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가 시작된 지 3년 만에 출시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서,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로 인해 SK하이닉스 등의 국내 기업이 추가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7일 블룸버그는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메이트 60 프로의 해체·분석을 의뢰한 결과,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즉시 미국의 반도체 제재 이후 화웨이와 거래하지 않았음을 주장했으나, 미국의 추가 제재 우려에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날 대비 4.05% 감소한 11만3700원에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뉴스워커>와의 통화를 통해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이 공표된 2020년 이후로는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았다”라며 “해당 제품의 생산 일자를 포함한 유통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이를 신고한 이후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만약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2020년 이전 생산 물품이라면 앞서 비축한 물량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되나, 미국 수출 규제 이후 제품일 경우 우회 경로를 통해 대량의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은 2019년 자국 기업이 화웨이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이듬해 5월에는 미국 외 기업들도 미국의 기술과 부품이 이용했다면 화웨이 수출에 앞서 미국 상무부에 승인받도록 했다. 중국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통해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후 화웨이는 메이트 60 프로의 출시까지 약 3년간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5G 신제품 출시로 추가적인 제재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부품이 포함된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 수출 규제를 넘어 중국 내 반도체 제조 장비나 메모리 반도체 자체의 반입 금지 등의 카드를 들고나올 경우, 중국 내 반도체 제조 공장을 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타격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 내 반도체 제조를 금지할 경우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를 제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우시와 다롄 지역에 D램과 낸드플래시 제조 공장을 둔 SK하이닉스는 공장 이전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 내 반도체 자체에 대한 수출이 제한된다면, 국내 반도체 시장의 최대 고객을 잃게 되는 상황이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사결과 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40%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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