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이창민, 황규성 기자] 포퓰리즘이 이탈리아를 삼켰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에 이은 또 한 번의 포퓰리즘 승리로 평가돼 파장이 예상된다.

7일 로이터 등 외신매체는 특히 이탈리아는 내년 총선에서 개헌반대 운동의 선봉에 선 포퓰리즘 성향의 야당 오성운동이 집권할 경우 이탈리아 유로존 탈퇴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투표 결과 발표 직후 "개헌 반대편의 완벽한 승리를 인정하고 축하한다"며 "이탈리아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도 야당인 공화당과 극우정당인 국민전선, 양자구도 대결로 예상되고 있어,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원은 "전후 EU 통합을 이끌었던 ‘공동체 필요성’이 약화되는 가운데,극단주의 약진 등으로 `17년 獨·佛·네덜란드 선거 불확실성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유럽 정치권에서 反이민 정책을 배경으로 극우정파의 약진 가능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한 개헌안 국민투표가 부결되자 5일 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리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 유럽 정치권 反이민 정책 배경으로 극우정파 약진 가능성

유럽 정치권에서 反이민 정책 배경으로 극우정파 약진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제금융센터는 '폴란드 강성우파 집권당인 법과정의당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후보가 상당한 지지를 받음에 따라 프랑스의 르펜당수 지지율에 관심 증가. 최근 네덜란드 극우정당 지지율도 4%p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극우당도 금번 선거에서의 지지를 바탕으로 `18.9월 총선에서 약진할 소지가 있다.

▲ 자료:국제금융센터

[ 이탈리아 은행권 자본 확충 어려워질 전망 ]

이탈리아는 금번 국민투표 부결로 인한 정치적 혼란 및 시장 불안에 따른 경기침체,구조조정 동력 약화 등으로 은행권 부정적 시각 강화될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개헌 부결로 인한 伊 정치적 불안 및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질 경우 당초 예정되어 있던 은행권 자본확충이 어려워질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대 부실은행인 BMPS는 금년말까지 €5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나, 개헌안 부결이 투자자들의 참여를 감소시켜 자본확충에 실패할 가능성도 존재. 투자자 펀딩 중단 시 은행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진단했다.

이탈리아 은행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인식 악화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의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BNP Paribas, Credit Agricole 등프랑스계은행들이이탈리아에가장큰익스포저를 지니고있으며 독일, 스페인은행권도상당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럽 극우 "伊 국민투표 부결은 EU 거부한 것" 환영
   오스트리아 대선 중도좌파 후보 승리..극우 '주춤'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사임을 선언하자 유럽 극우 지도자들은 이를 일제히 환영했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탈리아 국민은 유럽연합(EU)과 렌치를 거부했다. 개별 국가의 자유와 보호를 원하는 열망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적었다.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 1차 투표를 통과해 2차 결선 투표 진출이 유력한 르펜 대표는 반이민·반이슬람을 내세우고 있으며 EU에 빼앗긴 프랑스 주권을 되찾겠다며 당선 시 프랑스에서 EU 탈퇴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네덜란드 극우정당인 자유당(PVV)을 이끄는 헤이르트 빌더스도 "이탈리아 축하한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 자료:국제금융센터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 녹색당 당수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72)이 극우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45)를 누르고 당선을 사실상 확정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개표에 근거한 오스트리아 ORF방송의 1차 추정에 따르면 판 데어 벨렌은 53.6%의 지지를 얻어 46.4%에 그친 극우 호퍼를 큰 격차로 앞섰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반이민 정책을 내걸며 EU 탈퇴를 주장해왔던 호퍼 후보의 패배로 오스트리아에서 불던 반 EU 분위기도 사그라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정치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부결된 것과 관련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부결됐다고 해서 이탈리아가 반체제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렌치 총리에게 ‘불신임 표’를 던졌을 뿐 부결 자체가 포퓰리즘은 아니라는 것이다.

◆ 유럽 반이민 정서와 극우정당

유럽의 극우정당은 이미 19세기에도 존재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1930년대에는 전성기를 맞이했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치의 통치를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면서 20세기 후반에는 현실정치에서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IOM 이민정책연구원 오정은 연구원은 '유럽의 반이민 정서 확산과 극우정당' 보고서에서 1990년대에 서유럽 각국이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하면서 비유럽출신 이민자가 증가한 상황에서,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나자 유럽인들은 이슬람교도 이민자를 경계했고, 점차 이민자 전체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극우정당들은 이러한 이민자 경계 분위기를 이용하여 유럽의 사회안전을 지키기 위해 이민자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반이민 구호를 외치며 지지층을 확대하였다는 설명이다. 

▲ 자료:국제금융센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유럽 각국에 경제불황이 시작되자 극우정당들은 경제위기에 따른 실업률 증가 원인을 이민자가 유럽인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조장했고, 이에 동조하는 유럽인들의 지지를 얻으며 더욱 영향력이 커졌다.

보고서는 지난 2014년 5월 22~25일에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극우정당의 선전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고, 유럽의회에서 극우정당이 역사상 처음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결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왔다고 전했다. 

오 연구원은 "유럽의회에 극우정당 출신 의원 수가 증가하였고, 이것은 추후 유럽에 반이민 정서 확산의 우려를 낳고 있지만, 비관론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편, 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 증시는 이탈리아의 개헌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였다. 

독일의 닥스(DAX)지수는 이날 오후 5시45분 현재 전장에 비해 171.4포인트, 1.63% 상승한 1만684.83를 기록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45.50포인트, 1%오른 4574.32에 장을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 FTSE 100 지수도 16.11포인트, 0.24%상승한 6746.83에 종료됐다. 

반면,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전장에 비해 36.64포인트, 0.21% 하락한 1만7050.21에 마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