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한국의 재개발/재건축시장은 지난 12월 7일 정부의 부동산대책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침체가 다소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이러한 경험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우리로서는 현시점에서 일본 부동산재개발사업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재개발사업의 현재 상황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또한 향후 한국 재개발사업의 변화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나마 예측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시기적 필요성을 인식하고 일본의 부동산버블 전후의 부동산재개발사업의 변화 추이에 대해서 3회에 걸쳐서 살펴보기로 하였고 그 첫 번째로 일본 재개발사업의 사업건수의 변화 추이와 개발면적의 변화 추이, 두 번째로 일본 재개발사업의 개발시설들의 변화추이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그 세 번째 순서로써 일본 재개발사업 전/후의 토지가격의 변화와 재개발사업의 입지 변화 추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 재개발사업 전후의 토지가격의 변화와 입지 변화 ]

▲ 【그림14】시가지재개발 후 재개발지구의 증가율(增價率)출처: 일본도심재개발사업의 이해, 김준환著, 부연사
<그림14>는 일본 6대도시와 지방도시의 상업용지의 평균 토지가격 상승률과 재개발 사업지구의 사업 전 토지 평가액과 권리변환 시 토지평가액의 토지가격의 상승률(그림14에서 재개발지구 증가율)을 연도별로 각각 나타낸 것이다. 여기서 <그림14>의 재개발지구증가율은 사업 전과 사업 후의 재개발사업지구의 토지가격 상승률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14>의 그래프에서 나타낸 수치는 변화를 보다 간략하게 파악하기 위해 5년 이동평균 값(해당 년도 값과 전후 2년치 값을 포함한 총 5년간의 평균값, 예를 들어 1990년의 경우 1988-1992년의 평균값 임)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버블 전, 버블기, 그리고 버블붕괴 후 등의 각 해당기간 년도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 해 두기 바란다.

먼저 상업용지 평균지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6대도시의 상승률 폭이 지방도시의 상승률 보다 매우 크며, 가격의 상승도 지방도시 보다 먼저 일어났으며, 가격 하락의 폭도 역시 지방도시 보다 매우 컸으며 먼저 하락을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재개발지구의증가율(사업 전후의 토지가격 상승률)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지방도시의 경우는 전체적으로 버블이전, 버블기, 버블붕괴 후에 걸쳐 감소하는 변화를 나타내고 있지만, 대체로 전 기간에 걸쳐서 안정되게 20-40%의 범위 내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6대도시의 경우는 그 변화의 폭도 지방도시에 비해 상당히 크며, 버블기에 급격히 하락했다가 버블붕괴 후에 다시 급격히 상승하는 등, 지방도시와는 상당히 다른 변화패턴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첫째, 상업용지가격이 폭등했던 6대도시의 경우에 재개발지구 증가율(사업 전후의 토지가격 상승률)이 다른 시기, 즉 버블이전과 버블붕괴 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둘째, 지방도시의 경우에는 재개발지구 증가율(사업 전후의 토지가격 상승률)이 상업용지 평균상승률을 항상 상회하고 있는데 반해, 6대도시의 경우는 버블기에 해당하는 1986년부터 1990년에는 재개발지구 증가율(사업 전후의 토지가격 상승률)이 상업용지 평균상승률 보다 낮았고, 또 그 시기에 재개발지구 증가율이 다른 시기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즉, 재개발지구의 증가율이 상업용지평균지가 상승률 보다 낮은 기간이 존재하게 되는데 그 기간이 버블기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그럼 이러한 변화는 과연 어떤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재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에 토지소유자 등은 재개발사업을 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토지 등의 가치 상승률이 주변 다른 지역의 토지 등의 상승률 보다 높은 수준을 기대하며, 그 기대치를 만족하지 못 할 때는 재개발사업에 참여에 동의하지 않는다. 즉, 재개발사업에 따른 토지 등의 평균상승률(재개발지구 증가율)은 상업용지 지가상승률을 항상 상회하여야만 할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지방도시의 경우는 재개발사업지구의 평균토지가격 상승률이 상업용지 평균상승률을 상회하고 있어 이런 통상적인 기대결과와 일치하게 된다.

문제는 6대도시의 경우다. 6대도시의 경우에 버블이전과 버블붕괴 후에는 이에 일치하게 되지만, 문제는 버블기에 해당하는 재개발사업지구가 문제가 된다. 6대도시의 경우에는 지가가 급등했던 버블기에는 개발지구 증가율(재개발사업 전후의 토지가격 상승률)이 버블이전과 버블붕괴 후 보다 낮아졌으며, 또한 상업용지 평균 지가상승률 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재개발사업 전후의 토지 등의 통상적인 기대상승률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럼 과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단 말인가?

물론 다른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다음과 같이 그 원인을 유추해 보았다.

일본의 경우 버블기에 도심의 경우 통상 평균상승률 보다 높았으며, 도심 주변 지역의 경우는 평균상승률 낮게 나타났었다. 따라서 버블기에 도심지역에서 재개발사업이 시행되었다면 상업용지평균상승률 보다 개발지구 증가율(재개발사업 전후의 토지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야만 한다. 결국 부동산 버블기에 재개발사업은 도심지역이 아닌 도심 주변지역에서 많이 수행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결국 버블기에는 폭등하는 토지가격에 편승하여 도심지역의 재개발사업장의 토지 등의 소유자의 기대상승룰이 너무 높아 도저히 사업성이 나오지 않았으며, 결국 소유자들과의 합의가 어려워 사업이 답보상태에서 진행되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버블기에는 상대적으로 토지가치가 낮고 또한 소유자들의 재개발에 따른 기대상승률이 낮았던 도심 주변의 외곽지역에서 재개발사업이 제한적으로 수행되었던 것이다. 또한 버블기에는 폭등하는 지가상승에 따른 사업지연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첫 번 호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개발규모도 매우 축소되었던 것이다.

즉 일본의 버블기의 재개발사업은 도심지역이 아닌 도심 주변의 외곽지역에서 축소된 규모의 재개발사업이 중점적으로 수행되었다는 결론이다.

그럼 최근 한국의 재개발사업은 어떠한가?
한국의 재개발사업은 부동산가격이 급등했던 시기에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추진되어 왔다. 그 결과 그 시기에 진행되어 아직 완료되지 못한 재개발사업의 대부분이 답보상태에서 표류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들도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한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한국은 일본의 재개발사업과 달리 토지가 급등하던 시기에 일본과는 상이하게 재개발사업들을 과감하게 진행해 왔던 것일까?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중 한 가지는 바로 한국 재개발사업의 조합방식에서 찾을 수 있겠다.

일본의 경우는 사업리스크를 사업시행자가 상당 부분을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의 사업성에 대한 보다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었으며, 미래에 대한 사업성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업을 포기하거나 지체하는 경향이 높다.

이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도심재개발사업인 록본기힐즈에서도 찾을 수가 있다. 록본기힐즈는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시작되는 1986년에 재개발 유도지구로 지정된 이후 12년이 지난 1998년 조합설립 인가가가 났으며, 2년이 지난 2000년에 권리변환 인가가 완료되었다. 즉 토지가 급상승하던 버블기와 토지가격의 급락이 진행되던 시기에는 사업이 전혀 진행되지 못했으며, 결국 토지의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하여 토지소유자들의 기대치가 낮아진 시점에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밖의 일본의 도심의 대규모 재개발사업들은 버블기가 아닌 버블붕괴 후 상당기간 시간이 지난시점인 2000년 전후에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되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조합방식이라는 재개발사업방식으로 인해 사업시행자는 당장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도 일단 조합원들이 동의하는 높은 수준에서 일단 협의를 하고 사업을 경쟁적으로 진행해 왔던 것이다.
물론 토지 급등기에 재개발사업시행자들은 토지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오판을 했다는 점도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재개발사업시행자는 설사 토지의 가격이 급등하지 않고, 설사 하락한다고 해도 조합방식 하에서는 사업성에 대한 위험부담은 추가 부담금을 통해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부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망설임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또한 사업시행자나 건설사들이 이러한 무리한 사업이 가능했던 이유로는 한국의 부동산가격의 폭등기 이전에 시작된 소수의 재개발사업들이 부동산가격 폭등기에 사업이 완료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둔 것이 재개발시장 전체에 재개발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시장에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재개발사업은 위기에 처해있다. 그리고 그 해결책도 뾰족이 찾기가 어렵다. 너무나 마음이 답답하다. 돌이킬 수만 있다면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또한 현 상황에 일조한 정치인들도 원망스럽기까지 한다.

이제 우리는 재개발사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만 한다. 우리가 너무나 욕심이 많지는 않았는지, 너무 큰 꿈을 꾸지는 않았는지를...

 
 
김준환 교수는 고려대학교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일분으로 건너가 메이카이대학에서 부동산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중에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시가지재개발사업에 있어서의 주택공급효과', '일본 도심재개발사업의 이해'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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