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부 항공사 일본행 항공권 무료 취소하기도
중일 갈등이 격해지면서 일본으로 향하던 중국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일본행 하늘길이 비는 사이, 한국 항공사와 관광업계에는 때아닌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와 과거 한한령에 대한 불안이 동시에 스며들었다.
![한산한 일본의 거리와 대비되는 활기찬 한국의 거리 [사진=인공지능(Imagen 3) 생성 이미지]](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4174_435481_5537.png)
갈등의 불씨는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를 시사한 일본 신임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의 발언이다. 중국 정부가 곧바로 일본 여행 자제 방침을 내고, 자국 항공사와 여행사들이 일본행 단체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일본행 항공권 취소, 환불이 속출했다. 일본 주요 관광지와 면세점, 소매업체 매출이 흔들리고 일본 항공사와 관광 관련 기업의 주가도 출렁였다.
구조적으로 보면 한국과 일본은 중국인 해외여행 수요를 두고 경쟁하면서도 서로 대체재에 가까운 시장이다. 비행시간 2~3시간 안팎의 단거리 노선에 쇼핑, 엔터테인먼트, 의료·미용까지 한 번에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인 입장에선 성격이 비슷한 목적지다. 이 때문에 일본을 향하던 수요가 줄면 중국 여행객 일부는 여행 자체를 포기하지만, 나머지는 한국이나 동남아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6일 중국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중화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진=대한항공]](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4174_435483_5757.png)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주요 노선을 단계적으로 복원하며 인천을 거점으로 한 환승 수요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과 일본을 직접 오가는 여정이 부담되는 승객이 중국발 인천 경유 미주·동남아 노선을 택하면, 대형 국적 항공사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 없이 탑승률과 수익성을 올릴 여지가 생긴다. 중일 갈등이 길어질수록 인천국제공항의 우회 허브 역할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저비용항공사들도 비슷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인천뿐 아니라 김해, 대구, 청주, 무안 등 지방공항에서 중국 노선을 복원 및 확대하는 추세다. 일본행을 포기한 중국 개별·소규모 여행객을 중국 도시 직항과 한국 국내선 조합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지역 숙박·음식·쇼핑 수요까지 함께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무 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저비용항공사들은 특정 국가 노선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갈등의 방향이 달라졌을 때 손익 구조가 곧바로 뒤집힐 위험도 안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에서 700여 명 규모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겼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4174_435496_619.jpg)
여행, 면세, 호텔 업계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호텔신라와 롯데면세점, 롯데관광개발, 하나투어·모두투어 등은 일본행이 막힌 중국 단체·패키지 수요의 일부라도 한국으로 돌릴 수 있을지 주목했다.
정부가 최근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비자 완화와 전자결제 인프라 확대 등 유인을 강화해 온 만큼, 이번 중일 갈등이 한국 관광 회복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
국내 업계가 이번 상황을 온전히 호재로만 보지 않는 이유는 2017년 사드 갈등과 한한령의 기억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한국행 단체관광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한류 콘텐츠와 국내 유통·서비스 기업을 겨냥한 각종 비공식 규제를 동원했다. 그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항공·면세·여행·카지노 업계가 대규모 적자를 감내해야 했고,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저비용항공사와 면세점은 사업 구조를 전면 재점검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본 사례는 중국이 관광·문화·소비를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는 패턴이 굳어지고 있음을 다시 확인시켰다. 현재는 일본이 대상이지만, 향후 안보·외교 이슈에 따라 한국이 다시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발 수요에 기대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반복할수록, 외교 갈등 한 번에 사업 기반이 흔들리는 구조적 취약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대한항공의 보잉 747 8f 항공기 [사진=대한항공]](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4174_435503_1132.png)
항공사들은 이미 노선 포트폴리오 조정에 속도를 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주·유럽·동남아·중동 노선을 늘리면서 중국·일본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려 하고, 저비용항공사들도 베트남·태국·필리핀, 호주와 괌·사이판, 중앙아시아 등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중일 갈등이 가져온 수요 공백을 단기적으로 메우되,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국가에 매출과 좌석 공급이 쏠리지 않도록 분산하는 것이 공통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일본을 이탈한 중국 여행객 수요가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기대감이 높은 분위기"라며 "늘어나는 여객 수요에 발맞춰 노선을 운영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해 이번 기회를 실적 개선의 확실한 모멘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공항 운영사 역시 시장 다변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중국·일본에 집중된 노선을 동남아·중동·유럽·미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해 왔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도 신남방·중동 국가와의 항공 협력과 관광 교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 국내서 CU·GS25·세븐일레븐에 밀린 이마트24, 업계 최초로 인도 노크하는 이유는
- [IB분석] 중국 텐센트, 국내기업 재무적 투자인가 경영권 탈환인가…K-콘텐츠 산업, ‘Soft M&A’의 덫에 걸리나
- 中 시진핑 "베이징 대규모 K팝 공연 하자" 발언, 일단 엔터·게임株 급등 랠리…중국 2,570조 시장이 꿈틀
- [국민의 시선] 한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목 베겠다” “짱구도 보지마”...첨예한 중일 갈등, 우리나라 기회일까 위기일까
- ‘창의성과 다양성의 장, K-인디게임 35종 공개’... 콘진원, ‘코리아 인디게임 쇼케이스’ 개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