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보다 실리 따져 부부 공동재산 인정 '눈길'

남편이 부동산 매수대금 등을 아내에게 지급해 공동명의로 매수한 부동산이라도 부부의 공동 재산임을 인정하는 판례가 나왔다.

지난 2011년 8월 18일 수원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피고 이천세무소에 “원고 권씨(34년생∙여)에게 한 증여세(약 9억원 상당)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8년 10월 권씨와 그의 남편 신씨는 3개의 부동산(각각 약 23억, 12억6000, 8억3000)을 매수해 2인의 공유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러나 중부지방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결과 권씨가 각 부동산의 1/2 지분을 취득함에 있어 그 배우자인 신씨로부터 매수대금과 그에 따른 취득세 및 등록세 등의 비용으로 합계 약 23억원을 증여받았음이 확인됐다.

이러한 이유로 이천세무소는 권씨에게 증여세 약 9억원을 부과하였고, 이에 권씨는 국세청장에게 심사 청구를 했으나 그 청구는 기각됐다.

권씨의 주장에 따르면 권씨 부부는 약 7년간 구멍가게를 해 모은 돈으로 1975년 1월 20일 반곡동 토지를 남편 신씨의 이름으로 매수, 약 30년간 보유하다가 2006년경 **와이씨 주식회사에 93억원에 매도했다. 당시 권씨 부부는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납구하고 남은 매도대금 중 약 26억원은 권씨의 계좌에, 약 50억원은 신씨의 계좌에 입금해 두었다.

그 후 **와이씨 주식회사가 신씨에게 “반곡동 토지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매도해 폭리를 취했다” 며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고 신씨 명의의 계좌의 예금채권을 가압류했다. **와이씨 주식회사는 1심 패소 후 항소와 상고마저 기각됐고 판결이 확정되자 그 채권가압류 신청을 취하했다.

그런데 권씨 부부는 신씨 명의의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결정으로 예금출금이 되지 않던 기간에도 권씨 명의의 계좌에 있는 돈으로 충주시의 여러 필지의 토지를 신씨의 단독명의 혹은 부부의 공동명의로 취득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1975년 당시 구입한 반곡동 토지의 매매대금은 그리 큰 액수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더하여 보면, 반곡동 토지는 신씨의 단독명의로 되어 있더라도 권씨와 신씨가 함께 모은 돈으로 취득한 공동재산이다" 라며 "이를 처분한 재산 역시 부부 공동의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권씨의 명의로 취득한 1/2 지분의 취득자금이 신씨의 계좌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래 부부의 공동재산이므로 권씨가 위 취득자금을 신씨로부터 증여받았다고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결국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이유 있다고 보고 “피고 이천세무소의 증여세 부과 처분은 위법함으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판결은 부동산 등으로 재산 형성에 있어 부부 공동의 공을 인정하는 것으로 계좌 소유주 명의나 부동산 소유자 명의 등 형식적인 부분보다는 실리를 먼저 따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웍스리포트 | 김도경 기자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