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기업분석_노루홀딩스] 고, 한정대 창업주가 세운 1945년 대한잉크제조공사를 시작으로 도료 및 잉크 제조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고 2006년 6월 1일자로 제조부문과 지주회사부문으로 인적 분할했다. 그 뒤 제조 및 판매에 대한 사업은 노루페인트로 이관하고 노루홀딩스는 존속하여 지주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영재 회장의 아들 한원석 전무는 지난 4월에만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렸다. 지난해 말 한 전무는 43만5720주였으나 올해 들어 총 6만2339주를 매수하여 현재 49만8059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오너 3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루홀딩스 영업이익은 줄어가는데 10억원대 고액 연봉 잔치?


노루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 중 35.08%를 보유하고 있는 한영재 회장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한 회장의 아들 한원석 전무다. 한 전무는 2017년부터 노루홀딩스 이사진에 합류했다. 이로써 노루그룹의 최상위 지배기업인 노루홀딩스의 주요주주에 주요 오너일가가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주요주주는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거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를 말한다. 그리고 2020년 3월 31일 기준 계속해서 한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함께 겸직하고 있어 한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릴 때 큰 제한 없이 결정이 가능하다.

노루홀딩스의 성적으로 한영재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 평가해 보자면 후한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루홀딩스의 연결기준 실적에는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해당하는 종속 기업의 성적이 반영되고 있다. 위 그래프대로 매출액은 꾸준히 늘어나 언뜻 외형은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익성은 거의 바닥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매출액은 2015년 6835억원에서 2019년 8843억원으로 매해 상승했다. 반면 2015년 272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은 2018년까지 그야말로 브레이크가 고장 난 듯 빠르게 감소했고 결국 4년 만에 무려 166%나 감소하며 102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다행히 지난해 다시 영업이익이 250억원으로 회복되었으나 여전히 영업이익률이 2.8% 수준에 그쳤다.

그만큼 각 자회사와 손자회사에서 제대로 성과가 안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회사측은 종속회사 보유 지분법투자주식 일부 매각으로 인한 기저 효과를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오너일가가 경영권과 함께 각종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입지에 서있는 만큼 이같이 오랜 기간 수익성 부진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기 충분하다.

노루홀딩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동안 한영재 회장의 연봉은 아이러니하게도 고액으로 지급됐다. 물론 전체 연봉으로 따지면 영업이익 및 순이익이 감소함에 따라 함께 줄었다. 그러나 수익성이 침체 되는 기간 내내 상여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영업이익이 2015년과 2018년 사이 한없이 하락하는 사이 한 회장의 연봉의 액수는 줄어드는 듯 했지만 영업이익 대비 비중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사진의 보수 산정기준과 방법에 대한 설명에 따르면 급여, 상여는 이사회 결의에 따라 정해진다. 한 회장이 본인 연봉 체계를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2017년부터 작년까지 임원보수 변경의 건이나 임원보수 결정의 건 등의 의안에 대한 이사회에 모든 사외이사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본인의 연봉 체계를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입장이 아닌 상태에서 마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노루홀딩스가 영업이익의 지속적인 감소로 곳간이 비어 갈 때 그의 연봉이 연결기준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7.3%, 2016년 9.4%, 2017년 9.9%, 그리고 5년 중 가장 최악이었던 2018년에는 무려 16.4%까지 치솟았다. 기업이 어려울 때 스스로 결정한 연봉 체계를 기준으로 지급된 고액 연봉을 챙긴 한 회장, 오너리스크의 씨앗이 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계속 지분 늘리는 오너 3세 한원석 전무, 경영권 잡아도 문제없나?


한원석 전무는 3월달 들어서 장내매수를 통해 보유지분을 늘려나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말 43만5720주를 보유, 3.3%의 지분율을 확보한 상태에서 지난 1분기 말 기준 1만5843주를 추가 매입하여 3.4%로 지분율이 상승했다.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주식 시장 자체가 타격을 입으며 모든 주식의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고 노루홀딩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1만2325원이었던 평균 주가는 계속 감소해 3월 평균 주가는 8340원으로 폭락했다. 이 틈을 틈타 한 전무도 적극 매수하기 시작해 4월에만 4만6496주의 지분을 추가로 장내 매수하여 현재 그의 지분율은 3.7%까지 올라간 상태다. 그의 행보에 오너 3세로 경영권 승계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과연 한 전무는 노루그룹의 경영권을 이어 받을 수 있을 만한 차세대 경영인이 될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해 보려면 그가 매일 출근하는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소재의 ‘더기반’을 들여다 봐야 한다.

 


‘더기반’과 한원석 전무


더기반은 2015년 7월 23일자로 종자 육종 및 육성 연구에 대한 제반사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더기반으로 2017년 최종 상호 변경을 했다. 더기반의 최대주주는 93.03%의 주식을 확보하고 있는 노루홀딩스이며 총 주주수는 2명이다. 2019년 기업개황자료에 따르면 최규설, 한원석 두 명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위 실적 추이에 따르면 4년 내내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출액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6년 부터 2019년까지 평균 68%의 성장률, 지난해 71억5412만원을 기록했다. 외형이 성장하는 동안 적자 상태를 유지했다. 특히 적자 폭이 점차 벌어졌고 급기야 2018년에는 79억원의 영업손실과 8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우려를 자아냈다. 다만 지난해 매출액이 크게 늘며 이익이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49억원의 영업손실과 62억원의 당기순손실로 흑자 전환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더기반은 기한의 이익을 상실했다. 우리은행에서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받은 50억원 상당의 대출과 관련 부채비율 20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약정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 이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채총액을 자본총액으로 나눈 부채비율이 2017년 68.5%에서 2019년 448.3%로 379.8%p나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재무 안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단기차입금이 급증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2019년 단기차입금의 액수만 해도 250억원에 달하며 이는 직전 사업연도 대비 152억원이나 증가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차입금은 빠르게 늘어나 총 321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로 급증했다.

통상 30% 이하의 차입금의존도를 재무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기반의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안전하다는 기준의 2배를 넘어서 73.3%로 건전성 악화를 보여주고 있다. 가뜩이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차입금이 증가하며 덩달아 이자비용 역시 급증해 지난해는 12억원을 지출했다. 2020년에도 차입금의존도는 여전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은 적자를 개선하는데 방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전무가 이끄는 더기반은 노루홀딩스와 경영진으로부터 2017년 120억원, 2018년 16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적극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재무건전성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가고 있다.

노루홀딩스는 도료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지만 전방산업의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어 농생명부문의 사업에 투자하여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이끄는 수장의 자리를 한원석 전무가 맡은 만큼 한영재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 받기 위한 입지를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주가 하락세에 지분을 매입하여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것 보다 일단 성과를 내는 것을 우선시 하는 것이 잡음 없는 경영권 승계가 가능케 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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