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thedailybeast

[뉴스워커] 미국에 이어 프랑스,벨기에에도 친러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EU 가입에 어려움을 겪는 세르비아를 발판 삼아 발칸반도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이 초대 국무장관으로 친(親) 러시아 성향의 석유 거물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낙점한 가운데 프랑스 차기 대권 주자 1순위로 꼽히는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가 유럽연합(EU) 외교무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섰다.

친(親) 러시아 성향 기업인의 미국 국무장관 지명으로 미-러 관계의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에서도 러시아에 유화적인 목소리가 커지는 기류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푸틴 대통령과 잘 지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 러시아에서 푸틴 만난 피용 - 2013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별장에서 당시 프랑스 총리였던 프랑수아 피용을 맞이하고 있다. 피용 전 총리는 프랑스 내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정치인으로 꼽힌다. (사진:AFP)

◆ 프랑스 차기 대권 1순위 피용 "나는 러이사에 많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밝혀..벨기에도 가세

프랑스 피용 전 총리는 15일(현지시각)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 직후 "나는 러시아에 많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면서  "유럽은 러시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장기적인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피용은 푸틴을 "러시아 정상이 블라디미르, 보리스, 이고르든지 상관없이 그는 세계 최대 국가의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벨기에의 샤를 미셸 총리도 "오랫동안 우리가 푸틴과 더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에서뿐 아니라 남유럽에서 러시아가 맡은 역할에 대해서도 대화해야 한다"며 피용에 가세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친러성향이 강한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해 미-러 관계에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피용이 차기 프랑스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 제재와 관련한 독일과의 공조 전선에 균열이 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친(親)러시아 인사를 국무장관에 지명한 데 이어 자신의 측근을 모스크바에 직접 보내는 등 취임 전부터 러시아 관계개선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는 모양새다.

15일(현지시간) 미 공영라디오 NPR방송과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지지자인 잭 킹스턴 전 하원의원(공화·조지아)은 이번주 모스크바에서 현지 미국 기업가들과 회동했다.

이번 회동에서는 대(對)러 제재 해제가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으며, 킹스턴 전 의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났다 (사진:AFP)

◆ EU, '러' 제재 지키키기 안간힘..우크라 관련 러' 제재 내년 7월까지 연장 합의

러시아 제재에 대해 그동안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대러시아 수출 중단을 우려해 제재 해제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제재 연장 결정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은 EU가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점차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한 조치로 평가된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연장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AFP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의 한 소식통은 이날 개최된 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연장 법안 연장을 논의했냐는 질문에 대해 "6개월간 연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 역시 "수일 내 공식 연장 결정이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회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합의를 위해 체결한 민스크협정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제재 연장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28개의 EU 회원국은 2014년 7월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 장악 지역에서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 격추 사건 이후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이후 러시아의 석유, 금융, 군사 분야를 대상으로 한 경제 제재가 6개월마다 연장됐으며 내년 1월 해당 제재가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등 몇몇 회원국들은 제재에 따른 효과가 별로 없다며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후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개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제재가 연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불거졌다. 

한편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통합을 방해했다는 데 책임을 물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에 대한 여행금지 및 재산동결 등의 제재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 대한 제재도 함께 취하고 있다. 이들 제재는 각각 내년 3월과 6월 종료될 예정이다.

▲ 사진:The Voice of Russia

◆ “러시아,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입 가능성 높아” 英의원

영국 노동당 의원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highly probable)"고 주장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벤 브래드쇼 노동당 의원은 “러시아가 국민투표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패턴에 들어맞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러시아가 지난 달 치러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결론지었다.

CIA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운동본부장이었던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 해킹에 러시아가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지난 9일 보도했다. CIA는 러시아군 총참모부 정보총국(GRU)과 연계된 러시아 해커 그룹이 포데스타와 민주당전국위원회(DNC) 관계자들의 이메일을 해킹해 위키리크스에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 

브래드쇼 의원은 이날 하원에서 시리아 알레포 상황에 대한 연설을 하면서 유럽으로 엄청난 수의 난민들이 들어온 것은 러시아가 EU를 와해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추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사이버 전쟁에서 하고 있는 것을 아직 알아차리지도 못했다”며 “이들의 미 대선 관여 뿐 아니라,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 증거는 없지만,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강조했다.

브래드쇼는 또한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FN) 당수인 마린 르펜이 내년 대선 및 총선 승리를 위해 러시아에 2300만 파운드(약 340억원) 대출을 요청했음을 지적했다. 

독일 정치인들과 정보국 관리들은 러시아 해커들이 내년 독일 총선에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브래드쇼 의원은 “우리가 러시아 전략이 자유세계를 약화하고 분열시키는 것임을 깨달을 때,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 난민 최대 유입이 의도적인 계획의 일환임을 알게 된다”며 “푸틴이 군사적으로 이룰 수 없다고 우리고 보고 있을 때, 그는 이미 사이버 및 선전전을 사용해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지난 6월 개최된 EU탈퇴 국민투표에서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 푸틴은 2014년 세르비아 수도를 해방시켰던 70년 전의 그날에 바쳐진 환영 축전에 참가했다 (사진:AFP)

◆ 러시아, EU 가입 원하는 세르비아 통해 발칸반도 영향력 확대

러시아는 EU 가입에 어려움을 겪는 세르비아를 발판 삼아 발칸반도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 언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크로아티아는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회의에서 세르비아의 문화, 교육 상황을 문제 삼으며 EU 가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U에 가입하려면 35개 챕터별로 가입 협상을 해야 하는데 크로아티아는 문화·교육 영역인 26번 챕터 협상을 막고 있다. 세르비아에서 크로아티아인 등 외국인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에 속해있던 두 나라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독립했지만 국경문제, 코소보 사태, 내전 등으로 관계가 악화했고 지금도 여전히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EU를 방문 중이던 알렉산드르 부치치 세르비아 총리는 크로아티아가 EU 가입 협상에 딴지를 걸자 크로아티아를 맹비난하며 일정을 단축해 12일 귀국했다.

세르비아 언론들은 그가 "지금까지 많이 참았는데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비차 다시치 세르비아 외무장관은 "크로아티아가 EU 가입을 막는 나라라니 EU 가입에 대한 흥미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냉소했다.

구원이 있는 데다 EU 가입을 크로아티아가 막자 세르비아는 우방인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

보스니아 내전에 개입해 인종청소를 벌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격을 받은 세르비아는 러시아에 '나토에는 가입하지 않고, EU의 러시아 제재도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호응해 러시아는 21일 모스크바를 찾는 부치치 총리에게 미그-29 전투기 4대를 기증하기로 했다. 양국은 세르비아군을 재정비하는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아티아와 EU에 보내는 경고인 셈이다.

BBC는 부치치 총리가 친 EU 성향이지만 EU 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전했다.

2006년 세르비아에서 독립한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보다 EU 가입 협상 속도가 더 빠르다.

몬테네그로는 지난달 친서방 정책을 유지하는 밀로 주카노비치 총리를 러시아 정보기관이 암살하고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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