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대상에는 경주, 울산, 목포에 위치한 3~5성급 호텔 자산 일체가 포함됐으며, 부동산 가치가 높은 관광지 중심 입지에 위치해 있어 잠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 외에도, 현대로보틱스 지분 매각과 하이투자증권 금융 계열사 정리 등 연쇄적인 자산 유동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호텔현대 매각은 이 중에서도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실질 유동성을 확보한 대표적 거래로...[본문 중에서]" height="388" loading="lazy
매각 대상에는 경주, 울산, 목포에 위치한 3~5성급 호텔 자산 일체가 포함됐으며, 부동산 가치가 높은 관광지 중심 입지에 위치해 있어 잠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 외에도, 현대로보틱스 지분 매각과 하이투자증권 금융 계열사 정리 등 연쇄적인 자산 유동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호텔현대 매각은 이 중에서도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실질 유동성을 확보한 대표적 거래로...[본문 중에서]

2017년 7월, 현대중공업은 자회사인 호텔현대(현 라한호텔)의 지분 100%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2,000억 원에 매각했다. 이는 조선업 불황에 따른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한 3조5천억 원 규모의 경영개선계획의 일환으로, 비핵심 자산을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전략에 따라 실행됐다.

매각 대상에는 경주, 울산, 목포에 위치한 3~5성급 호텔 자산 일체가 포함됐으며, 부동산 가치가 높은 관광지 중심 입지에 위치해 있어 잠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 외에도, 현대로보틱스 지분 매각과 하이투자증권 금융 계열사 정리 등 연쇄적인 자산 유동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호텔현대 매각은 이 중에서도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실질 유동성을 확보한 대표적 거래로 꼽힌다.

당시만 해도 사모펀드가 호텔업에 진출한 사례가 드물었다는 점이다. 호텔업은 구조적으로 고정비가 높고 인건비 비중이 크며 ROI 회수 주기가 길다는 특성 탓에, 빠른 투자 회수와 엑시트를 중시하는 PEF의 운용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자산운용보다는 오퍼레이션 중심의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산업군이라는 점에서, 시장은 한앤컴퍼니의 접근을 이례적인 행보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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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라한호텔 공시자료          

한앤컴퍼니의 역발상...’호텔 체인 플랫폼’으로 구조 전환


한앤컴퍼니는 호텔현대 인수를 단순한 부동산 투자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해당 자산들을 바탕으로 지역 수요에 최적화된 체인 호텔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존의 외국인 의존형 특급호텔 모델과 달리, 내수 기반의 지역 밀착형 전략을 통해 자체 브랜드의 생존성과 확장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접근이었다.

2018년부터 한앤컴퍼니는 경북 포항의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인수가 약 600억 원)과 전북 전주의 르윈호텔(약 1,000억 원)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총 5개의 호텔 체인망을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라한호텔’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브랜드 통합과 함께, 전국 각 지역의 경험 중심 복합 플랫폼으로 리포지셔닝됐다.

포항 라한호텔은 리노베이션을 통해 바다 조망이 가능한 구조로 객식을 재설계하고, 해변 인근 콘텐츠와 결합한 투숙 경험을 제공했다. 전주 라한호텔은 한옥마을과의 연계를 활용해 지역 상점, 공방과 협업한 체험형 패키지를 운영, 기존 대형 체인의 획일적인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했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나 외국인 의존 없이도 내수 중심 수요로 지속 가능한 체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전략적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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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앤컴퍼니는 메리어트, 힐튼 등 글로벌 호텔 체인 출신 인력을 핵심 운영 부서에 배치해 전사 예약 시스템과 재무 관리 체계를 통합했다. 이를 통해 호텔별 중복 인력 구조를 해소하고,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비중을 효율적으로 절감했다. 그리고 객실 의존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앤컴퍼니는 ‘클럽라한’이라는 자체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핵심은 투숙 여부와 무관하게 호텔의 부대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다. 루프탑 바, 라운지, 뷔페, 사우나 등 부대시설 중심의 상품을 설계함으로써 외부 고객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클럽라한’ 멤버십 신규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250% 이상 증가하며, 호텔 수익 다변화의 핵심 채널로 자리잡았다. 이는 중소형 호텔의 고정비 부담 구조를 보완하고, 변동비 기반의 수익창출 모델을 안정적으로 확장한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로, 코로나19 초기 직격탄을 맞은 2019~2020년에는 연속된 영업적자가 발생했지만, 2021년부터 전국 평균 객실 가동률(약 48%)을 훨씬 상회하는 70% 수준으로 회복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흐름은 2023년 기준 매출 997억 원, 영업이익 167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 달성으로 이어졌고, 체인 전반의 안정적인 손익 구조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었다.


실적 턴어라운드…기업가치 80% 이상 상승


2025년 현재, 라한호텔의 시장 평가 기업가치는 약 3,600억 원 수준에 이른다. 이는 한앤컴퍼니가 2017년 호텔현대를 약 2,000억 원에 인수했을 당시와 비교해 80% 이상 상승한 수치다. 단순 부동산 가치 상승이 아닌, 운영 효율화, 브랜드 강화, 수익 구조 개선 등 무형자산의 실질적 밸류업이 반영된 결과다.


리파이낸싱 → 배당 회수 → 엑시트 구조 전개 중


수익성이 안정화되자 한앤컴퍼니는 본격적인 자금 회수 전략에 착수했다. 우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라한호텔 및 계열 체인 3곳(전주, 포항 포함)에서 총 1,853억 원의 누적 배당금을 수령했다. 이는 펀드 기준으로 투입 원금 대비 약 44% 수준의 현금 회수로, 펀드 만기일이 다가오자 본격적인 Exit을 준비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회수 재원 마련을 위해 2023년 하반기에는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단행했다. 기존 1,234억 원이던 담보대출을 1,800억 원 규모로 확대하고, 이 중 약 500억 원은 여유자금으로 확보되어 LP들에게 배당 재원으로 활용되었다. 이 구조는 기업가치 상승분을 레버리지 재조정 형태로 선반영해 회수 효율성을 높이는 ‘리캡 리파이낸싱’ 전략의 전형이다.

2024년 한 해에만 수령한 배당금이 960억 원에 달하며, 이는 단일 연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특히 라한호텔 전주가 236억 원, 라한호텔 포항이 44억 원, 모체격인 라한호텔이 680억 원을 배당함으로써 포트폴리오 전반의 수익화가 고르게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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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라한호텔 공시자료          

구조 개선 이후 7년…이제는 매각 타이밍이 핵심


다만, 이 같은 수익성과 회수 성과에도 불구하고, 라한호텔 플랫폼의 장기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브랜드 인지도나 글로벌 유통망(GDS), 멤버십 충성도 측면에서 대형 체인과의 격차는 좁히기 어려운 현실이며, 내수 관광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외부 수요 충격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한호텔은 국내 사모펀드가 호텔이라는 고정자산 업종에 오퍼레이션 중심의 플랫폼 전략을 적용해, 일정 수준의 성과와 자본 회수를 입증한 보기 드문 사례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앤컴퍼니가 이 호텔 체인을 7년 넘게 보유해온 만큼, PEF 특성상 ‘엑시트(Exit)’ 여부가 투자 성공의 최종 평가 지표로 자리잡을 시점이기 때문이다.

향후 한앤컴퍼니가 리츠 상장, 전략적 매각, 또는 추가 플랫폼 인수 후 일괄 매각 중 어떤 시나리오로 회수 전략을 마무리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의 ‘구조 개선’ 성과 못지않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탈출구’를 설계하느냐가 이 투자의 진정한 클라이맥스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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