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걸그룹 에스파 [사진=에스파 공식 인스타그램]
다국적 걸그룹 에스파 [사진=에스파 공식 인스타그램]

한국 걸그룹 에스파의 중국인 멤버 닝닝을 둘러싼 일본 팬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거세다. 일본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연말 특집 프로그램 ‘홍백가합전’ 출전을 막자는 청원이 계속되는 가운데, 방송사 NHK가 문제없다는 의견을 내 시선이 쏠렸다.

NHK는 지난 14일 공식 채널을 통해 올해 마지막 날 방송하는 76회 ‘홍백가합전’ 출전자들을 전격 공개했다. 한해 최고의 활동을 펼친 가수와 배우가 출연하는 올해 ‘홍백가합전’에 에스파는 SM 출신 가수로는 14년 만에 이름을 올렸다.

닝닝을 둘러싼 보이콧은 직후 벌어졌다. 닝닝은 2022년 버섯구름 형태의 무드등을 SNS에 올렸는데, 이게 최근 일본 팬들 사이에 이유 없이 회자되면서 난리가 났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자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직후 항복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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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구름 모양의 무드등으로 논란이 된 에스파 중국인 멤버 닝닝 [사진=에스파 공식 인스타그램]
버섯구름 모양의 무드등으로 논란이 된 에스파 중국인 멤버 닝닝 [사진=에스파 공식 인스타그램]

닝닝이 중국인이라는 점에서 일본 팬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다. 현재 일본과 중국의 외교관계는 1972년 수교 이후 최악으로 평가된다. 타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최근 공식 석상에서 대만의 유사시 자위권 행사를 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중국이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양국의 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 닝닝의 버섯구름 무드등 파문이 겹치면서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장을 막자는 여론이 일본 사회에 팽배하다.

19일 일본 언론 죠세지신은 이번 사태에도 NHK가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NHK는 지난 17일 닝닝 이슈와 관련, “대중의 지적은 익히 알고 있다”면서도 “해당 멤버(닝닝)이 일본의 원폭 피해를 경시하거나 조롱할 의도가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NHK는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연은 올해 활약상과 대중 및 여론의 지지도를 반영한 결과”라며 “프로그램의 기획, 연출에 적합한지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정보를 참조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적합성을 강조했다.

올해 '홍백가합전' 사회자들. 한해가 마감되는 마지막 날 치러지는 중요한 방송이라 매년 역대 최고의 인기 스타로 사회자 및 출연자가 구성된다. [사진=NHK 공식 X]
올해 '홍백가합전' 사회자들. 한해가 마감되는 마지막 날 치러지는 중요한 방송이라 매년 역대 최고의 인기 스타로 사회자 및 출연자가 구성된다. [사진=NHK 공식 X]

NHK의 입장에도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연을 막아야 한다는 일본 팬들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올해가 일본의 패전 80년이 되는 해라는 점이 부각되며 온라인 서명 사이트 ‘change.org’에 올라온 반대 서명에는 20일 오전 기준 5만7000여 명이 참여한 상황이다. 

특히 2018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원폭 투하에 따른 버섯구름이 연상되는 프린트 티셔츠를 착용했다가 문제가 된 터라 현지 팬들은 “반복되는 실수”라고 벼르는 분위기다. 당시 BTS는 원폭 티셔츠 논란 끝에 예정된 일본 프로그램 출연이 갑자기 취소되는 상황을 겪었다.  

NHK 입장대로 에스파가 올해 ‘홍백가합전’에 그대로 출연하더라도 비판 여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원폭 이슈가 일본이 얽힌 외교 문제의 흔한 이유인 데다 최근 일본과 중국 관계가 상당히 껄끄러워 에스파 입장에서도 ‘홍백가합전’ 출연은 오히려 손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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