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빠진 정육각…KK홀딩스 철수로 다시 안개속 빠진 초록마을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회생을 넘어 식품 및 유통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남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 후 동반 침체에 대해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언급하고 있다. 정육각 매출의 수배에 이르는 초록마을을 인수하면서도 대형 이커머스(쿠팡·컬리 등)의 성장, 유통업 불황, 물류 경쟁력 한계 등 현실적 상황이...[본문 중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회생을 넘어 식품 및 유통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남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 후 동반 침체에 대해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언급하고 있다. 정육각 매출의 수배에 이르는 초록마을을 인수하면서도 대형 이커머스(쿠팡·컬리 등)의 성장, 유통업 불황, 물류 경쟁력 한계 등 현실적 상황이...[본문 중에서]

국내 대표 친환경유기농 식품 유통 기업인 ‘초록마을’의 미래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2022년 혁신 스타트업으로 불리던 ‘정육각’에 인수된 이후 경영 부진에 빠졌던 초록마을은 KK홀딩스의 등장으로 새주인을 맞을 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KK홀딩스가 관리인이자 기존 경영진인 김재연 대표, 그리고 채권자와 갈등으로 결국 인수 작업에서 철수하며 경영 불안정성이 장기화 되는 모습이다.


친환경식품 유통의 선구자와 혁신 스타트업의 잘못된 만남


초록마을은 1999년 대상에서 설립한 국내 최초의 친환경·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 브랜드다. 국내산 농산물과 건강식품을 직영·가맹점,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1,500여 종 이상 전국적으로 판매해왔으며, 엄격한 식품안전관리와 첨단 물류체계, 유기농 생산자 연계 등으로 빠른 성장을 이뤄 2015년 매출 2,000억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오프라인 매장 수가 400개 안팎에서 정체되고, 2018년 이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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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상그룹은 초록마을 매각을 결정했고, 2022년 당시 혁신 스타트업으로 주목 받던 정육각에 약 900억원에 인수되기에 이른다. 정육각은 2016년 창업한 온라인 축산물 유통과 푸드테크 기반의 신선식품 배송 스타트업으로, ‘도축 4일 이내 초신선 돼지고기’ 등 IT기술을 접목한 수직계열화 모델로 빠르게 성장했다. 자체 제조·유통 통합 관리, D2C(Direct-to-Consumer) 전략 등으로 2021년 매출 401억을 돌파했다. 정육각은 이 기세를 몰아 초록마을 인수를 통해 전국 오프라인 매장망, 유기농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시너지를 노렸고, 식품 밸류체인 전체 통합과 온·오프라인 플랫폼 확대를 목표로 삼았다.

 

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는 국내 식품 유통 시장 내 온라인-오프라인 융합 혁신의 상징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2000억원을 상회하던 초록마을 매출은 이듬해 1909억, 2023년 1788억원으로 연속 감소했으며 적자도 심화됐다. 정육각 역시 4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2023년 282억으로 감소하며 이익률 부진과 금융비용, 영업손실 지속 등으로 경영위기가 심각해졌다. 무리한 확장과 시장 환경 변화, 기존 부채 부담이 겹치면서 올해 7월 결국 초록마을과 정육각 모두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KK홀딩스, 정육각 대표 및 채권단 이견에 인수 불발


회생 절차에 돌입한 초록마을은 유력 인수 후보였던 KK홀딩스가 신한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99.78%를 50억 원에 매입하는 조건으로 인수 및 경영권 확보를 추진했다. 몇몇 식품업체와 사모펀드 등이 매입 주체로 언급되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9월 KK홀딩스가 단독 인수 후보로 나서게 됐다. 

정리_뉴스워커
정리_뉴스워커

그러나 실제 매각 진행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졌다. KK홀딩스는 관리인을 맡고 있는 정육각 김재연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며, 경영권 인수 후 자율적 정상화와 구조조정을 내세웠다. 이에 김 대표는 회생 절차 정상적 진행 및 기존 경영권 방어를 앞세워 반발, 경영권 양보나 사임 요구를 거부했다. 초록마을 매각 상황이 경영권 분쟁 양상으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채권단과의 갈등도 문제로 등장했다. KK홀딩스는 채권단이 가진 회생채권 일부에 대해 감액 또는 분할 변제를 요구하거나, 회사 자산 일부만 인수하는 방식을 제안했으나, 주요 채권자들은 이 경우채권 회수율이 낮아지고 손실 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채권단은 KK홀딩스 측이 인수 후 회사에 추가로 투입할 실질 현금 투자 규모, 정상화 플랜, 기존의 부실 리스크 해소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 기존 대표 해임, 임시주총을 통한 경영진 교체 등 ‘경영권 다툼’ 문제가 매각·정상화 이후에도 남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불신을 보였다.

 

채권단 내에서도 인수/거부에 대한 이견이 존재했으나, 결국 신한캐피탈 등 일부 대형 채권자는 회생법원에 ‘제안 거부’ 의견서를 제출하며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신규 인수자 유치 등 기존 절차를 유지하기로 했고, 결국 채권단 동의를 확보하지 못한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유통업계 M&A 신중론 대두, 더욱 불투명해진 초록마을 인수전


이로써 초록마을의 경영권은 결국 법원 관리 체제로 되돌아갔다. KK홀딩스의 인수 실패로 매각 절차 및 회생계획 인가 전 M&A만 남아 경영 정상화·구조조정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회생을 넘어 식품 및 유통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남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 후 동반 침체에 대해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언급하고 있다. 정육각 매출의 수배에 이르는 초록마을을 인수하면서도 대형 이커머스(쿠팡·컬리 등)의 성장, 유통업 불황, 물류 경쟁력 한계 등 현실적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고, 기대했던 온·오프라인 결합 시너지, 초신선 축산물 전국 유통 네트워크 확대 등에는 실패했다. 결국 ‘덩치에 맞지 않는 대형 M&A’ 무리수로 인해 초록마을 실적 급락, 부채 확대, 법정관리행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남겼다는 평가다. 정육각과 초록마을의 실패는 현재 SK스토아,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의 M&A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중론이 강조되는 대표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 속에 새롭게 적극적인 인수 주체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초록마을이 경영 정상화를 통해 이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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