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은, 생활고 끝에 택시기사로 새로운 시작

  

정가은 주연의 영화 '별 볼일 없는 인생' 포스터
정가은 주연의 영화 '별 볼일 없는 인생' 포스터

2025년 5월 19일, 배우 정가은이 택시운전 자격시험에 합격하며 새로운 도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녀는 유튜브 채널 '원더가은_정가은'을 통해 합격 소식을 알리며, "너무 어렵다. 멘붕이다. 75점으로 붙긴 했지만 90점을 목표로 했던 터라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가은의 아버지는 30년 넘게 개인택시를 운영하며 그녀를 키웠고, 8년 전 식도암 수술로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 딸의 합격을 축하하며 "해낼 줄 알았다"고 기뻐했다.

정가은의 택시기사 도전은 단순한 직업 전환이 아니다. 2016년 사업가와 결혼해 딸을 낳았으나 2018년 이혼한 그녀는, 전 남편의 132억 원 사기와 도주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전 남편은 그녀의 명의를 도용해 660회에 걸쳐 사기를 저질렀고, 양육비조차 지급하지 않은 채 5년째 해외에서 행방불명 상태다. 2023년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썸'에서 "영화 '별 볼일 없는 인생' 이후 1년간 작품이 끊겼다. 회사 입금 내역을 보니 막막했다"고 생활고를 고백한 그녀는, "아이를 키우며 강해졌다. 버는 만큼 맞춰 살면 된다"고 담담히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택시기사 자격증 취득은 그녀에게 경제적 안정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그녀는 "월 1,000만 원을 벌 수 있다더라. 대기업에서도 그렇게 못 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별 볼일 없는 인생", 그녀의 마지막 영화가 주는 울림


정가은이 언급한 영화 '별 볼일 없는 인생'(2023)은 그녀의 마지막 작품으로, 그녀의 현재 상황과 묘하게 겹쳐지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영화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가은은 주인공 '미영' 역을 맡아, 파산 후 재기하려는 싱글맘의 고군분투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영화 속 미영은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딸을 키우는 인물이다. 그녀는 낡은 아파트에서 월세를 밀려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동네 슈퍼에서 "돈도 못 버는 주제에 애는 왜 낳았냐"는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 그러나 미영은 포기하지 않고, 동네 주민들과의 소소한 연대 속에서 희망을 찾아간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미영은 딸과 함께 동네 축제에서 춤을 추며 "별 볼일 없어도, 내 인생은 소중하다"고 외친다. 이 장면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고, 정가은의 눈물 연기는 그녀의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힌다.

정가은 주연의 영화 '별 볼일 없는 인생'  중에서
정가은 주연의 영화 '별 볼일 없는 인생'  중에서

다시 보니, '별 볼일 없는 인생'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다. 영화 속 미영의 삶은 정가은의 현실과 너무나 닮아있다. 생활고와 싱글맘으로서의 고난, 그리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모습은 정가은이 겪은 이혼, 전 남편의 사기, 그리고 택시기사 도전으로 이어지는 여정과 맞닿아 있다. 영화 속 대사 "나는 별 볼일 없어도, 내 딸에겐 별이다"는 그녀가 딸을 키우며 버텨온 삶의 태도를 대변하는 듯하다. 특히 영화 개봉 당시 그녀는 실제로 생활고를 겪고 있었고, 촬영 중에도 "이 장면을 찍으며 내 삶이 떠올라 울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녀의 재기, 그리고 새로운 도전


영화 속 미영이 동네 축제에서 춤추며 희망을 노래했다면, 현실의 정가은은 택시기사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재기를 꿈꾼다. 그녀는 "아버지를 첫 손님으로 태우고 싶다"고 말하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이 도전이 유튜브 콘텐츠 제작과 홍보를 위한 일환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X 플랫폼에서는 "제작진과 수익 배분 논의, '원더가은'의 도전형 예능 포맷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럼에도 그녀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회사 택시를 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은 진지한 의지를 보여준다.

정가은 주연의 영화 '별 볼일 없는 인생'  중에서
정가은 주연의 영화 '별 볼일 없는 인생'  중에서

'별 볼일 없는 인생'은 정가은의 연기 인생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이자, 그녀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영화 속 미영이 그랬듯, 정가은은 생활고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그녀가 택시 운전대를 잡고 딸과 아버지를 위해 달리는 모습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희망으로 빛날 것이다. 그녀의 다음 행보가 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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