한 단어다.

그것은 단순히 경험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도 쓰린, 너무나 궂은, 너무나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들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몇 가지 실패를 적어보면 이렇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때까지 한글을 깨우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매일 수업이 끝나면 교실에 남아 '나머지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받아쓰기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에 만점을 맞은 학생에게는 담임 선생님이 켄트지를 오려 만든 토끼 그림을 주셨는데 나는 이것을 받아들고 집까지 단숨에 뛰어달려갔다. 대청마루에 앉아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던 어머니께 토끼를 내밀자,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50원을 꺼내 손에 쥐어주시던 일, 구멍가게로 달려가 눈깔사탕을 사먹으며 몹시 흐뭇해하던 추억이 아직까지 기억 속에 생생하다.

아뭏튼 이때부터 시작된 공부와의 악연은 평생에 걸쳐 이어졌는데 고등학교 입학 시험에서는 장학생 모집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고 말았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던 시절이라 매우 간절하게 소망했던 목표였는데 작은 실오라기 희망이 처참하게 뭉개지는 실패였다.대학교 입학 시험에서는 학력고사 성적이 낮아, 모 대학 토목공학과에 진학했는데 1학기만에 중퇴하고 말았다.이후 3번의 시험, 즉 4수 끝에야 대입 입학을 둘러싼 거듭된 실패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마지막 대입 시험을 치를 때는 강원도에서 군복무중이었는데, 시험 날자 일주일 전까지도 휴가증이 나오질 않아 하늘이 캄캄하기만 하던 시절이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첫 번째 직장생활은 6년 만에 퇴직과 함께 실패의 막을 내리고 말았다. 입사 1년 만에 노동조합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이 인생지사 새옹지마의 결과로 끝나버린 것이다.
1996년 9월 18일, 정직 2개월의 후유증을 겪은 후, 나는 입사할 때 뼈를 묻으리라 결심했던 첫번째 직장을 떠나게 되었다.

사회로 나와 시작한 사업들 역시 모두 실패작이었다.
첫 번째 사업은 출판사였는데, IMF 사태를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폐업에 이르렀다.
두 번째 사업은 인터넷 사업이었는데 코스닥 폭락과, 2차 투자금 펀딩에 실패하면서 회사를 정리하였다.
세 번째 사업은 부동산지주회사였는데 임원진간의 내분과 나의 경영능력 미숙으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이후에 계속된 서너 차례의 사업에서도 계속 실패와 좌절을 겪게 되었다.

그래도 이정도쯤에서 끝났으면 좋으련만...어찌어찌하다 보니 2002년 지방자치선거에 뛰어들었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장렬하게 전사한 것이다.

그로부터 8년 후, 2010년 지방자치선거에서 다시 낙선하였다.이번에는 무소속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껴 본 경험이었다. 결국 노동조합위원장 재선거 낙선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3번의 선거 실패를 겪은 셈이다.

그런데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선거에서의 실패는 사업 실패보다도 몇 배 이상 가혹한 결과를 감내해야 한다.경제적 손실은 물론이요 인간관계의 단절, 심각한 수준의 심리적 상처 등이 뒤따른다. 내게도 역시 대인기피증까지 찾아오곤 하였다.

이렇게 공부, 선거, 사업에서 실패한 횟수만 따져도 10번에 이르는데 가출, 자살 시도, 주식 투자로 퇴직금을 날린 일, 단체 설립, 모임 운영에 실패한 일 등 기타 잡다한 실패까지 언급하자면 아마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게다가 비단 이런 실패뿐이랴. 사랑, 우정, 인간관계에 실패한 일들도 모두 가슴을 치게 만드는 일들이다.그러니 나는 실패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성공의 비결로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실패와 담 쌓아라. 오직 성공의 비결로 성공하라"

물론 인생을 살다보면 어느 정도의 실패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리고 실패를 거듭할 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다만 내가 경계하고자 하는 것은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가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어느 정도의 실패는 당연한 것처럼, 스스로의 실패를 위로하고, 합리화하고, 필요 이상의 명분을 부여하려는 작위적인 태도인 것이다.이런 마음가짐으로는 실패를 2배가 아닌 20배로 늘려도 결코 성공에 이를 수 없을 것이다.무엇보다도 나의 삶, 내가 지금까지 겪은 숱한 실패가 바로 그 사실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몇 년 전 출간된 "이기는 습관"이라는 책 제목은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성공도 습관이요, 실패도 습관인 것이다.

사실 내가 여기에 옮긴 실패담이라는 것도 종종 언론과 방송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생, 성공 스토리에 견주어 보면 보잘것 없는 실패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까지 내가 겪은 경험으로, 나만의 신념으로 이렇게 힘주어 말하고 싶다.

"실패가 알려줄 수 있는 교훈이란 실패하는 원인, 또는 실패하지 않는 방법에 관한 것뿐이다, 오직 성공만이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 성공을 원하면 실패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실패담을 자랑하려 생각하지 말고, 오직 실패와 담쌓기 위해 노력하라. 실패를 2배 이상 늘리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단 한 번만이라도 온전한 성공을 얻기 위해 노력하라. 성공의 비결은 실패가 아니라 오직 성공이다."

 
양광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장은
경희대 국문학과 졸업 후 SK텔레콤노동조합위원장, 도서출판 <목비> 대표, (주)블루웨일 대표, 한국기업교육협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작가, 청경장학회장, 머니투데이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이다. 청와대, 외교통상부, 삼성, 현대, 서울대, 전경련 등의 정부기관, 대기업, 대학에서 강의하였고 <SBS 일요스페셜>(SBS), <KBS 뉴스9>(KBS), <문화사색>(MBC), <직장학개론>(EBS), <김방희의 시사플러스>(KBS 라디오), <심현섭의 성공시대>(EBS 라디오) 등 다수의 언론방송에 출연하였다. 저서로는 <인간관계 맥을 짚어라>, <위대한 만남>, <중요한 것은 소통>, <상처는 나의 힘>, <물의 모양은 그릇이 좌우하고 사람의 운명은 인맥이 좌우한다> 등 20여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그 외에 <사람이 재산이다>, <인간관계 숨겨진 법칙 인맥>, <사람이 운명이다> 등의 강의 시디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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