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저렴한 카풀 자리에 카카오 대형택시 ‘벤티’…이동수단 요금만 높인다?
[이슈진단] 저렴한 카풀 자리에 카카오 대형택시 ‘벤티’…이동수단 요금만 높인다?
  • 류아연 기자
  • 승인 2019.10.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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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팀 기자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팀 기자

[뉴스워커_이슈 진단] 카카오모빌리티가 조만간 대형콜택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이동수단 요금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카카오는 정부의 대형승합택시에 대한 운영지침에 따라 대형택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나, 앞서 이해 당사자 간 첨예한 입장차로 사회적 논란이 됐던 카풀 서비스가, 한쪽 입장에 치우친 채 동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렴한 카풀 자리에 비싼 대형택시 서비스만 늘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카카오, 공격적인 모빌리티 투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달 중 대형택시 서비스 ‘카카오 T 벤티’(Kakao T Venti)를 선보일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대형승합택시 운영지침’을 세웠으며, 카카오는 이 지침에 따라 구체적인 대형택시 운영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벤티는 밴(VAN)과 카카오 T(Transportation·운송수단)의 T를 합해 만든 이름으로, 차종으로 밴을 이용한 택시란 뜻과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이탈리아어 ‘벤티(Venti, 가장 큰 사이즈 커피)’의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100여 개 법인택시 서비스와 손잡고 대형택시 서비스를 선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스타렉스, 카니발 등 밴 차량 800여 대를 이용해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이 지역에서 카카오는 약 1,000대의 카니발 차량을 운영하는 ‘타다’와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VCNC가 운영하는 ‘타다’는 강제배차와 우수한 서비스로 렌터카 기반 실시간 차량호출 서비스다. 타다는 강제배차돼 승차거부가 없으며, 대형택시를 내세워 편안한 승차감을 장점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타다의 인기에 택시업계가 고무되면서 카카오 역시 대형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17일 국내 최대 택시가맹사업자인 타고솔루션즈 지분 70%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타고솔루션즈는 지난해 9월 오광원 한미산업운수 대표가 설립한 택시 가맹사업체다. 이 업체에는 4,500여대 택시를 보유한 법인택시회사 50여곳이 속해 있으며, 특히 지난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택시가맹사업 인가를 받아 승차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블루’ 서비스를 카카오 T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해왔다.

◆ 카풀논쟁과 대형택시 ‘벤티’

그러나 카카오가 대형택시 서비스를 선보이는 행보에는 앞서 사회적 문제가 된 ‘카풀논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저렴한 비용을 통해 목적지로의 이동이라는 장점을 앞세운 카풀서비스는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맞춤형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차량공유업체인 ‘우버’는 이미 외국에서 카풀 서비스를 선보이며 그 저력을 인정받고 있다.

카풀 도입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도 컸지만, 카풀서비스는 끝내 무산된 모양새다.

택시업계가 생존권을 내세우며 카풀 서비스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택시요금의 70% 수준인 카풀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카카오도 카풀 시범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택시업계에서는 분신 사건이 일어나는 등 격렬한 반대를 보였다.

이처럼 택시업계의 반대 부딪치면서 ‘택시‧카풀 대타협기구’를 통한 논의가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이뤄졌다.

해당 기구를 통해 출·퇴근 4시간 동안만 카풀영업 허가가 나면서 택시요금보다 30% 저렴했던 카풀 서비스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모빌리티서비스는 택시면허를 구입해야만 가능하다는 국토교통부의 새로운 방침은 사업자들이 해당 분야로의 진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저렴한 비용의 사용자 경험은 배제한채 대형택시 중심의 비싼 이동 서비스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타다의 인기로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고가의 대형 콜택시의 가치가 입증되기는 했으나, 업계가 모두 한 곳만 보고 뛰어드는 양상은 시장의 성장성 측면에서도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카카오 대형택시 기사 모집에 수천명이 넘는 지원자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납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되며, 별도의 성과금도 지급되는 점이 지원자를 몰리게 한 이유로 분석된다. 또한, 택시면허를 소지하지 않아도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저렴한 이동수단 선택권은 어디에?

카카오는 이달 중순,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벤티 서비스를 선보이며, 요금은 탄력요금제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는 비싸게,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을 받는다는 시스템이다.

손님이 많은 시간대일수록 요금이 높아지며 최대 2배까지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아 고급택시보다는 저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소비자단체는 모빌리티 정책에 사업자 못지않게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소비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운송서비스가 지나치게 고급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탄력요금제라고 해서 소비자가 예측하기 어렵게 높아지는 것도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저렴하고 편리한 가성비의 이동을 원하던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택시업계 반발과 정부지침으로 인해 고가의 대형 콜택시라는 선택지만 안게 됐다는 우려다.

지난 2010년, 일반택시 요금의 77% 수준으로 기대를 모았던 경차택시가 택시기사들의 외면으로 사라진바 있다. 앞선 사례를 볼 때, 택시업계가 자율적으로 저렴한 요금의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모빌리티 기술 발전과 서비스가 고가의 대형 콜택시로만 수렴되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 당분간 상당한 논란거리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