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대우건설, 안산 원곡2단지서 입찰 포기 ‘왜’

지난 17일 때 잦아들 줄 모르는 거센 한파가 몰려온 낮 1시 30분. 경기도 안산 원곡1동사무소(민방위교육장) 앞에는 옷깃을 부여잡고 발을 동동 구르며 사방을 살피는 사람이 몇몇이 보였다.

▲ 원곡연립2단지 전경.
조금 있으면 안산 원곡연립2단지의 시공자의 입찰이 마감되는 시간이다. 이들은 누가 오기를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누가 오면 안 된다고 생각해 사방을 조심스레 살피는 걸까. 2시 2분전 그들은 민방위교육장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이곳 시공자 입찰마감결과 기호 1번으로 경남기업이 참여했으며, 기호 2번은 예상 밖의 현대산업개발이 참여했다. 기대했던 대우건설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관련업계에서는 의아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대우건설은 안산의 5개 연립단지 재건축사업을 석권해 ‘푸르지오 메가타운’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바 있다.

초지상재건축(대우건설), 초지1재건축(대우건설), 원곡1재건축(대우 가선정), 원곡2재건축(경남 가선정), 원곡3재건축(대우 가선정) 등 5개 단지의 총 건립예정가구 수는 6000여 가구. 대우건설이 메가타운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이다.

▲ 원곡연립2단지 사업에 참여제안서를 받는 현장에 한 사람이 들어가고 있다.

5개 단지 중 원곡연립2단지만 수주한다면 메가타운의 꿈은 90% 달성한 것이다. 상대는 경남기업. ‘아너스빌’이라는 브랜드가 있지만 대우의 ‘푸르지오’보다 한 참 순위가 낮은 아파트 이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였을까. 대우건설은 상가가 많아 사업성이 낮을 거라는 생각으로 손을 놓았던 원곡2단지를 탈환하겠다고 선전포고 했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 때는 지난해 10월. 이곳에 평소 활동이 없었던 ‘주민감시단’이라는 이름의 조합 반대자가 등장했고, 그들의 이름으로 원곡2단지 내 벽면이나 전봇대에는 홍보성 또는 비방성 전단지가 나붙기 시작했다.

경남기업에 대한 각종 비방의 글이 쏟아졌으며, 조합 집행부에 대한 비리가 있다는 내용의 전단지도 나붙었다. 경남기업 또한 전단지를 붙였고 사업지 내에는 여기저기 붙고 뜯긴 전단지로 도배되고 있었다.

▲ 원곡연립2단지 재건축 조합장(박세영)이 정비업체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장소=참여제안서 현장.
그 후 주민간의 반목이 크게 불거졌으며, 결국 지난해 12월 30일 이곳 1차 시공사 현장설명회는 감시단 측 주민 수십여 명이 현장설명회장 입구를 둘러싸고 출입을 금지하는 거센 몸싸움이 일었다. 상황은 다음 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대치가 종료될 정도로 팽팽했다.

또 이들에 의해 원곡2단지는 조합설립무효소송이 제기됐으며, 아울러 이사 선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소송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이곳은 일촉즉발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관련 신문과 지역지 또한 이곳을 대서특필하며 조합의 일방적 공격이 가세됐다. 조합 집행부는 안으로 밖으로 곤욕을 치르게 된 상황의 사면초가가 되었다.

이 이면에는 대우건설이라는 거대 세력이 있다는 소문이 흐르기 시작했다. 주민감시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컨설팅을 하는 업체가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들은 버젓이 주민감시단 사무실을 방문하여 그들의 활동에 대해 코치를 했다는 것이 이곳 조합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들은 ‘참○○’이라는 컨설팅이라는 것이

▲ 주민감시단 사무실.
다. ‘참○○’은 철거업체이지 컨설팅회사는 아니다.
그들과 대우건설과의 관계는 알 수 없다. 다만 대우건설이 수원115-10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현대건설 컨소시엄)할 때 약간의 역할을 했으며 아울러 철거권도 그들에게 주어질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 외에는.

이렇던 대우건설이 지난 17일 열렸던 이곳 시공자입찰에 돌연 나타나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현대산업개발이 보였을 뿐 그들은 단 한명의 모습도 나타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담당 수원·안양·안산·의왕 등 경기 남부를 담당하는 대우건설 지사장은 말을 에둘렀고, 안산을 담당하던 부장 또한 상황이 아니라며 피했다./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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