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티머스 코디네이터는 영화나 드라마의 수위 높은 촬영에 깊이 개입해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는 이들을 말한다. [사진=픽사베이]
인티머스 코디네이터는 영화나 드라마의 수위 높은 촬영에 깊이 개입해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는 이들을 말한다. [사진=픽사베이]

전미배우노동조합(SAG-AFTRA)이 제작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기나긴 파업의 성과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이중에서도 인티머시 코디네이터(Intimacy Coordinators)의 증가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란 지난 2021년 SAG-AFTRA의 요구에 의해 처음 도입됐다. 영화나 드라마의 베드신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성범죄를 방지하는 전문가로, 2017년 말 할리우드에서 촉발된 미투(me too) 운동의 영향으로 탄생한 직업이다.

SAG-AFTRA가 이번 파업에서 제작자 측과 합의한 성희롱 방지 조항에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채용을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첫 도입 이래 배우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제작자들이 채용을 꺼리면서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장면 촬영에 적극 참여해 실제 현장을 상세히 살핀다. 베드신에 임하는 배우를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 보살피고 혹시 제작진의 불합리한 요구는 없는지 체크한다. 배우와 제작자 사이의 소통을 돕는 역할 역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담당한다.

배우들이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도입을 요구한 것은 할리우드에 만연한 성희롱 때문이다. 그간 베드신은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기 지도에 의존해 촬영됐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심적, 신체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는 베드신의 긴장을 완화하고 혹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중립적인 증언을 해 사태 해결에 일조한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 시장에서도 주목받는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왕좌의 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대형 제작사 HBO는 모든 성적인 장면의 촬영 현장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를 배치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배우들의 반응도 좋다. 19금 드라마 '더 그레이트(THE GREAT)'의 주인공을 연기한 엘르 패닝은 한 인터뷰에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배우, 제작자와 함께 장면 리허설을 하고 모두가 편안하게 베드신을 찍도록 조언자 겸 감시자 겸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돌아봤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우리나라 도입도 기대된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최근 세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베드신 촬영 현장에서는 아직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도입된다면 할리우드와 마찬가지로 배우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혹시 모를 사고를 여럿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제작자 입장에서도 원치 않는 논란에 휘말릴 여지를 없앨 수 있어 여러모로 도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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