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기념동상. 보훈부 박민식 장관은 정율성을 위한 기념사업에 국가 돈 1원도 쓸 수 없다고 예고했다. <사진=박민식 장관 페이스북>
정율성 기념동상. 보훈부 박민식 장관은 정율성을 위한 기념사업에 국가 돈 1원도 쓸 수 없다고 예고했다. <사진=박민식 장관 페이스북>

독립운동을 전개한 항일 음악가로 알려진 정율성의 기념공원 조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광주광역시는 정율성의 기념사업이 정당하다는 입장이지만 국가보훈부는 한국전쟁 당시 친북·친중공 행적을 문제 삼으며 기필코 저지하겠다고 맞섰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율성의 행적은 대한민국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기념사업은 장관직을 수백번 걸고라도 막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특히 정율성 같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람을 기리는 사업은 예산 1원도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율성은 도중에 국적을 중국으로 바꿨고, 중공군과 북한군의 승리를 응원한 나팔수라고 비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 입장은 정반대다. 강 시장은 박민식 장관의 발언과 관련, "정율성 기념사업은 당당하다"며 "향후 사업 추진 역시 당당하게 이어나갈 것"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광주시의원들 역시 "광주는 노태우 정부 시작된 한중 친선 및 문화교류를 이어갈 뿐, 정율성을 영웅시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본명이 정부은인 정율성은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최종 국적은 북한과 중국이다. 중국공산당을 비롯해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팔로군, 조선인민군, 중국 인민지원군, 중국 인민해방군에 차례로 몸을 담았다. 

집안이 항일운동을 했음에도 정율성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전쟁 당시 조선인민군 소속으로 참전했다는 점, 둘째는 그의 독립운동 전력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전쟁에 조선인민군 소속으로 참전한 정율성은 점령지 서울에서 종묘제례악, 연례악 악보 등 궁중 문화재를 약탈해 중국으로 무단 반출했다. 정율성이 약탈한 궁정악보는 종묘제례악과 연례악 등 2부 18집에 달했다. 이 문화재들은 정율성이 죽고 그의 아내가 우리 정부에 반환했다.  

또한 정율성은 전후 중국으로 건너가 조선혁명간부학교에서 공부하다 의열단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의열단장 김원봉이 음악으로 성공하라며 '율성'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일화가 알려졌는데, 이것이 조작 및 미화됐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정율성 논란에 대한 시민들 생각은 정치권처럼 대체로 둘로 나뉘는 모양새다. ID가 '2tae***'인 시민은 "30년 전에는 탈냉전에 중국수교 등에서 상징적으로 존대한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로 인한 제2의 냉전, 북한의 핵 무장화 등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적으로 재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ID가 'sjl5***'인 시민은 "자전거 도둑 엄복동을 본따 '자전차왕 엄복동'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는 역사의 무지"라며 "정율성 기념관이 설립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역사는 바로잡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ID가 'buko***'인 시민은 "우리나라는 공산당 들어가면 일단 안 되나보다"며 "정율성 아버지와 전가족은 항일투쟁을 많이 했다. 일제시대는 공산당 가입인사들이 항일투쟁하던 시기다. 김일성이 한국전쟁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지금의 북한 공산당하고 많이 다르다"고 재평가를 촉구했다. 

시대에 따라 역사나 인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정상이나 정치 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의견도 적잖다. ID가 'nano***'인 시민은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된 백선엽, 홍범도, 정율성은 시대나 이데올로기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인물"이라며 "학자들이 논의하고 평가하면 될 일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이때다 싶어 정쟁화하는 듯하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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