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칠성음료 '백두산 하늘샘'이 서울 명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 앞 신문 가판대에서 판매되고 있다. / 사진 = 이두경 기자

[뉴스워커: 이두경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제조 유통하는 먹는샘물 ‘백두산 하늘샘’과 농심의 먹는샘물 ‘백산수’의 수원지는 백두산이다. 백두산 하늘샘과 백산수는 모두 백두산 근처인 중국 길림성 내에 생수공장을 두고 있으며, 둘 다 수입품목으로 취급돼 수입절차를 매번 모두 마치고 국내에 반입된다. 그래서인지 두 먹는샘물은 정부가 실시하는 먹는샘물 점검 기준 등에 크게 영향 받고 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환경부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4대 사회악 근절(불량식품)’의 일환으로 전국 ‘먹는샘물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합동 특별점검을 실시, 조사 대상 37곳 중 17곳의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 먹는샘물 즉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물 상태지만 위생 등에 문제가 있어 45.9%에 해당하는 업체가 적발된 것이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의 백두산 하늘샘과 농심의 백산수는 이 점검을 피해갔다. 그 이유는 두 먹는샘물 공장은 별도 법인으로 중국에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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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관계자는 “특별점검은 국내에 공장이 있는 먹는샘물 제조업체를 대상으로만 실시하고, 국내 먹는샘물 브랜드라 할지라도 국외에 공장이 있는 업체는 당국이 해외 현지로 나가지는 않기 때문에 해외 공장점검은 실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당국의 점검을 피해간 대신 백두산 제조 샘물들은 중국 측의 점검을 받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에 따르면 백두산 하늘샘 공장은 한국 정부가 실시하는 점검은 전혀 받고 있지 않고 중국기술감독원 1곳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는다. 또한 중국에서 수출 시 수질검사는 중국 ‘상검국(중국 품질 검사국)’에서 샘플링 검사로 진행된다.

중국에서 수질 검사를 받은 롯데칠성음료의 백두산 하늘샘이 국내에 들어온 이후에는 수질검사를 어떻게 받고 있을까.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관련법은 먹는샘물 수질검사를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국내 세관에서 1년에 한번 수질검사를 하고 매번은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환경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들여온 먹는샘물이 국내로 반입된 후 시·도가 수질검사를 한다. 수질검사는 매번 실시되지는 않고 할 때도 있고 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수질검사 여부는 시·도가 판단한다”며 “‘수질검사를 이번엔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판단이 서면 안 한다“고 말했다.

즉, 백두산 하늘샘 중국 공장은 당국의 제지를 전혀 받지 않는 대신, 제조가 모두 마쳐진 후의 완제품 먹는샘물에 관해서는 국내로 반입될 시 매번은 아니지만 시·도의 판단에 따라 이따금씩(할 때도 있고 또는 안할 때도 있는 비정규적으로) 샘플링 식의 수질검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는 수입 먹는샘물이 국내로 들어올 때의 조치와 유사한 형태로 보인다.

그러나 수입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사실은 무시된 채 국내에서 제조되는 다른 보통 먹는샘물들 중 하나로만 소비자들에게 비쳐지는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 결국 중국에서 수질검사가 이뤄지며 국내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끓이지 않고 날 것 그대로를 마시는 먹는샘물로 인해 자칫 소비자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인 문제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중국인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 신문 가판대에 롯데칠성음료 ‘백두산 하늘샘’이 판매되고 있다. 백화점 앞에는 여러 가판대가 있는데, 그 중 ‘백두산 하늘샘’을 1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곳도 있다. / 사진 = 이두경 기자

또 하나의 문제는 먹는샘물 유통기한의 연장에 있다. 이런 샘물의 유통기한 연장도 당국의 허가를 받기는 어렵지 않은 것으로 취재결과 나타났다.

환경부는 먹는샘물 제조기업의 유통기한 연장신청 사유를 제출 받지 않는 등 유통기한 설정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먹는샘물 유통기한 설정 기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는 부분이다.

환경부가 고시하는 먹는샘물 유통기한은 기본적으로 ‘제조일로부터 6개월 이내’인데, 먹는샘물 제조기업이 유통기한을 1년 혹은 2년(최대 24개월 가능)으로 늘리고자 하면, 유통기한이 초과된 기간 중에도 검사성적서 등을 제출하고 제품의 품질변화가 없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시·도의 유통기한 연장승인을 받아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길면 판매자가 생수 폐기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판매자에게 유리하다. 유통기한 연장신청 사유에 관해서는 기업이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사실 환경부의 ‘먹는샘물 유통기한 연장 승인 신청서’란에는 기한 연장 사유를 적는 란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기한을 연장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적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모든 현상에는 그에 따른 이유가 있지만 환경부의 연장 승인 신청서에 그것이 없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일로 국민들에게 비춰질 수 있다.

환경부 규정에 따라 롯데 백두산 하늘샘 유통기한도 출시 초기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된 것. 롯데 백두산 하늘샘 유통기한은 2012년 공장 설립 직후 6개월이었다가 안정화를 거치고 1년으로 변경·승인됐다.

이로 볼 때 롯데칠성음료의 백두산 하늘샘은 환경부의 공장 특별점검도 받지 않으면서 당국의 느슨한 유통기한 연장 혜택은 누리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어 백두산 하늘샘을 믿고 마시는 소비자에게는 다소 당황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백두산 하늘샘은 지난 2013년부터 중국에서 현지판매도 하고 있다. 반면 가격 차는 2배 가까이 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백두산 하늘샘 500ml(미리리터) 기준으로 편의점 가격이 850원에 달하지만 중국에서는 일반소매가는 2위안(한화 337원, 환율 10월말 기준)에 판매하고 있다. 유통비용을 감안한다고 해도 국내 소비자는 ‘봉이야’라는 말도 나올 법한 금액차인 것은 사실이다.

한편 백두산 하늘샘 공장은 농심 백산수 국내 출시년도인 2012년 설립됐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과 동생 농심 신춘호 회장 두 형제가 나란히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 중국을 통한 백두산 물 사업을 시작한 모습이다.

▲ 국내 한 편의점에서 롯데칠성음료 ‘백두산 하늘샘’이 850원에 판매되고 있다. / 사진 = 이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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